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표조국 전 법무부장관 '보도 참사'를 계기로 '언론사별 공동취재'를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언론정보학회에서 연 특별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박영흠 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인사 검증 보도를 할 때 기자협회가 주관을 하든 해서 언론사들끼리 협업을 하자"라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이미 풀취재를 하고 있어 불가능하진 않다고 본다"라며 "일시에 엠바고를 맞춰서 함께 보도하면 인력과 시간에 쫓기는 일 없이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25일 오후 3시 서울 시청역 인근 환경재단 건물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특별세미나 '언론개혁: 취재보도 관행과 저널리즘 원칙의 성찰'이 열렸다. 

"조국 보도, 이전 관행과 크게 다르지 않아"
 
 박영흠 협성대학교 교수
 박영흠 협성대학교 교수
ⓒ 유지영

관련사진보기

 
박영흠 협성대 교수는 "조국 장관 보도가 이전 보도 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지적하면서 언론사의 ▲ (단편적) 사실 확인의 관행 ▲ 취재원 의존 관행 ▲ 야마(주제) 관행 ▲ 단독 경쟁의 관행을 대표적인 폐해라고 진단했다.

박영흠 교수는 잘못된 언론사의 보도를 두고 일일이 제목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 교수가 특히 잘못된 보도라고 강조한 보도는 채널A에서 나왔다. 

<"정경심 처음 봤다"던 병원장은 서울대 동기였다>(채널A, 9월 21일) 보도를 두고 "병원장이 정경심 교수와 절친한 사이여서 진료 기록을 삭제해주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는 뉘앙스를 주지만 제시되는 사실은 고작 같은 대학의 다른 학과에 같은 해 입학했다는 것뿐이다"라며 "검증에 실패했다면 보도하지 않았어야 마땅하다"라고 비판했다. 

<부산대 의전원 소개서 5만원에 팔아>(채널A, 8월 21일) 보도를 두고서 박 교수는 "조 장관의 딸이 자기소개서를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합격 자기소개서를 비싸게 판매했다는 내용인데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전혀 무관한 정보"라고 지적했다. 

<조국 처남이 몸담은 해운사, 계열사 명의로 북 석탄 운반선 소유>(조선일보, 9월 18일)는 가장 황당한 보도로 꼽혔다. 박 교수는 "조 장관과 아무 상관없는 내용을 굳이 연결지어 보도하고 있고, 특히 연결된 내용이 묘하게 북한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악의적"이라고 평했다.

이날 특별세미나 자리에서는 기자들이 단편적인 사실을 확인해서 보도하거나 지나치게 검찰에 의존해서 보도하거나 이른바 '야마'(주제)에 맞도록 사실을 취사선택하거나 과도한 단독 경쟁을 벌이는 것 등이 문제라고 지적됐다. 

박 교수는 "언론들이 경쟁하기보다 대책을 살펴봐야 할 떄가 아닌가 싶다"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만 이야기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만 하다 보면 앉아서 망하는 길밖에 없다"라고 조언했다.
 
 이준웅 서울대학교 교수
 이준웅 서울대학교 교수
ⓒ 유지영

관련사진보기

 
이준웅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유명한 과학잡지에 실린 정보 역시 가까운 시일에 (과학자) 후배들에 의해 부정이 된다, 그게 과학"이라면서, 반면 "한국 언론 내부에 '사실에 부합한 내용이면 뉴스가 된다'는 도그마가 존재한다"라고 지적했다. 즉, 사실이 곧 뉴스라는 믿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이준웅 교수는 최근 언론사들의 '팩트체크'를 언급하면서 "언론사들이 팩트체크를 끊임없이 하고 팩트체크를 잘하면 잘 될 것처럼 알지 않나, 물론 사실 확인은 언론 활동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충분히 중요한 조건인지 애매하고 이것만 하면 좋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조국 보도에 사과한 언론사 없어"

이날 특별세미나에는 몇몇 현직 언론계 종사자들이 토론자로 나왔다. 이중에는 뉴스 수용자층이 변하면서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기자도 있었다. 성한용 <한겨레> 기자는 "시민들에게 죄송하고 반성하고 있다"라면서도 "시민들이 자기 믿음하고 뉴스하고 충돌하면 옛날에는 뉴스를 보고 생각을 바꾸었는데 지금은 걷어차 버린다, 뉴스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는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KBS에서 언론 비평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를 만들고 있는 김양순 팀장은 "기자들이 그동안 검찰발 뉴스에 의지를 많이 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는 출입처 제도의 결함 때문일 수도 있고 검찰이 너무나 무소불위의 존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라고 짚었다.

김 팀장은 "(일련의 절차들은) 사실에 가깝게 보도할 수 있다고 여겨져온 최적화된 베스트 프랙티스(모범 실무)이고 기자들이 바꾸기 쉽지 않다, 그 실무를 여기 계신 분들께서 바꿔달라"고 주문했다. 
 
 박건식 MBC PD
 박건식 MBC PD
ⓒ 유지영

관련사진보기

 
MBC 박건식 PD수첩 책임피디이자 전 PD연합회 회장은 출입처 제도에 비판을 가했다. 박 PD는 "세월호 참사 보도 못지 않다고 생각하고 조국 관련 보도 참사 백서를 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 PD는 "매일 같이 쏟아지는 보도들이 좋든 나쁘든 조국에 염증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런 수많은 오보에 대해 사과한 언론이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박 PD는 "기자들은 여전히 30년 전 생산자 관행애 머물러 있어 시민들과 격차가 벌어진 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고 본다, 그중에서도 출입처 제도가 핵심"이라며 "권력 감시 기능을 하려고 갔는데 권력기관과 유착이 된다"라면서 출입처 제도를 비판했다. 

"언론을 안 보고 비판하는 건 위험해" 

적어도 언론을 보고 비판해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송태엽 YTN 해설위원실 실장은 "한 교수님께서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끊었다고 말씀하시고 제 친구도 <경향신문>을 끊었다고 한다,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언론 비판을 하시는 교수님께서는 신문을 안 보신다고 한다"라며 "신문을 보지 않고 어떻게 언론을 비평할 수 있나, 이런 부분은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송태엽 실장은 "더 많이 언론을 모니터하면서 비판해주시고 잘할 수 있도록 채찍질을 해달라"라고 요구했다. 또 "'객관저널리즘은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목표지만 버릴 수 없는 이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다가 독자 다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다, 죽는 언론도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채영길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타사 기자들끼리 서로를 '선후배'로 호칭하는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기자들 간에 동질성을 해체해야 한다"라면서 "매체 구분 없이 선배로 호칭한다, 자신이 속한 지역과 계층, 성에서 벗어나 세상을 써나갈 것을 주문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저널리스트를 보고 싶다"라면서 "조직에 반대하고 출입처를 거부하고 선후배 호칭을 포기하는 요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조국 보도가 한국 사회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킬 것이라고 본다"라며 "어느 언론도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3~4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는 '낙관론'을 내놓아 토론자들 사이에서 주목받았다. 이 편집국장은 "민주주의에서 이런 갈등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향해 싸우는 게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과정이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사실의 나열이 진실이 되는 건 아니고 검찰의 주장은 주장일 뿐이지만 취재 현장에서 받아쓰게 되는 현장의 논리가 있다"라며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검찰에 공식 브리핑을 하라고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보 및 문의사항은 쪽지로 남겨주세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