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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무소불위 권한을 가진 대한민국 검찰, 어떻게 견제할 수 있을 것인가? 개선해야 할 수사 관행의 문제는 무엇인지,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 참여사회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고, 기소 여부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기소 편의주의, 구속 및 압수수색 영장 청구 등 강제처분 신청권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고, 인권을 침해하면서 절제되지 않은 검찰권을 너무 많이 행사해 왔다. 무죄 추정이 아니라 유죄 추정이었고,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유명무실해져 있다. 정치적 수사, 청탁 수사에서 표적, 편파, 먼지떨이식, 별건, 타건 압박수사, 피의사실 흘리기 등 검찰의 불법적·반인권적 행태는 너무나도 많다.
 
 월간참여사회 2019년 11월호 <특집> '검찰개혁의 시간'
 월간참여사회 2019년 11월호 <특집> "검찰개혁의 시간"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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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 처리와 잦은 소환, 심야 및 장시간 조사 

경찰청이 회사 간부의 영업비밀 침해사건을 1년간 수사하여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사가 몇 번 바뀐 뒤에 만 3년이 지나 기소했다. 핸드폰 단말장치 부정이용 등 전기통신 사업법 위반 등의 피의자 4~5명이 부천, 고양, 서울 북부, 서울 남부 지검으로 이송되면서 2년 넘게 수사를 받고 있다. 약국 분양사기 사건 피의자가 공권력을 농락하면서 주소를 이전하는데 모두 10차례 이송을 해 주었다. 임은정 검사가 모 검사의 성폭행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전 검사장 등 검찰 고위간부를 직무유기로 고발한 사건은 고발인 조사 한 번 하고 1년 반 동안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소설가 정을병은 <육조지>에서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진다'고 했으나 최근에는 검사는 불러 조질 뿐만 아니라 미뤄 조진다. 검찰 내규상 3개월 이내에 처리하도록 되어 있으나 훈시규정에 불과하고 검찰은 일정한 기준이나 원칙도 없이 2~3년 동안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장기간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고소인이나 피의자 모두 불안한 지위에 놓이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격언처럼 뒤늦게 결정되면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2010년 경, 한명숙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H씨를 8개월 동안 70회 이상 소환하여 반복 조사를 하고, 밤 11시 넘어 구치소에 돌아간 날이 열흘이나 될 정도로 집요하게 표적·심야·반복 조사를 하였다. 

지난 10월 15일 법무부는 심야 조사와 장시간 조사, 부당한 별건 수사, 수사 장기화를 금지하고, 반복적 구속영장 청구 자제와 압수수색 요건 강화, 인권침해나 적법절차 위반시 감찰 실시 등을 담은 인권보호 수사규칙을 입법예고 했다. 그런데 10월 25일, 심야 조사와 장시간 조사 '금지'를 조사 '제한'으로 수정하고, 부당한 별건 수사 용어를 삭제하여 재입법예고한 것을 보면 검찰이 잘못된 수사 관행을 개선할 의지가 없음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부당한 별건 수사나 수사 장기화는 그동안 너무 악용되어 왔으므로 반드시 금지되어야 한다. 

피의자의 기본권 침해하는 공개 소환과 포토라인
 
포토라인 설치된 서울중앙지검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에 조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 소환을 대비해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포토라인 설치된 서울중앙지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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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이나 저명인사, 사회적 관심이 큰 강력사건의 경우에는 소환 일시, 장소를 공개하고 포토라인에 서게 해서 많은 기자들이 촬영을 하고, 심지어 피의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까지 한다. 이는 무죄추정의 원칙, 초상권, 진술 거부권 등 피의자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므로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상당수 국민들은 피의자 인권 못지않게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므로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하나, 국민들이 공적 인물인 피의자가 어떤 혐의로 수사 중이라는 것만 알면 되는 것이지 피의자의 얼굴이나 출두 장면, 더군다나 자백 여부까지 알 필요는 전혀 없다. 이는 언론의 자극적 보도나 국민들의 보복 감정을 만족시켜줄 뿐이다. 

사법정의 실현 방해하는 피의사실 공표

기소도 이뤄지기 전에 수사기관이 수사내용을 자유롭게 공표하면 피의자는 사실상 언론과 여론의 재판을 받게 된다. 그러면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되고, 피의자에게 망신을 주어 위축되고 방어권 행사를 크게 제약하여 무죄추정 원칙이나 사법정의 실현에도 반하게 된다. 

그동안 경찰은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수없이 브리핑을 해왔고, 검찰도 비공식적으로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려주어 실시간으로 보도된다. 모두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하나, 2010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총 317건의 고소·고발 건 중 단 1건도 기소된 경우가 없을 정도로 사문화되었다.

2010년 법무부가 제정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 준칙'에는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중대한 오보를 방지할 필요가 있거나 국민이 즉시 알 필요가 있는 경우, 범인 검거 정보제공을 위해 국민 협조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 기소 전 수사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는 피의자 인권 등 기본권과 국민의 알 권리가 상충하는 만큼 범죄의 중대성을 반영한 범죄의 종류, 국민의 알 권리와의 관계상 공표가 필요한 피의자의 범위, 공표할 피의사실의 범위 등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수사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한 경우 피의사실 공표죄가 성립한다. 
- 형법 제7장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 제126조(피의사실공표) 

변호인 조력 받을 권리 강화돼야

몇 년 전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수사 중인 의사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적이 있다. 담당 검사에게 피의자가 너무 억울해 하므로 조만간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할 테니 피의자의 변소(자기 스스로를 변론함)를 들어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전화했다.

며칠 후 오전 일찍, 담당 검사를 만나 변호인 선임계와 의견서를 제출하려고 했더니 전날 이미 기소를 한 상태였다. 나중에 무죄가 확정되기는 했지만, 불구속 사건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피의자의 변소를 먼저 들었다면 기소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피의자는 무죄를 받기 위해 수차례의 재판 출석, 변호인 선임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을 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참 못된 검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에는 모 지청에서 뇌물공여로 수사 중인 회사 사장의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피의자가 무척 당황하여 진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에 변호인으로서 조언했는데, 검사가 앞으로 계속 조언을 하면 수사 방해로 퇴정시키겠다고 했다. 휴게 시간에 검사는 훨씬 많은 금액을 공여한 공범은 자백했고, 피의자도 선처할 테니 자백하라고 강권했다. 불구속기소 했으나 무죄가 확정되었다. 변호인의 조력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변호인에게 공범이 자백했다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자백을 유도하는 참 나쁜 검사였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권리로 피의자의 방어권 보호와 심리적 안정, 검찰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수사 방지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 참여에 대한 수사관들의 인식이 약간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검사들은 변호인을 귀찮고 불편한 존재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피의자 신문 시에 변호인 참여에 대한 수사관들의 의식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구속 및 압수수색 영장청구 권한의 남용

강제수사는 기본권 침해를 수반하므로 다른 증거확보 수단이 없을 때 최소한 범위 내에서 행해야 한다. 그런데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98%이고, 사안에 따라 신청과 발부 기준이 너무 자의적이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입구를 빠져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9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입구를 빠져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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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 때 70곳 이상을 압수수색하고, 자택에 세 차례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여 11시간 압수수색을 했다. 반면에 임은정 검사가 검사의 공문서 위조 사건을 무마하려한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신청한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두 번이나 반려했다. 압수수색 대상, 범위, 방식 등을 명확히 하여 압수수색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하며, 피의자가 압수 목록에 대해 이의제기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

최근 10년 동안 경찰이 검찰 공무원 범죄와 관련해 55건의 각종 영장을 신청했지만, 실제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것은 10건에 불과하다. 특히 체포·구속영장은 9건을 신청했지만 1건도 법원에 청구하지 않았다. 영장청구권을 독점한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에 악용하는 명백한 권한 남용이다. 검찰이 악용하는 영장청구권을 통제할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 

잘못된 수사 관행, 법과 제도로 개선해야

위와 같은 불법적이고 부당한 검찰의 수사 관행으로 인권이 침해되고 사법정의가 수없이 왜곡되었다. 이런 잘못된 관행은 검사들의 준법 의식과 인권 감수성 부족, 검사가 사건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잘못을 하지 않는다는 엘리트주의와 무오류 의식에서 기인한다. 또 수사와 기소(불기소)를 잘못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외부 통제 장치가 거의 없으며, 피의자 및 변호인에 대한 배려 부족, 공명심과 출세욕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자체적인 개혁은 실패한 경험도 많고,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 높아진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토대로 반드시 외부에서 법과 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 검찰개혁을 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민경한 님은 변호사이자 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19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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