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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창완이한테 완전히 속았잖아. 자기 소개서에 대학 내내 하루에 한 권씩 이상 책을 읽었다고 써놓았더라고. 면접 때 확인하기도 그렇고. 결국 뽑았는데..."

1995년 10월 내가 미디어오늘에 입사했을 때 편집국장이었던 선배가 나중에 술자리에서 몇 번 푸념처럼 한 이야기다. 기대를 하고 뽑았는데, 취재력이나 글 솜씨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푸념일 수 있다. 반면에 다른 선배도 있다.

"미안하다. 니가 나중에 오마이뉴스에 쓴 글들을 보고, 내가 널 잘못 봤다는 것을 알았다. 좋은 글을 쓸 수 있었는데, 내가 너무 성급하게 본 것 같다."

이 역시 미디어오늘에서 한참 위에 있던 선배가 나중에 나를 만나 한 소리다. 어릴적 가장 힘든 일 가운데 하나가 다른 사람의 시를 평가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시든 소설이든, 에세이든, 기사든 남의 글을 보고, 그것을 평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물론 형편없는 글을 쓰면 쉽게 티가 나지만,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타인의 글을 평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기자란 일은 글을 쓰고, 평가받고, 고쳐지고, 다시 쓰고 하는 긴 연습을 통해 진행된다.

기자만이 아니다. 일반 회사원은 물론이고, 공무원 등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친다. 바뀌는 공직 생활마다 윗선에서 완벽하게 맘에 차는 보고서를 내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같은 글이라고 해도 수없이 수정된다. 재밌는 것은 수없이 수정된 후에 처음 내가 써낸 기획서로 돌아가는 웃픈 일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이들은 꼭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생각하는 잡노마드(JOB +NOMAD 일의 경계를 자유롭게 유목하는 스타일의 사람)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이런 역량을 갖추었는가가 상당히 중요하다.
 
내 대학 학생증 도서 대출기록 당시 책을 빌릴 때는 학생증에 기록했다. 나는 대출이 많아 5번 정도 학생증을 바꾸었는데, 이게 마지막 학생증이다. 9월 8일 반납일과 9일 반납일에 34권 정도의 책이 기록되어 있다.
▲ 내 대학 학생증 도서 대출기록 당시 책을 빌릴 때는 학생증에 기록했다. 나는 대출이 많아 5번 정도 학생증을 바꾸었는데, 이게 마지막 학생증이다. 9월 8일 반납일과 9일 반납일에 34권 정도의 책이 기록되어 있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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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는 기초

내가 어떤 직업이든 큰 어려움 없이 넘나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책을 통해서 다양한 분야에 지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배경은 대학시절부터 책 읽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럼 정말 나는 대학 시절에 하루에 한 권씩 이상 책을 읽었을까.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숫자로는 확실하다. 물론 그것을 다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기자 생활을 시작하던 95년을 즈음해 나는 PC통신 하이텔에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나중에 중국으로 떠날 때까지 일주일에 2편 정도는 서평을 썼다. 아무런 보상도 없는 자발적인 글쓰기였다. 물론 이 때문에 인터넷 서점 예스24 서평 위원이 됐고, 얼마간은 중국으로까지 원하던 책이 오기도 했다.

대학 시절 내 책 읽기는 대중이 없었다. 국문학이 전공인 만큼 문학 분야의 주요한 책은 꼭 챙겨 읽었고, 인문, 사회, 경제 등도 넓게 읽었다. 2학년 때 사회과학동아리 학술부장을 하면서는 100여 권의 책으로 커리큘럼을 만들어, 일주일에 한 번씩 후배들과 세미나를 하는 지극 정성도 부렸다.

책을 읽으면 20% 정도도 소화하기 힘들지만, 서평을 쓰면 그 책의 50% 정도가 소화된다는 게 나중에 든 내 느낌이었다. 아울러 하이텔 서평을 통해 작가는 물론이고, 지식 공동체에서 내 위상이 조금씩 생겼다. 이 자리가 나중에도 내 근거없는 자신감의 밑천이 됐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대한 공포를 떨쳐준다. 언론사를 준비하는 모임에서 가장 많이 한 것 가운데 하나가 글쓰기다. 어떤 특정한 주제를 놓고, A4 한두 장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훈련이다. 이 모임에서 나는 누구보다 빨리 필요한 글을 내놓았다. 당연히 책을 많이 읽은 만큼 필요한 글의 논거들이 많아서 가능했다.

전문적인 직업이라고 해도 그 사람이 더 높은 자리로 가는 과정은 더 넓은 분야를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지식을 더 넓혀야 하는데, 이때 가장 유용한 방식이 관련 서적을 읽는 것이다. 그런데 평소에 책 읽는 습관이 배어있지 않으면, 막강 그런 공부가 쉽지 않다.

또 글쓰기가 중요한 것은 과거 홍보 부서가 하던 역할을 이제는 각 부서에서도 어느 정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공무원은 자신들이 하는 일을 보도자료 등을 통해서 대외에 알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회사에서 글을 쓰는 전문 홍보실 직원이 있다면 해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내용이 전문적이고,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분야는 해당 담당자가 글을 쓰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그런데 이때 글을 쓰지 못한다면 그 사람의 능력은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우리 대학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도 제대로 된 글쓰기를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 부분을 보강하는 대학이 많지만 어떻든 개개인이 글쓰기에 대한 공포감을 떨치고, 평소에도 글을 쓰는 습관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유시민, 강원국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책을 비롯해 수십여 종의 글쓰기 관련 책이 있는 만큼 읽으면서 실천하면 도움이 된다.

기획 능력은 필수다

나의 전작 <노마드 라이프>에서 노마드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로 기획력을 꼽았다. 실제로 기획 능력이 없는 이가 조직의 리더에 오르기도 어렵지만, 올랐다 해도 기획에 대한 마인드가 없다면 신규 사업에 대한 분석이 불가능해 조직을 망칠 수 있다. 그 사이 중견기업의 임원으로 일하면서 기획 파트의 일들을 두루 볼 일이 있었다.

기획 파트도 두 가지가 있다. 우선 기획 파트가 스스로 기업을 진단해 새로운 미래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상태를 파악해서 진단하는 한편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고, 신규 사업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기획이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다운업 방식의 기획은 익숙치 않다. 반대는 최고 경영자의 지시에 따라 어떤 사업을 만들어가는 보조적 기획이 있다. 후자 역시 쉽지는 않다. 신규 사업의 경우 그 회사 내부에는 관련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기획 부서부터 인원을 충원하고, 외부 자문그룹을 꾸려서 모든 틀을 짜야 한다.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그 사업을 시행할 책임자부터 중간 간부, 전문 직원까지 총괄적인 팀을 만드는 것도 기획부서의 일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부분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우선 기획 부서의 리더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다. 결국 시장의 트렌드나 기술 흐름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쉽지 않다. 따라서 회사는 시장의 분석에 빠르게 대처하고,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유능한 기획 인재들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기획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우선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는 전략적 시각이 있어야 한다. 가령 한 지역에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를 모집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데 조건에는 만약 이곳에 대규모 투자사업을 하는 기업에게 선정에서 가점을 준다는 것을 내걸 수 있다.

기업의 경우 에너지 파트와 다른 파트 간 협업이 쉽지 않다. 또 그룹 사 안에서 다른 계열사에 도움을 요청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답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요청하기도 쉽지 않고, 성사되기도 쉽지 않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그 지역에 투자사업에 관심이 있는 적정한 파트너십을 만드는 것이다. 만약 그런 파트너를 찾으면 두 회사는 윈윈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두 회사의 이해를 조율할 수 있는 네고시에이터가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좋은 기획이 있다면 이런 문제도 풀어갈 수 있다.

기획에 관심이 있다면 다양항 방식으로 공부도 가능하다. <기획의 정석>을 펴낸 박신영 작가는 기획을 이렇게 말한다. "기획은 무시무시한 것이 아니다. 그분의 입장에서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기획 배경(problem)을 정의한 후, 해결책(solution)을 끌리는 한마디(concept)로 제시하고, 그림이 그려지도록 세부적인 실행 방안(action plan)을 제안하며, 그분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그것을 기획서(proposal)로 쓰는 것, 그리고 그분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발표(presentation)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런 책은 독자가 이런 프로세스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룰을 가르쳐 준다.
 
필자의 사람들과 소통 공간 왼쪽부터 페이스북, 블로그, 명함관리앱 리멤버. 페이스북은 내 활동을 정리할 때 좋고, 블로그는 내 콘텐츠를 쌓아두기 좋다. 명함을 교환한 이들은 명함관리앱에 저장하고, 나중에 메일링에서 통합 관리한다.
▲ 필자의 사람들과 소통 공간 왼쪽부터 페이스북, 블로그, 명함관리앱 리멤버. 페이스북은 내 활동을 정리할 때 좋고, 블로그는 내 콘텐츠를 쌓아두기 좋다. 명함을 교환한 이들은 명함관리앱에 저장하고, 나중에 메일링에서 통합 관리한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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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평생을 좌우한다

사회 생활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그 만남 하나하나를 의미있는 시간으로 만들고, 상대와 좋은 관계를 만들고,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실패할 확률이 낮아진다. 물론 많은 인간관계가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관계가 많고,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면 실패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사람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을 주는 일이다. 프롤로그에서 설명했듯이 나처럼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는 것은 어쩌면 신뢰감을 떨어뜨릴 수 있는 약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경력직에 지원할 경우 지원조건을 맞추지 못해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덜하다. 현대인들에게 이력서는 한 장에 쓰여지는 게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 축적된 자신을 통해 검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은 5000명에 조금 못 되게 관리하는 페이스북 친구, 3500명 정도인 메일링 리스트, 내 콘텐츠를 쌓아두는 네이버 블로그 등이다. 네 지인들은 이 공간을 통해 내가 하는 일을 알고 있다. 10년 만에 만나도 낯설지 않다. SNS를 통해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와 링크되는 일도 그만큼 커지고 다양해진다. 보편적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자존감 있게 사회 생활도 할 수 있다. 물론 내 능력 범위를 넘어서는 일들은 과감하게 쳐내야 한다. 반면에 직장에 상관없이 나는 그들 사이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조자가 될 수 있다.

만약 위 3가지가 준비되어 있다면 당신은 충분히 사회에 도전해볼 수 있다. 안 됐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좀 더 부지런히 갖추어갈 수도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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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시도를 개발하는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투자유치 담당 상무로 일함. '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4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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