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자유한국당이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로 민식이법 처리가 불발됐다'는 취지로 보도한 언론들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YTN의 <돌발영상/ 시비를 '가리는' 편한 방법들>(12/3), 오마이뉴스의 <필리버스터 역풍에 놀란 한국당 "민식이법 가짜뉴스, 언중위 제소">(12/2) 등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박성중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과 함께 "이번 필리버스터를 두고 '쿠데타', '법질극'이라고 하는 여당의 표현들이 '합법적 행위', '야당 무력화' 등의 우리 쪽 표현보다 더 많이 전 미디어에 뜨고 있다"며 제소 대상으로 검토 중인 언론사들을 하나하나 나열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보도내용의 팩트가 다르기 때문에 가짜뉴스 차원에서 관련 변호사와 전문가들이 법률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YTN의 돌발영상을 보면 이를 들은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이 "박성중 의원, KBS 9시 뉴스는 우리 입장이 한 줄도 안 나갑디다. 제대로 보고 좀 하시오, 좀!"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이 같은 주장들은 과연 사실일까요?

KBS 9시 뉴스에 한국당 입장 한 줄도 안 나갔을까?
 

먼저 'KBS 9시 뉴스에 자유한국당 입장이 한 줄도 안 나간다'는 정진석 의원 주장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보도를 보면 정진석 의원의 주장은 '거짓'입니다.

KBS <"법안 볼모 인질극"... "필리버스터 보장해야">(12/1 송락규 기자)가 대표적인 반례입니다. KBS는 지난 1일 저녁종합뉴스에서 국회 상황을 담은 리포트를 2건 냈습니다. 그중 한 건이 해당 기사로 여당과 야당이 공방을 벌이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자유한국당이 그렇게 원한 '기계적 중립'을 보장한 기사입니다. 제목에서부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반반씩 실었습니다.

내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엔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법질극'이라고 했습니다. 법안을 볼모로 한국당이 인질극을 벌인다는 겁니다"라며 여당의 주장을 소개했습니다. 이후 곧바로 제1야당의 입장, 즉 "한국당은 199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정당한 저항 수단이라며 고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라는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가 반역입니까? 국회법상 명확하게 주어진 권한입니다. (권한 행사를 막는) 이 정권, 이 여당이야말로 헌법과 국회법에 반하는 '반역 여당'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한 것도 그대로 KBS가 실어줬습니다.
 
 12월 1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입장 보도한 KBS
 12월 1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입장 보도한 KBS
ⓒ KBS

관련사진보기

   
기계적 중립은 사안을 공정하게 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불공정하기도 합니다. 한 사안에 대해 강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같게 실어주거나, 진실과 왜곡을 동등하게 보여주거나, 문제의 책임이 양쪽 모두에게 있는 것처럼 전달하게 되면 문제의 실체가 가려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KBS는 해당 기사에서 기계적 중립을 지켜 보도했습니다. 국회가 제자리걸음 하는 데에 여당과 야당 모두 책임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자유한국당 의원 말처럼 KBS가 여당 편만 든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날만 그랬던 것도 아닙니다. KBS의 필리버스터 첫날 보도는 <한국당 '필리버스터'에 본회의 무산>(11/29 송락규 기자)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제목을 보고 '여당 편든다'고 하겠지만 기사 내용은 당일 필리버스터가 개시된 이후의 상황을 순서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때에도 나경원 원내대표가 "저항의 대장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불법 패스트트랙의 완전한 철회 선언과 친문게이트 국정조사 수용일 것입니다"라고 한 발언이 보도됐습니다. '자유한국당 입장이 한 줄도 안 나간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완전히 거짓입니다.

게다가 '한국당 필리버스터에 본회의 무산'이라는 말이 온전히 여당의 편을 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당초 11월 29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던 199건의 안건이 있었고, 이중 유치원3법의 원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낸 겁니다. 물론 자유한국당이 문제 삼는 것은 유치원3법만이 아닙니다. 선거법 처리를 지연시켜 현행 제도로 선거를 치르려 하는 게 아니냐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이런 계산을 가진 자유한국당이 본회의가 열리면 법안 199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시작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여러 개혁 법안, 민생 법안 입법이 마비될 것으로 예측하는 시선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정당들도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언론사 보도내용이 팩트와 다를까?
  

자유한국당이 '팩트가 다르다'면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힌 기사들은 어떨까요. 먼저 자유한국당이 '팩트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민식이법과 관련된 부분인 것으로 보입니다.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닌데, 자유한국당이 민식이법까지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처럼 말하는 건 잘못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입니다. 
 
 자유한국당이 '팩트가 다르다'고 한 기사 목록과 내용
 자유한국당이 "팩트가 다르다"고 한 기사 목록과 내용
ⓒ 민주언론시민연합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문제 삼은 기사 중에서 '자유한국당이 민식이법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고 쓴 기사는 없습니다.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출연자 중 한 명인 정상근 미디어 전문 기자는 <민식이법 볼모 잡은 나경원, 엄마 맞나>(11/29)에서 '패스트트랙 관련된 법안들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해도 됐었다'는 취지로 "민식이법에 뭐하러 필리버스터를 합니까"라고 말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다른 출연자와 앵커가 "(필리버스터를 민식이법) 앞서 (한 게 문제)"라는 말로 맥락을 보충해줍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잠시 언급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민식이법이 필리버스터 대상은 아니지만 자유한국당 필리버스터로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패스트트랙 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볼모로 잡혔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일보의 <여야 '민식이법 눈물'에 화들짝... 한국당 원인 제공 목소리>(12/1 김나래 김용현 기자)를 보면 그 당시 상황이 '팩트체크'돼 있습니다. 국민일보는 민식이법 처리가 불발된 사실에 대한 여야의 책임 공방을 소개하면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 설명했습니다.

"민식이법은 지난 11월 29일 본회의 직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수정안이 통과됐다. 한국당이 이에 앞서 본회의 상정이 예정됐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안 및 198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기 때문에 민식이법이 필리버스터 대상에서 빠진 건 맞는다. 하지만 한국당이 무더기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고 예정대로 본회의가 열렸다면 여야 합의가 이뤄진 민식이법 수정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필리버스터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았기에 민식이법은 처리할 수 있었다는 한국당 주장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자유한국당의 해명은 타당한가?

'민식이법은 본회의가 열리면 처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의사 일정을 막고 있는 199개 법안에 낸 필리버스터는 취소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원점으로 돌아가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정리해보면 '민식이법만 먼저 통과하고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과 동시에 '최소 5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보장하라'는 게 골자입니다. 그러나 '민식이법을 통과시키고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 된다'는 주장이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다른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고 취소하지 않는 점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놓고 뒤늦게 민식이법을 먼저 통과시키자고 제안한 점 때문입니다.

KBS <여야 '네 탓 공방'... 민생법안 처리는?>(12/1 안다영 기자)에 따르면 먼저 199개 법안 전체에 필리버스터를 건 것이 문제의 발단입니다. 즉, 당일 쟁점법안은 유치원3법뿐이었고 이는 의사 일정 순서상 맨 마지막에 배치돼 있었습니다. 만약 자유한국당이 이것에만 필리버스터를 걸었다면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한 후에 필리버스터에 들어가면 되므로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의 상정 및 처리를 막기 위해 본회의에 올라온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108명의 의원이 1명당 4시간씩 필리버스터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면 정기국회 회의 종료인 12월 10일까지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작전이었습니다. 그렇게 정기국회가 며칠 안 남은 이 시점까지 본회의는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놓고 뒤늦게 민식이법을 통과시키자고 한 점도 문제입니다. 가장 국민의 공분을 샀던 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난 11월 29일 기자회견 발언입니다. 그는 "국회의장에게 제안한다.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 등에 대해 먼저 통과시켜 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제안은 이미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뒤에 했습니다. 당초에 전체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안 걸었으면 될 일을 199건 모두에 걸어놓고, 여론을 의식해 뒤늦게 민식이법 얘기를 꺼낸 겁니다. 당시 발언은 '선거법이 상정되면 민생법안은 통과시킬 수 없다'는 논리여서 아이들 목숨이 흥정거리냐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자유한국당에서 주장하는 "이번 필리버스터를 두고 '쿠데타', '법질극'이라고 하는 여당의 표현들이 '합법적 행위', '야당 무력화' 등의 우리 쪽 표현보다 더 많이 전 미디어에 뜨고 있다"는 것은 팩트체크를 따로 해볼 필요도 없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비판적으로 보는 언론의 평가가 많다는 뜻이고, 또한 국민 여론이 필리버스터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민심을 잘 읽어서 필리버스터를 취소하고 민생 법안 입법에 힘쓰면 됩니다. 만약 해당 주장이 거짓이라면 자유한국당 미디어특위의 분석 자체가 잘못된 셈이지요. 어떻게 하든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진퇴양난인 상황입니다. 국회가 하루빨리 제 기능을 되찾아 민식이법을 비롯한 해인이법, 태호‧유찬이법, 하준이법, 한음이법 등의 어린이 안전 법안, 그리고 유치원3법 등의 민생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길 바랍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11월 29일~12월 2일 KBS <뉴스9>, 자유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회에서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 9건의 기사 및 영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민주사회의 주권자인 시민들이 언론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인식 아래 회원상호 간의 단결 및 상호협력을 통해 언론민주화와 민족의 공동체적 삶의 가치구현에 앞장서 사회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