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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당원모임 '모멘텀'을 만들다 

그가 건넨 명함을 찬찬히 바라봤다.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조직국장.' 15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청년들의 모임 '모멘텀'은 학내와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노동자와 그리고 성소수자, 여성 등의 소외계층들과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모멘텀은 정의당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날카롭고도 뼈아픈 소개가 이어졌다. 지난 2019년 12월 13일, 김지문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조직국장을 만났다.
 
 김지문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조직국장
 김지문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조직국장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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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의 '모멘텀'이란 조직에서 모티프를 따왔는데, 만들어진 지는 5개월 정도 됐어요. 대부분 24세 미만으로 특정 정파를 떠나 운동 정치의 복원을 원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죠. 옛날 같은 '사회구성 논쟁'이 아닌, 다양한 계층과 정체성이 뭉쳐서 정치 지형을 바꿔나가는 데 목적을 두고 있어요." 

영국 노동당의 '모멘텀'은 당이 제시하는 '제3의 길' 노선과 블레어 주의자들의 우경화를 비판하며 만들어진 노동운동가들과 청년당원들의 그룹이다. 2010년대에 접어들며 중앙당이 노동자와 청년 등 대중들이 원하는 진보적 이슈를 수용하지 못하자 대안을 찾기 위해 치열한 논의를 거듭했던 이들은 결국 당 안에 새로운 좌파 조직 '모멘텀'을 건설했다.  

"5명으로 시작한 영국 노동당의 '모멘텀'은 10년 만에 5만 명을 모았어요. 그리곤 결국 2017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죠.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이 정의당을 비롯한 한국의 모든 진보세력에도 해당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자리에 누구와 함께 있든지 상관없이 늘 뜨거운 감자인 '정치'가 화두에 오르자 그의 목소리가 가팔라졌다. 

"그냥 젊은 사람 데려다가 공천해서 국회의원 시키는 건 자유한국당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진정한 '청년정치'는, 청년이라는 틀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들의 고민과 문제점에 관심을 기울이는 정치 세력이 등장해야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현재는 대표성 있는 청년들을 어떻게 선출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청년 비례대표 할당 방안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논의조차 모든 정당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의 대화는 현시점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조국' 관련 이슈에까지 흘러갔다.   

"조국 사태를 위시한 여러 문제가 공정한 경쟁이란 게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경쟁' 자체, '능력'을 위주로 하는 이 사회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거죠. 수능시험도 겉으론 공정해 보이지만 거기에 얼마나 많은 돈과 자원을 투자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불평등할 수 있거든요. 여러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경쟁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고 해도 경쟁이 과열되는 것은 막아야 해요. 어떻게 하면 더 공정한 과정과 평등한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시도들도 해나가야 하고요."

민주당과 정의당 모두 진보적인 이슈를 실현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여전히 기성 정치권은 말만 앞세울 뿐 앞으로 한발 나아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에 대해 말하다 

'나 김지문은 홍콩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한양대학교에서 1인 시위를 하겠습니다.' 지난 12월 초 <경향신문>에 실린 한 기사의 제목이다. 그의 관심사가 국내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진보 정치에선 국제연대라는 부분이 너무 협소했어요. 위안부 성노예 문제나 베트남전 때 한국군이 끼친 피해 등 몇몇 이슈에 대해서만 연대가 이뤄졌죠. 그런데 민주화나 인권 등 진보 좌파가 지향하는 가치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문제니까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도 처음엔 홍콩 시위에 관심이 있는 중국 본토 친구들을 위해 관련 정보를 모으는 정도의 활동만 했다. 그러다 갑자기 '대자보 사태'로 인해 상황이 심각해졌다.  

"작년 11월 즈음에 고려대학교의 모멘텀 회원들이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대자보를 붙였다가 중국 유학생들한테 공격을 당했어요. 그 일이 저희 조직과 시민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결국 저도 이 일에 깊이 관여하게 되었죠." 
 
 2019년 11월 23일,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의 홍콩시위 지지 집회 사진
 2019년 11월 23일,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의 홍콩시위 지지 집회 사진
ⓒ 김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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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홍콩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일국양제 내에서 홍콩의 자치가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정치적 불평등, 영국 식민지였을 때부터 주요 대기업과 재벌들이 홍콩 내의 모든 사회적 서비스와 토지 이용권을 독점하고 있는 문제와 취약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요약되는 경제적 불평등, 마지막으로 '친중 언론'과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는 언론'이라는 두 그룹이 과대 대표되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로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는 이들은 시위 지지자들의 5~10% 밖에 되지 않는단다.

"한국 청년들의 관심도 엄청나요. 제가 다니는 대학만 해도 (레넌 벽 앞에) 거의 매일 100명 이상이 찾아왔어요. 또 여러 대학교에 '레넌 벽(Lennon Wall)'➋이 설치되기도 했죠."

-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우리가 과거에 거쳤던 민주화 운동의 길을 지금 홍콩이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연민을 느끼고, 공감하는 거죠. 그리고 한국에 있는 중국 유학생들의 반응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것 같아요. 저처럼 홍콩 시위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청년들을 향해 홍콩 독립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세력이라고 사실을 왜곡하고 대자보를 훼손하는데, 이런 행동들이 오히려 더 큰 반향을 만들어낸 것 같아요."

-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두며 홍콩 시위와 관련된 한국인들의 관심이 조금  사그라든 것 같은데, 이후의 행보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요?
"홍콩 시위가 일단락되면, 강연회 같은 것을 열어 현재 홍콩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인들이 왜 지지했는지, 왜 그렇게 강력한 공감을 발휘했는지, 왜 이전의 다른 국제 이슈보다 홍콩 시위에 더 집중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고 같이 분석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홍콩 시위와 관련한 <경향신문> 기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홍콩 민주화 운동에서는 한국의 급격한 파편화와 축적되는 사회적 분노, 그리고 정치적 불평등이 만들어낼 '다가올 미래'가 보인다.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만 같은 거대한 권력에 맞서,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동북아시아 청년들의 연대가 보인다."

청년들이여, 불온한 대안을 상상하라 

그와 함께 한 1시간 남짓한 인터뷰는 A4용지 9장 분량. 짧은 지면 탓에 이야기를 덜어내야 하는 것이 아쉽다. 다만 세상을 제대로 바꿔내고 싶은 그의 열정만은 어떻게든 담고 싶었다. 

"청년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정치 참여'입니다. 고학력이라 불리는 좌파 석학들부터 밑바닥에서 복직 투쟁하는 노조 분들까지 저희를 보면 "얘네가 어디서 배웠는지 기특하게 나와서 이러네" 이러는데, 우리가 단지 '젊은이', '청년'이 아닌 '정치세력'이라는 것을 알려야 해요. 청년들의 아젠다를 담아내려면,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정치참여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절대로 바뀔 것 같지 않은 거대한 권력에 맞서 끊임없이 불온한 대안을 상상하고 있는 '정치세력'이 있다. 

❶  황미나 작가가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프로 하여 창작한 만화
❷  1980년대 체코 공산정권 시기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수도 프라하의 벽에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의 노래 가사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구호를 적어 저항하던 데서 시작되었다. 2019년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 반대와 홍콩 자유를 요구하는 내용의 포스트잇 메모를 도심 벽에 붙이면서 또다시 '레넌 벽'이 등장했다. 대학 내에서는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게시물을 부착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호모아줌마데스는 참여연대 회원이자 <월간참여사회> 객원기자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0년 1-2월 합본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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