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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대통령특보 "미군 철수땐 중이 핵우산 제공하면 어떻겠나"  2019년 12월 5일자 <조선일보> 보도
▲ 문정인 대통령특보 "미군 철수땐 중이 핵우산 제공하면 어떻겠나"  2019년 12월 5일자 <조선일보> 보도
ⓒ 조선일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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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토론회장에서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이 '제안' 혹은 '주장'으로 왜곡 보도되고 있다.

<세계일보>는 5일 '문정인 "주한미군 철수→중국이 한국에 핵우산 제공하도록 해야" 논란'이라는 제목을 달아 문 특보의 발언을 보도했다. 같은 날 <이투데이>는 문 특보가 "미군 철수 시 중국이 한국에 핵우산 제공하면 어떻겠냐라고 주장했다"라고 썼다. <뉴데일리>는 '문정인 막말'이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아시아투데이>는 '문정인 미군 철수·중국 핵우산 진심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이런 내용의 보도는 5일자 <조선일보> 보도에서 비롯됐다. <조선일보>는 '문정인 대통령특보 "미군 철수 땐 중(中)이 핵우산 제공하면 어떻겠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통령 안보특보가 주한미군 철수를 가정하면서 중국에 우리 안보를 맡기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본 것이다"라고 썼다.

<조선일보> 보도에서 시작된 왜곡

하지만 문 특보의 전체 발언은 보도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해당 발언은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4일 주최한 '2019 국제문제회의' 행사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서 문 특보는 오전 세션의 사회를 맡았다. 미국 찰스 쿱찬 조지타운대 교수 겸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과 옌쉐퉁(阎学通)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문 특보는 쿱찬 교수에게 "어제(3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이는 한국 시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또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도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건 한국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걸 어떻게 보느냐"라고 가상 시나리오에 대해서 물었다.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두고 "만약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야만 한다면 사용할 수도 있다"라고 한 것을 참고한 질문이었다.

쿱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 않는다"라며 "(아직 한반도에) 평화가 조성되지 않았는데,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큰 실수"라고 했다.

이어 문 특보는 옌쉐퉁 원장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혹시라도 평화협정을 통해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한국은 북한과 협상을 할 것이고, (북에) 핵을 버리라고 할 것이다. (남쪽이) 북한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북한이 북핵을 지렛대로 삼을 경우, 그 때 미국 대신 중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할 수도 있냐'는 거였다.

옌쉐퉁 교수는 중국을 대표하는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로 알려져 있다. 평소 그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결국 북한의 핵 보유라는 현실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라는 주장을 해왔다.

문 특보의 질문은 옌쉐퉁 원장의 평소 생각을 고려한 질문으로 볼 수 있다. 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특보는 "옌쉐퉁 원장에게 그 질문을 한 이유가 있었다. 원장 말대로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면 우리가 안보위기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냐. (북핵 보유를 주장할 게 아니라) 중국도 북한 비핵화에 앞장서라는 뜻으로 한 질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문 특보의 말에 옌쉐퉁 원장은 "이 지역(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을 그렇게 조성하는 건 굉장히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동북아가 세계의 중심이 되고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할 리 없다는 식의 발언이었다.

문 특보 왜곡 발언, 확대 재생산...미국 의원 "웃기는 발언" 
 
문정인 특보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연합뉴스와 통일부 공동주최로 열린 제5회 한반도평화 심포지엄 '상생·공영의 신한반도체제'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AFP, AP, 교도, 로이터, 타스, 신화통신 패널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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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론들은 문 특보가 마치 '중국에 핵우산을 제안하거나 요구한 것'처럼 보도했다. 이런 보도는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한 미국 국회의원의 반응까지 묻는 기사가 나오는 것으로 이어졌다. 미국 의회의 출자·투자로 만들어진 <자유아시아방송(RFA)>은 5일 미국 공화당의 릭 스캇(Rick Scott) 연방 상원의원(플로리다)을 인터뷰했다.

이 매체는 문 특보가 주한미군 철수 후 중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할 가능성을 거론했다면서, 스캇 의원에게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스캇 의원이 문 특보의 말은 "'웃기는'(laughable) 발언"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보도는 다시 퍼져나갔다. 6일 <뉴데일리>는 의 보도를 인용해 문 특보의 발언이 빈축을 샀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허프포스트코리아>, <뉴스타운> 등도 미국 상원의원의 발언을 보도했다.

사실 <조선일보>가 문 특보의 발언을 일부만 발췌해 왜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2월에도 <조선일보>는 문 특보의 발언 중 '주한미군 철수' 부분만 강조해 보도했다.

문 특보가 어느 강의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이 없어도 대한민국은 군사주권을 갖고 있다'라는 취지에서 한 말의 일부인 '대통령이 주한미군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된다'라는 말만 따서 전달한 것.

지난해 5월에는 '문정인 "평화 협정 땐 미군 주둔 어렵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조선일보> 1면에 보도했다. 문 특보가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기고한 글을 인용한 보도였다.

문 특보는 해당 글에서 "주한미군의 감축과 철수에 대해 거센 보수층의 반발이 있을 것이고, 이것은 문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지만, <조선일보>는 "북한보다 한국이 먼저 주한미군 철수론을 꺼내는 모양새다"라고 문 특보의 일부 문장만 해석해 보도했다.

이 보도는 문 특보가 '경질되어야 한다'라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조선일보>의 보도 이후에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외교 대참사를 보이는 것은 외교·안보 라인의 무능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문 특보의 '즉각 경질'을 요구했다.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역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문 특보가 '동맹의 신뢰를 깨뜨리는 언행을 했다'라며 경질을 주장했다.

문 특보는 <조선일보>의 왜곡보도가 "지속적이고 상습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선일보>는 내 발언의 앞뒤를 다 자르고 보도해 왜곡하고 있다. 그리고 내 발언을 문재인 정부의 정책 등과 연계시켜 정치권으로 확대 재생산시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의 이번 보도는 '나쁜 저널리즘의 예'를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4일 토론회에서) 사회자였다. 토론자에게 질문한 것을 두고 마치 내가 중국에 핵우산을 요청한 것처럼 보도했다"라며 "기사를 쓴 기자가 내게 전화해 질문의 의도를 묻거나 확인하는 게 기사의 기본 아니냐. 그런데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내 말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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