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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초, 참여연대의 오랜 회원 조정래 선생의 <천년의 질문> 출간을 기념하여 특별 서면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잘 알려진 대로 조정래 선생은 인터뷰 원고를 원고지에 친필로 작성하여 팩스로 보내왔다. 이를 정리해 싣는다.

- 안녕하세요.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요? 
"예, 오른쪽 아랫배에 두 번째 탈장 수술을 했습니다. 너무 오래 앉아 글을 써서 생긴 일종의 직업병입니다. "세 번째 발병하면 대책이 없습니다. 하루 두 시간 이상 책상에 앉지 마십시오." 의사는 마치 협박하듯이 말했습니다. '대책이 없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창자가 흘러내린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런 말에 기죽어 글쓰기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하루에 두 시간씩만 쓰면 됩니다. 그 작업량을 엄밀히 계산해보니 200자 원고지 10매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1년이면 300일 반 잡고 얼마인가요? 의사 선생님의 지엄한 협박은 간단히 무력화되고 말았습니다."

- 건강관리 비법과 글을 쓰는 동력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건강관리 비법은 ① 음식을 고루고루,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는다. ② 채식과 소식을 한다. ③ 국민보건체조를 하루에 몇 번이고 한다. ④ 꾸준히 산책을 한다. 글을 쓰는 동력은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의식의 실천 욕구의 샘솟음입니다." 
     
소설가 조정래 조정래 선생은 참여연대 20년 회원이다. 그의 신작 소설 <천년의 질문>을 읽고, 200여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연대 회원으로 가입했다.
▲ 소설가 조정래 조정래 선생은 참여연대 20년 회원이다. 그의 신작 소설 <천년의 질문>을 읽고, 200여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연대 회원으로 가입했다.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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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년 동안 한국 사회는 촛불시위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까지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안녕해지셨는지요. 
"안녕해지는 과정에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의식은 줄기차게 높아지고 있고, 따라서 한국이라는 나라는 건강하고 튼튼하게 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날의 촛불시위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우리의 세계적인 두 가지 자랑거리인 경제발전과 민주화 성취에 이은 세 번째 자랑거리일 것입니다. 유럽 여러 나라들이 깜짝 놀란 촛불시위의 성과는 21세기 평화혁명의 모델이었고, 민주발전의 완벽한 개화였고, 우리의 미래를 밝게 비추는 등불이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그 길을 줄기차게 따라가면 우리 모두의 행복한 열매는 주렁주렁 열릴 것입니다."

-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재를 배경으로 국가와 권력, 정치 그리고 시민에 대한 아주 오래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번 소설이 작가로서 선생님 작품세계에서 갖는 의미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지요. 
"저는 작가로서 문학청년 때부터 나는 왜 하필 이런 척박한 역사의 땅에 태어났을까, 그런데 수많은 직업들 중에서 왜 하필 문학을 하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무엇을 써야 할 것인가, 이 세 가지 질문을 평생토록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천년의 질문>은 그 질문에 대한 응답 중의 하나입니다. 그 응답은 독자들에게 '이 나라는 크나큰 중병에 걸려 있다. 그 병을 우리 스스로 고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그 평화로운 해결 방법은 바로 이런 것이다' 하는 것을 전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 주인공 '장우진'을 비롯해 작품 속 등장인물은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하거나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민변, 녹색평론 등 실재하는 단체들이 등장합니다. 그래서인지 '소설인데 현실 같다'는 독자 반응이 유독 많은 것 같아요. 
"'소설인데 현실같다'는 말은 <태백산맥> 때부터 들어온 말입니다. 그때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 둘 사이의 경계를 찾아보기 어려운 소설이 진짜 좋은 소설입니다.' 그런데 <천년의 질문>은 더욱 '바로 지금'의 현실을 다루고 있으니 그 경계 구분이 더욱 어렵겠지요. 그걸 굳이 구분하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소설은 인간과 역사, 사회에 대한 탐구이며, 있었던 일, 있는 일, 있을 수 있는 일을 자유자재로 쓰는 것이다' 하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도 다른 소설들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신경  쓰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조정래 선생의 <천년의 질문>
 조정래 선생의 <천년의 질문>
ⓒ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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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우진'은 시사주간지 기자로서, 사회부조리에 맞서 대한민국 현실을 조망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 언론의 모습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예, 그래서 저는 <천년의 질문>에서 언론이 나라를 망치는 다섯 개의 권력집단 중의 하나로 꼽은 것입니다. (나머지 네 개는 입법·사법·행정부의 권력자들과 재벌) 우리나라 언론이 많이 병들고 타락해 있다는 사실은 국민 모두가 다 알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건 우리나라의 천민 자본주의 50년 역사와 직결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재벌기업들의 광고와 결탁되고, 국가권력들과 야합한 결과가 그것입니다.

최신 유행어인 '기레기'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 대중들이 보내는 그 야유와 모독을 언제까지 받을 것입니까. 언론들은 그만 어서 빨리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도록 정화되어야 합니다. 작가란 오로지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존재이듯이, 똑같이 언어 작업을 하는 기자들도 '사실과 진실'만을 말해야 합니다. 언어는 영원불변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고, 한 번 거짓으로 쓰여진 기사는 비문에 새겨지듯 '만년의 죄'를 짓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 최근 이른바 '조국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의 집회가 진영논리나 편가르기로 보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국민들 분노의 출발점은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보시는지요.  
"이른바 '조국 사태'의 핵심은 간단명료합니다. 군부독재 시대부터 말 많고 탈 많았던 '검찰개혁'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 국민적, 국가적 명제 앞에서 무슨 이론이 있을 수 있습니까. 진영논리나 편가르기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고, 음모입니다. '국민의 분노'는 지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입니다. '끝없이 월권하고 횡포해온 검찰을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민주주의는 파괴되고, 나라는 망하게 생겼다. 그러니 빨리 개혁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국민들은 거리로 나와 뭉쳐서, 함께 외쳐대기 시작한 겁니다. 가장 정당하고 당당한 국민 노릇, 주인 노릇을 시작한 것입니다. 모두 함께 해야 하는 민주주의 축제입니다." 

- 촛불 이후 시민들의 참여 욕구와 열망이 높아졌지만 동시에 포퓰리즘이나 반지성주의, 시민단체 효능감에 대한 문제도 제기됩니다. 시민들의 이러한 열망을 더 나은 민주주의로 연결하기 위해 시민단체 또는 시민운동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정당하고 정의로운 국민의 민주행동을 포퓰리즘이나 반지성주의라고 유식한 말 동원해서 부정적 색깔을 칠하는 지식인들이야말로 기회주의적이고 무책임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입니다. 지식인들은 앞으로 나설 용기가 없고, 기득권적 현실에 안주하고 싶거든 그저 침묵하고 있을 것이지 논리 안 서고 맥락 닿지 않는 부정적 언사를 남발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야말로 반사회적이고 큰 죄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지금 아주 중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세계 유일의 나라' 이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세계의 평가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자존심이고 긍지이기도 합니다. 그 말을 그대로 들으면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천국 같습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예, 겉으로 드러난 숫자들은 대한민국이 천국이라는 착각이 들게도 합니다. GDP 3만 2천불, 수출 세계 7위, 경제력 10위. 참 휘황찬란한 숫자들입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을 직시하면 그 천국은 바로 지옥이 되고 맙니다. 괴롭지만 우리 현실을 대충 짚어봅시다.

노동시장의 48%가 비정규직입니다. 30대 재벌기업들의 비정규직 평균이 43% 정도입니다. 그래서 상위 10%가 전체 경제의 60.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UN에서 2016년에 지니계수를 발표하여 한국을 '위험사회'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그 위험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해마다 악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국민의 65% 이상이 '나는 빈곤층'이라고 탄식적 응답을 하고 있습니다.

그 탄식을 입증하는 엄연한 통계들이 몇 년 전부터 우리 앞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OECD 국가들 중에서 자살률 1위, 출산율 꼴찌, 이혼율 1위, 고령화 1위, 빈부격차 1위, 복지제도 꼴찌···. 이렇게 되면 변명의 여지 없이 우리가 지옥살이를 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럼 이 현실을 어째야 할까요. 그냥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개선의 길이 있고, 우리는 개선할 능력도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가 선망해마지 않는 유럽의 선진민주국가들은, 그들이 그렇게 되기까지 400년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우리는 건국 70년에 불과합니다. 지금부터 개선과 개혁의 깃발을 들어 올리면 됩니다.

그 희망이 바로 시민단체들의 연대행동이라고 저는 <천년의 질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그건 유럽 여러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걸어온 길이기도 합니다. '평화혁명상비군 1,000만'을 확보하는 시민운동, 그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정래 선생 서면 인터뷰 지난 10월 초, 참여연대의 오랜 회원 조정래 선생의 <천년의 질문> 출간을 기념하여 특별 서면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잘 알려 진대로 조정래 선생은 인터뷰 원고를 원고지에 친필로 작성하여 팩스를 보내왔다.
▲ 조정래 선생 서면 인터뷰 지난 10월 초, 참여연대의 오랜 회원 조정래 선생의 <천년의 질문> 출간을 기념하여 특별 서면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잘 알려 진대로 조정래 선생은 인터뷰 원고를 원고지에 친필로 작성하여 팩스를 보내왔다.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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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소설이 출간된 이후 참여연대 회원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6~9월 사이에 소설을 읽고 가입했다고 밝힌 참여연대 회원이 200여 명이 넘습니다. 작품을 구상하실 때 이런 결과를 의도하셨는지요. 이런 현상을 문학의 사회참여 측면에서 말씀해주세요. 
"'200여 명이 넘'는다니, 섭섭합니다. 2만여 명은 못 되더라도 2천여 명은 되어야 제가 보람을 느낄 텐데요. 좀 더 기다려 보십시다. 그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 믿으면서. 그 근거는, 책이 계속 팔리고 있으니까요. 이런 현상이 반드시 일어나야 바람직한 사회고, 미래가 있는 사회일 것입니다. 문학이 미학만을 추구해서는 불구를 면할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발명품들이 갖는 절대불변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인간의 삶에 유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치·종교·언어가 인간의 3대 발명품이고, 문학은 언어가 창조해낸 가장 화려하고 최정점의 발명품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문학작품은 인간의 삶에 유익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절대명제 앞에서 문학이 역사·사회의식 없이 미학만을 추구한다면 문제가 아니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균형 잡힌 탁월한 예술은, 문학은 역사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학은 역사와 사회와 밀접한 관계 속에서 공생·공감해야만 한다고 생각해 왔고, 그 실천적 삶을 살고자 해 왔습니다."

- 선생님께서는 참여연대 창립부터 함께하셨고 회원 기록상 올해 6월로 20년지기 회원이 되셨어요. 국내 여러 시민단체 중에서도 이렇게 오랜 기간 특별히 참여연대를 꾸준히 후원하고 지지해오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참여연대가 가장 바람직한 시민단체 활동을 전개해 왔고, 그 성과도 국민들이 체감할 만큼 컸기 때문입니다. 참여연대는 저의 자랑이 될 만큼 활동을 잘해 왔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줄기차게 참여연대에 힘을 보탤 것이고, 참여연대도 더욱 창조적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투쟁해나가기 바랍니다.

그 열정과 사명감이 참여자를 확대시켜 나갈 것이고, 그 줄기찬 힘이 이 사회를 꾸준히 바꿔 나아가며 결국 우리 모두의 행복을 성취하는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참여연대 출발의 그 '첫 마음'으로 투쟁의 깃발을 들고 늘 씩씩하고 굳세게 거리에 나서 주기를 바랍니다."

- 내년이 등단 50주년입니다. 앞으로 독자들에게 어떤 작가로, 또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도 함께 들려주세요. 
"벌써 50주년입니까? 저에게 '50'이란 숫자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새 작품을 쓸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평범하게 보낼 것입니다. 작가에게는 새 작품을 써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어떤 작가로 기억되길 바라느냐고요? 글쎄요, '우리 민족과 조국을 가장 사랑한 작가'로 기억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천년의 질문>은 이 땅의 작가로서 최소한의 임무를 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참여연대 회원들과 함께 만나는 기회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면으로나마,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회원 여러분, 참여연대 회원으로 사시는 것에 감사드리고, 축복을 드립니다. 시민단체를 돕고 있는 것, 그것처럼 의미 있고, 바람직하고, 훌륭한 삶은 없습니다. 시민단체를 돕는 것은 곧 나 자신을 돕는 것입니다. 지치지 말고 꾸준하게, 이 세상을 다할 때까지 시민단체를 돕는 것, 그것이 내 사랑하는 자식, 손자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것을 잊지 맙시다. 그리고 이웃들에게도 함께 회원이 되기를 권합시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일'이라는 것을 일깨우면서."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참여사회 편집부에서 쓴 글이며, 월간 <참여사회> 2019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


[세트] 천년의 질문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은이), 해냄(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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