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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추석 때도 노동자분들과 함께 거리에서 차례를 지냈어요. 그때 '다음 설에는 이런 차례를 지낼 일이 없길' 바랐는데... 그런데 올 설에도 이렇게 다시 하게 됐네요. 심지어 올해는 들러야 할 농성장이 더 늘었어요. 작년에는 세 곳에서 차례를 지냈는데, 이번에는 여섯 곳을 들르거든요."

또 다시 거리에서 설 명절 차례상을 준비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및 해고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쉼터 '꿀잠'의 김소연 운영위원장 이야기다. 그는 작년에 이어 이번 설날에도 고향에 가지 못한 서울 각지의 농성자들과 함께 거리에서 차례를 맞는다.
 
 76일째 서울요금소 지붕 농성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수납 노동자 15명이 13일 오전 조촐한 차례상을 올리고 추석 차례를 지냈다.
 지난해 추석, 서울요금소 지붕 농성장에서 농성 중이던 수납 노동자들의 차례상
ⓒ 박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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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문중원 기수 유가족,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 고 설요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조문 투쟁자,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세종호텔 농성자. 설날, 김 위원장이 찾아가게 될 농성 현장이다. 

김 위원장은 2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매번 거리에서 차례를 지낼 때마다 다음 명절 때는 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길 바라는데, 이게 참 (해결이) 안 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그는 "그래도 이번 차례 때는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신다"고 덧붙였다.

"저도 겪어봐서 알지만, 명절 때 집에 돌아가지도 못한 채 계속 투쟁해야 한다는 게 정말 힘들고 서러운 일이거든요. 또 명절 당일 아침에는 식당 대부분이 문을 닫아서 밥 먹을 곳마저 마땅치 않구요.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꿀잠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일하는 만큼,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이번 설에는 저희와 함께하겠다고 나서주신 분들이 많아요.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님, 산재사망 청년노동자 고 김태규 누나 김도현 님도 참석해요. 저희가 차례 지낼 곳이긴 한데, 일진다이아몬드 지회 농성 노동자들 일부도 저희를 도와주시기로 했어요. 그밖에 변호사, 신부님, 수녀님, 기아자동차비정규직자들... 각계 각층의 분들이 음식 마련을 위해 와 주시기로 했어요."


25일 '설 명절 농성장 차례'는 오전 9시 30분, 마포에 위치한 일진다이아몬드 농성장 앞에서 시작된다. 이어 고 설요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분향소 앞, 고 문중원 기수 분향소 앞 등을 지나며 오후 2시 30분, 앞구정 현대백화점 앞에 위치한 기아차비정규직농성장 앞에서 마지막 차례를 지내게 된다.

"고 문중원 기수 유가족들과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은 한국 마사회와 한국 도로공사라는 양 공공기관의 피해자들이에요. 해당 공공기관장을 임명한 대통령에게 '최종적인 책임'이 있다는 의미에서 이분들은 세종로 분향소 앞에서 함께 합동 차례를 지내기로 했어요. 

서울역 대합실에 위치한 고 설요한 장애인노동자의 분향소도 찾아가요. 고 설요한 노동자는 무리한 노동을 강요받은 끝에 목숨을 끊게 되셨어요. 장애인 분들은 본인의 상황에 맞는 일을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보다 과도한 노동을 요구했던 거죠. 현재 장애인 인권 관련 단체에서 그의 죽음과 관련해 이재갑 노동부장관에게 사과와 면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답변은 듣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 밖에 다른 장기 농성장들도 찾아가요. 세종호텔 앞에서 10년 넘게 싸우시는 분들, 강남역 인근에서 계속 고공농성 하시는 김용희씨, 파업한 지 200여 일 넘은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 이분들 모두 계속 싸우고 계시지만 해결된 건 하나도 없어요."

 
 고 문중원 경마기수의 부인이 1월 21일 청와대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면서 경찰에 의해 막히자 앉아 기다리고 있다.
 고 문중원 경마기수의 부인이 1월 21일 청와대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면서 경찰에 의해 막히자 앉아 기다리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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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이번 차례는 유가족, 농성자들과 함께 지내지만 시민들 또한 이들의 아픔에 조금이나마 연대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실 비정규직자들, 혹은 장애인 분들의 문제는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렇지가 않거든요. 우리 주변에는 모두 비정규직들과 장애인들이 있고, 또 이들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서 언제 내 지인이 목숨을 잃을지도 알 수 없는 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명절에도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손 한 번 내밀어주는 게 정말 큰 힘이 되거든요. 일반 시민들이 좀 더 공감과 연대를 해주신다면, 언젠가는 명절에 거리에 남아 싸우는 노동자들이 없어질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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