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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검찰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발표는 이날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검찰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발표는 이날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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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의 내용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법 조항이다. 지난 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면으로 충돌한 배경에 바로 이 조항이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전례에 따라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인 인사안을 받고 검찰총장이 의견을 개진하는 방법으로 의견개진권이 실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추미애 장관은 전례를 인정하지 않고 문구 그대로 윤 총장에게 의견 개진 기회를 줬다. 윤 총장은 끝내 의견 개진을 하지 않았다.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모두 이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성향이 각기 다른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누가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을 위반한 걸까.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의 탄생

최초의 검찰청법은 1949년에 제정됐다. 당시 검찰 인사권 조항은 제20조로,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대통령이 행한다"는 내용이었다. 1981년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1986년 검찰청법이 대폭 개정되면서 검찰 인사권 조항은 제34조로 옮겨갔다.

인사에 대한 검찰총장 의견개진권이 제34조에 포함된 것은 2004년 1월의 일이다. 여기에는 참여정부 검찰개혁 역사가 담겼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김각영 검찰총장에게 검찰 고위 간부 인사안을 보냈다. 서열과 기수를 파괴하는 인사안이었고, 검찰총장부터 평검사까지 검찰 구성원들은 집단적으로 반발했다.

검찰에서는 인사권을 검찰에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검사들은 2003년 3월 9일 노무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요구했다. 이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같은 달 송광수 검찰총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협의해 인사를 하는 방안을 명문화해야 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강금실 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은 인사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그해 10월 송광수 검찰총장은 국정감사에서 재차 '협의'를 강조했다. 김용균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무부장관은 내년 3월에 깜짝 놀랄 인사를 하겠다고 하면서 검찰간부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외풍을 차단할 수 있는 총장의 대책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송광수 검찰총장이 답했다.

"검찰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의지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검찰총장에게 장관과 인사에 관해서 협의를 하는 것이 법률상 명문화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법무부에 관련 내용을 건의했고, 법무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금실 장관은 "인사권은 법무부 장관에 있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2011년 문재인 대통령(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함께 쓴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는 의견개진권에 대한 평가가 나온다.

"이 제도가 검사의 인사권을 검찰이 행사하는 것, 혹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권력의 견제와 감시를 배척하는 것으로 확대되거나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이 제도가 검찰총장이 지속적으로 검찰의 개혁 인사에 반발과 도전을 하게 된 주요한 근거가 되었다고 강금실 장관은 보고 있다."

국회 회의록 살펴보니

참여정부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도입, 모든 검사 직급 일원화, 검사동일체 원칙 삭제, 검찰인사위원회 격상(자문기구→심의기구) 등의 제도를 도입하고자,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여소야대' 상황일뿐더러,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고작 47석에 불과했다. 국회에서 검찰청법 논의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라는 문구가 들어갔고, 2003년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에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같은 달 17일과 24일 전문위원과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정부와 여러 의원이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논의한 후 단일한 법률안을 마련했다. 당시 소위원회 회의록은 남아 있지 않아, 검찰총장 의견개진권이 어떤 의미로 법안에 담겼는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같은 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소속 함승희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이 소위원회 회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발언한 내용은 확인된다.

"검사 임명 및 보직과 관련하여 법무부장관은 검사의 보직에 관하여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제청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법무부장관의 검찰인사권을 통한 검찰견제기능을 중시해서 검찰총장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만 부여하면 충분하다는 소수의견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국회 회의록 내용으로는 의견개진권의 구체적인 내용이 윤석열 총장이 말하는 전례에 가까운지, 추미애 장관의 해석에 가까운지 확인하기 어렵다. 당시 법안의 제안경위에도 "현행제도의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 보완하려는 것"이라고만 언급돼 있다.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두 번째)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왼쪽 앞쪽에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함께하고 있다. 2020.1.2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두 번째)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왼쪽 앞쪽에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함께하고 있다. 2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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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을 위반했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법문 그대로만 해석하면 추미애 장관이 윤 총장에게 인사에 대한 의견 개진의 기회를 준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추미애 장관이 결과적으로 윤석열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설 연휴 전후에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준비하고 있다.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총장이 의견 개진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윤석열 총장도 더 물러서긴 어려운 상황이다.

과천(법무부 위치)과 서초동(대검찰청 등 검찰청사 위치)에는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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