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스포츠 재능 나눔에 나선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선수들이 14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하계중학교 체육관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고 있다.
 스포츠 재능 나눔에 나선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선수들이 14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하계중학교 체육관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주말에 시합을 뛰어야 할 친구들이야. 너무 봐주지 말라고!"

14일 오후 서울시 노원구 하계중학교의 체육관 3층 강당.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정연호 코치의 주문에 선수들 얼굴에 웃음기가 순간 사라졌다.

직업 선수들로 구성된 서울시청팀에게 1년 중 가장 중요한 대회라고 할 수 있는 '2019-2020 SK핸드볼코리아리그'가 다음 달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시청팀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주인공인 임오경 감독이 11년간 맡아오다가 최근 사퇴했다. 2016~2017년 2시즌 연속 결승에 올랐던 저력의 서울시청팀이 임 감독 없이도 순항할 수 있을지 가늠할, 중요한 대회인 셈이다.

그런 팀이 이날은 핸드볼 규격 코트(40×20m)보다 훨씬 좁은 공간에서 10살 터울의 중학생들과 3시간 동안 연습경기를 치렀다. 상대 팀은 하계중학교 남녀핸드볼부. 운동에만 전념하는 '엘리트 스포츠팀'이 아니라 특별활동 차원에서 만들어진 팀이지만, 전국대회 3연속 우승을 일궈낸 중학교 최강팀이다.

17~18일 광주에서 열리는 제12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 4연패에 도전하는 상황이라 서울시청팀 차원의 '특별한 강습'이 이뤄지는 셈이다. "교장 선생님이 여러분들 응원하려고 광주까지 내려가는데 한 게임만 보고 올라오면 안 되겠죠?"라는 정낙영 교장의 말에 '와~'하고 환호를 내지르는 폼이 여느 중학생들과 다르지 않다.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하계중학교와 '스포츠 재능 나눔'
 
 스포츠 재능 나눔에 나선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선수들이 14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하계중학교 체육관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고 있다.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주장 김선해씨는 "매년 올 때마다 학생들의 집중도나 참여도가 남다르다는 걸 느낀다. 여기에 성적까지 좋으니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서울시청팀이 하계중학교와 '스포츠 재능 나눔'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올해가 3년째다. 시청팀의 주장 김선해씨는 "매년 올 때마다 학생들의 집중도나 참여도가 남다르다는 걸 느낀다. 여기에 성적까지 좋으니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학년 임가현양은 평일 1시간씩 핸드볼부 활동을 하면서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다. 정형외과 의사가 꿈이라는 그는 "시청팀 언니들의 패스가 빠르고, 연습경기에서 작전 짜는 법을 가르쳐주니 실전에도 도움이 된다"며 "고등학생이 돼도 공부에는 체력이 중요하고, 갈수록 단체활동 기회도 줄어들 것 같아서 핸드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비인기 종목'으로 외면받는 여자핸드볼이지만, 올림픽 같은 국제경기에서 받는 대접은 다르다.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은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확보하면서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이후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남자핸드볼의 스페인팀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진출에 실패하며 9회 연속 기록이 끊어진 상태에서 거둔 쾌거였다.

핸드볼계에서는 1988년 서울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2연패의 화려한 성과보다는 이 부분을 더 높이 평가한다. 한국 여자핸드볼이 올림픽 때만 '반짝'하는 무관심을 딛고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30년 이상 유지하는 것에 대한 상찬이다.

서울시체육회, 지역 아동·청소년·동호인 대상으로 '재능 나눔'
 
 스포츠 재능 나눔에 나선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선수들이 14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하계중학교 체육관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고 있다.
 서울의 학교 스포츠클럽팀이 많아지고, 이런 팀들과의 교류 속에 직업 선수들이 더 힘을 낼 수 있는 동기가 부여되는 것은 "재능 나눔"의 부수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여자핸드볼은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이것은 한국 체육의 전반적인 위기이기도 하다).

여고 핸드볼팀의 경우 최근 막을 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 10개 시도만 팀을 꾸려서 내보낼 정도로 선수층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유소년 인구의 감소, 수도권 신도시의 분교 증가로 인한 구기팀 구성의 어려움, '스포츠 인권' 담론의 부상 등이 맞물려서 엘리트 체육의 퇴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핸드볼계 내부에서는 '경기력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엘리트 체육의 퇴조 현상이 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연호 코치는 "학교 운동부는 줄어드는데, 최근 2~3년 사이 서울의 학교 스포츠클럽은 50여 팀까지 늘어났다. 이제는 이틀 정도 대회 일정 잡아서는 전체 경기를 치르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클럽팀이 많아지고, 이런 팀들과의 교류 속에 직업 선수들이 더 힘을 낼 수 있는 동기가 부여되는 것은 '재능 나눔'의 부수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김선해 주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클럽팀으로 출발해서 전문선수로 성장하는 케이스도 생긴다고 들었다"며 "이런 팀들이 자꾸 생기고, 사람들의 관심이 살아나야 엘리트팀에 대한 지원도 지속되기 때문에 재능 나눔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체육회는 핸드볼 이외에도 탁구, 자전거, 펜싱, 철인3종 등 5개 종목 선수들이 지역의 아동과 청소년,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재능 나눔'을 펴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