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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퇴직금을 목돈으로 받길 원할까.
 우리는 왜 퇴직금을 목돈으로 받길 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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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퇴직연금을 받을 때까지 일할 수 있게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퇴직금 제도만 폐지하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1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박상인 서울대 교수가 한 말이다. 그는 "(목돈인) 퇴직금을 받지 않고 연금만으로도 생활할 수 있게 하는 종합대책이 제시돼야 한다"며 "생애주기에 대한 큰 그림 없이 퇴직연금 의무화를 얘기하니 현실성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지난 13일 일정 규모 이상 기업부터 퇴직연금 도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현행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일부에선 원금손실 등을 우려하며 크게 반발했다. 모든 기업이 노후생활 '최후의 보루'인 퇴직금을 금융회사에 적립하게 되면 경우에 따라 퇴직시기에 목돈으로 받는 것보다 더 적은 돈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퇴직금 제도를 퇴직연금 제도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근속연수 연장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우리는 왜 퇴직금을 목돈으로 받길 원할까

박 교수는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이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 기업의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2~3층 구조로 연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중산층의 경우 퇴직연금이 (노후 생활자금 중)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적 연금으로만 생활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퇴직연금의 가장 큰 목표는 연금으로 노후생활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인데, 지금처럼 퇴직연금이 사실상 퇴직금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박 교수는 "사람들이 (퇴직연금 의무화에) 반감을 가지는 이유는 퇴직금을 목돈으로 받으려는 것도 있지만, 이를 '공돈'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는 본인의 연금을 일시에 인출하는 것이다, 미국에선 (중도에) 인출하지 못하도록 세금을 높게 매긴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박 교수는 "연금개시일과 퇴직시기가 같다면 아무런 불만이 없을 것"이라며 "유럽과 미국의 경우 이러한 구조여서 연금에 대한 저항이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50대 초·중반에 조기 퇴직하기 때문에 국민연금, 퇴직연금을 받는 65세까지 10년 이상 쉴 수 없어 자영업에 뛰어든다"며 "기업이 퇴직금을 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근속연수 늘리고 연금 선택권 높여야

이 때문에 퇴직연금 의무화 시행에 앞서 근속연수를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제도를 바꿔 근속을 점점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나이가 들수록 (기업의) 임금 부담이 커지므로 직무급제로 전환하고, 대신 실질적인 (노동기간) 연장을 보장 받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퇴직연금을 받는 노동자가 어떤 방식으로 연금을 적립하고 운용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퇴직연금의 적립과 운용에 노동자가 관여하지 않는데, 미국 등은 직원들에게 투자에 대해 굉장한 선택권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퇴직연금에 대한 노하우가 있는 미국 노동자들은 (연금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주로 주식에 투자하고, 퇴직을 앞둔 때에는 안정적인 상품 비중을 높인다"고 했다. 노동자가 연금을 어떻게 굴릴 것인지 자유롭게 선택하면서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쪽으로 제도가 정착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법상 기업이 퇴직금 제도와 퇴직연금 제도 중 한가지를 선택할 수 있고, 연금 중에서는 DC(확정기여)형과 DB(확정급여)형 등에서 고를 수 있다. DC형은 수익률에 따라 노동자의 손익이 결정되고, DB형은 수익률에 관계 없이 기업이 정해진 퇴직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박 교수는 "DC형의 경우 노동자가 (원금손실) 위험을 지는 문제가 있다"면서 "(선진국에선) 손실을 원치 않는 사람들은 (DC형이라도) 정기예금처럼 위험하지 않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금 선택권 보장, 직무급제 전환 등) 이러한 것들을 시행하면서 퇴직연금을 의무화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익률보다 중요한 것

퇴직연금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퇴직연금 의무화는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퇴직연금제도는 이미 지난 2005년 도입됐고 일부 건장한 기업체에서 시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98%가 중도인출하는 등 연금으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선진국처럼 (중도인출이 어렵도록) 강력하게 제한해야만 본래 도입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정성을 고려해 퇴직연금 수익률을 다소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앞서 일부에선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1.01%)이 물가상승률(1.5%)보다 낮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퇴직연금 무용론'을 제기했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견기업도, 재벌기업도 파산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퇴직금 (체불) 문제가 불거졌다"며 "퇴직연금의 장점은 회사가 퇴직금을 적립해두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상의 이유로 이를 체불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고려하면) 퇴직연금 수익률은 1~2% 수준으로 낮아야 한다, 수익률이 낮다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수익률을 무리하게 높이려면 주식 등에도 투자해야 하는데 이 경우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 안전한 국채 등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퇴직연금 의무화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전제하에서는 (퇴직연금보다) 퇴직금이 타당하다 볼 수 있지만, 이는 대기업 노동자에만 해당하는 경우이고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퇴직금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라며 "현재 제도가 이행단계에 있어 (수익률이 낮지만) DC형의 경우 물가상승률보다는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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