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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꿈가게 사업 이전(위)과 이후(아래) 참여 식당의 모습 점포 밖 1m 남짓 내놓았던 시설물들이 철거되고 민원의 대상이었던 화덕도 환풍시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행환경과 영업환경이 개선되었다. 시의 지원도 컸지만 업주가 다른 창고 건물을 임대해 적치물을 해소하는 등 적극 호응한 결과다.
▲ 가꿈가게 사업 이전(위)과 이후(아래) 참여 식당의 모습 점포 밖 1m 남짓 내놓았던 시설물들이 철거되고 민원의 대상이었던 화덕도 환풍시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행환경과 영업환경이 개선되었다. 시의 지원도 컸지만 업주가 다른 창고 건물을 임대해 적치물을 해소하는 등 적극 호응한 결과다.
ⓒ 최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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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도시재생사업 '다시세운프로젝트'의 대상지는 43만m²에 달한다. 동서 0.4km, 남북 1km의 거대한 블록을 생각하면 얼추 비슷하다. 오늘은 그 넓은 지역에서 고작 10m²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전체 면적의 4만분의 1, 점과 같은 작은 공간이다. 그러나 전체를 반영하는 부분처럼 이곳의 특징과 도시재생의 현재 한계를 압축하고 있는 사례라 생각한다. 바로 을지로20길에 있는 '시골집'이라는 LA갈비집의 이야기다.

두 달 전 연재를 시작하면서 첫 번째로 소개한 것이 을지로 LA갈비 골목 이야기다(관련 기사 : 을지로 LA갈비 골목에 무슨 일이 있었나). 서울시에서는 도시재생으로 야기된 갈등 해소를 위해 '가꿈가게'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쇠락한 가게의 리모델링을 지원해준다는 이야기도 글에 덧붙였다. 

진행 자체가 쉽지는 않았다. 도시재생으로 불거진 갈등 조정 차원 사업임에도 시는 간판과 전면부 위주 수리를 바랐으나 주민들에게 시급한 것은 무너져내리는 천정과 같은 구조 개선이었다. 개선 후 임대료를 올리지 않겠다는 상생협약을 맺는 것에 임대인은 소극적이었고, 고치거나 말거나 귀찮게만 하지 말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11개의 가게가 이 지원사업을 신청했고, 먼저 공사를 진행한 곳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간 민원의 대상이었던 '거리에 내놓은 화덕'은 점포 안으로 들어갔고, 전면부도 시의 디자인 권고안을 따라 깔끔하게 바뀌었다. 여기에 업주들은 자부담을 더 해 열악한 영업환경을 바꾸고 있다.

생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은 정당한가? 
 
'시골집' 공사 전(위)과 중지된 현재 상태(아래)  시골집은 옆 인쇄소와 한 건물을 이루고 있으며 이번 공사는 인쇄소를 제외한 시골집만 진행 중이었다.
▲ "시골집" 공사 전(위)과 중지된 현재 상태(아래)  시골집은 옆 인쇄소와 한 건물을 이루고 있으며 이번 공사는 인쇄소를 제외한 시골집만 진행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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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골집'도 가꿈가게 사업에 참여해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었다. 계획대로라면 다음 주 중에는 새단장한 가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사 시작한 지 사흘이 되던 지난 16일 현장을 조사 나온 구 직원에 의해 공사가 전면 중지되었다. 공사 중 보를 뜯어내면서도 구청에 신고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누군가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 '개축' 판정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려면 심의를 거쳐야 하게 되었다.

간략하게 적었지만, 사실만 놓고 보면 행정의 법 집행은 명쾌하고 타당해 보인다. 건축물의 보와 같은 구조물을 보수나 철거하는 것은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기에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시골집의 규모와 상황, 업주의 위법에 견주어 그가 져야 할 책임이 적당한가, 지금 초래된 상황이 온전히 저 업주만의 책임으로 돌려야 하는지를 다른 주민들이나 시민들에게 그리고 행정에 묻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시골집 업주는 폐업 위기에 처했다. 담당 구 직원에게 심의에 드는 시간을 물으니, 심의 건수가 쌓여야 심의가 개최된다고 한다. 중구청 홈페이지를 보면 평균 한 달에 한 번꼴로 심의가 열렸다. 개축 접수에 필요한 설계까지 진행하려면 얼마가 걸릴지 모른다. 인근 건축사에 따르면 심의 신청 과정에 2천만 원 이상 들고, 재정비 촉진지구에 현재 도로로 분류된 공간이라 허가가 나오기 어렵다고 한다.

3평 남짓 크기에 월세 45만 원인 점포다. 문제가 커지자 업주는 우리 활동가에게 통장을 펼쳐 보였다. 통장 안에는 늘어난 공사비는커녕 공사 기간 월세와 생활비라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는 금액이 들어 있었다. 게다가 문제가 커지면서 임대인에게 쫓겨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과연 지금 상황이 업주에게 오롯이 이런 고통을 안겨야만 하는 상황일까?

50년 동안 개축 이뤄진 건물
 
시골집과 한 건물을 이루고 있는 인쇄소 내부 모습 이미 다른 소재로 바뀌어 어디에도 목조 건물의 자취를 찾을 수 없다.
▲ 시골집과 한 건물을 이루고 있는 인쇄소 내부 모습 이미 다른 소재로 바뀌어 어디에도 목조 건물의 자취를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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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에서는 현 상황이 '개축'에 해당한다고 한다. 법규를 살펴보면 '개축'이란 기존 건축물의 전부 또는 일부(내력벽·기둥·보·지붕틀 중 셋 이상이 포함되는 경우)를 철거하고 그 대지에 종전과 같은 규모의 범위에서 건축물을 다시 축조하는 것을 말한다(건축법 시행령 2조 3). 이 법에 근거해 구청은 시골집이 '목조' 건물로 등록이 되어 있으나 목조 구조물을 남기지 않고 철거했기에 개축이라는 입장이다.

시골집의 천정과 지붕을 뜯어낸 잔해를 모두 치웠기에 대신 같은 건물인 바로 옆 칸의 인쇄소를 살펴보자. 인쇄소 내부를 찍은 사진을 보면 어디에도 목조 기둥을 발견할 수 없다. 당연한 것이 이 건물은 언제 지어졌는지 기록도 없는 건물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50년이 됐다고 한다.

재개발 구역으로 개보수가 여의치 않았던 시절이니 불편을 감내하다가 알게 모르게 기둥이나 보와 같은 목조 구조물은 시멘트 블록으로 샌드위치 패널로 바뀌어 갔을 것이다. 이 골목의 집들이 대부분 이렇게 50년 동안 야금야금 개축이 이뤄진 셈이다.      

오히려 공사 당시의 상황을 보면 기존의 구조물들이 심각하게 안전을 위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래로 축 처진 천정을 걷어낸 자리에는 아래 사진과 영상(공사 당시 영상)처럼 슬라브 골판이 불룩한 배를 내밀고 있었다. 그 안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고. 공구로 구멍을 뚫으니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위아래로는 수십장의 슬라브와 합판이 썩어 있었다.

50년의 시간이 거기에 있었다. 재정비 촉진지구라는 제약 안에서, 임대인의 무관심 아래서 비가 오면 덧대고 덧대었을 임차인들의 한숨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아찔한 위험이 거기 있었다. 

40년 재개발 구역이 만든 쇠락, 왜 세입자가 책임져야 할까?
 
'시골집' 천정을 뜯어낸 후의 상황 오랜 시간동안 썪은 지붕틀은 고인 물의 무게로 거의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 "시골집" 천정을 뜯어낸 후의 상황 오랜 시간동안 썪은 지붕틀은 고인 물의 무게로 거의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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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세운 프로젝트'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도시재생 현장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도시가 쇠락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되어 있다. 수십 년 제도의 범위 내에서 민간의 활동들이 저 썩은 슬라브처럼 켜켜이 쌓여온 결과다. 그럼에도 결국 그 도시의 모습에, 건물의 모습에 대한 책임은 왜 마지막 폭탄을 떠안은 가장 취약한 세입자들만 지게 되는 걸까? 

이쯤 되면 임대인이나 토지주는 뭐하고 세입자가 전전긍긍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앞서 밝혔듯이 가꿈가게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임대인의 무관심이었다. 상생협약서를 받는 일은 고사하고, 임대인이 부담해야 할 자부담도 임차인이 부담해야 했다.

재개발에 묶여 어쩌지 못하는 곳이니 불편하면 나가라는 것이 우리가 지금 도시재생을 하고 있는 곳의 임대인들의 기본 정서다. 부당하지만 생계 때문에 임차인은 건물주의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임대인도 마다한 책임이니 구나 시의 책임을 묻는 것이 덧없는 일일 수도 있다. 서류에 목조라고 되어 있으면 반드시 목조 구조물이 있어야 하고. 시에서는 간판과 옥외 적치물만 치우라고 지원한 돈이니, 당장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천정이라도 참고 살거나, 자기 돈 들여 하다가 생긴 일이니 업주가 책임지는 것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도 무너지는 천정을 수리하려는 일이 이렇게 삶의 기반을 흔드는 일이어야 하느냐는 물음은 떨칠 수가 없다. 도시재생에서 권한 일이 이렇게 위험한 일이라면, 그리고 그 위험을 누구도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면, 누가 도시재생에 참여하려고 할까?

협업지원센터(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내가 하는 일은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일이다. 나는 그것이 곧 이해관계자의 폭을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임대인과 임차인만의 문제였던 것이 그 공간을 이용하며 정서와 문화를 공유한 주민과 시민의 이해관계와 얽혀 있음을 드러내는 것처럼. 도시에 관한 어떤 사안이든 거기에 우리 모두가 이해당사자임을 드러내는 것이 곧 참여를 유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참여는 곧 책임을 나누는 일
 
'시골집' 건축물 기록(위) 인근의 39년 된 다른 건물도 준공 기록(아래)이 나오지만, 이 건물은 언제 지어졌는지도 알 수 없다. 들리는 얘기론 50년을 넘었다고 한다. 다만 처음 지었을 때 목조였음을 알 수 있다.
▲ "시골집" 건축물 기록(위) 인근의 39년 된 다른 건물도 준공 기록(아래)이 나오지만, 이 건물은 언제 지어졌는지도 알 수 없다. 들리는 얘기론 50년을 넘었다고 한다. 다만 처음 지었을 때 목조였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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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자를 넓히는 일. 그건 참 해맑은 이야기다. 그러나 그 이면엔 감수해야 할 불편도 있다. 이해관계자로 참여하는 것은 책임도 같이 지겠다는 것이다. 구나 시나 공히 구정과 시정에 주민들의 참여를 권한다. 그건 책임도 같이 지라는 얘기다.

이 말이 주민들에게 설득력이 있으려면 구와 시의 행정도 현재 도시의 모습에 함께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책임을 나누는 길이 어떠할지는 앞으로 고민이 필요한 일이겠으나, 적어도 이 도시에 쌓인 시간에 대한 이해, 주민들이 처한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법규 해석과 집행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쩌면 행정가들의 인식과 태도를 바꾸는 것. 그게 도시재생이라는 거대한 미션을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절실한 '역량 강화'가 아닐까 싶다. 주민들에게 '역량 강화'를 요구하기 전에 말이다. 지금 가꿈가게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은 오직 행정과 그를 대리한 우리 활동가의 말을 믿고 자기 생계를 걸고 이 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는 충분히 감내하고 책임질 각오도 되어 있다. 여기에 어떤 역량이 더 필요할까?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과실에 적당한 책임을 물어달라는 얘기다.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활동가는 '개축'이라는 통보를 듣고는 도시재생 현장에서 행정과 주민 사이에 물렁뼈처럼 껴 있을 이유와 용기가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이 일에 어떻게 책임을 나눌지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센터장인 나도 책임을 나눌 생각이다. 이 상황은 오롯이 당신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할 낯이 우리에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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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은대학연구소 5소장. 도시재생 현장에서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