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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테이트모던' 백남준 전시장 중앙홀 모습
 런던 "테이트모던" 백남준 전시장 중앙홀 모습
ⓒ 이진선(JINSU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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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회고전이 전 세계미술을 선도하는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2019년 10월 17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열린다. 미국의 '테라미술재단'(Terra Foundation for American Art)의 테이트 미술관 '패트론'(Tate Patrons)의 후원과 현대자동차 '테이트 리서치 센터'(Hyundai Tate Research Centre: transnational)의 지원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전시는 총 200여 점의 작품과 사진, 영상, 아카이브 자료 등을 선보인다.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전자 빛과 소리의 결합한 작품은 물론, 그동안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실험적 초기작부터 이번 전시에서 주목받을 만한 대형설치 작품까지 다양하다.

또한 이번 전시는 테이트모던 국제 미술 수석큐레이터 이숙경 박사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의 미디어 큐레이터 루돌프 프릴링(R. Frieling)이 공동 기획했다. 여기에 테이트모던 큐레이터 발렌티나 라바글리아(V. Ravaglia)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마이클 레이몬드(M. Raymond)가 참여했다. 이 전시가 끝나면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과 암스테르담 스테델리크 미술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에서 순회전이 열린다.

이번 회고전은 [1] 소개 [2] TV정원 [3] 백남준 첫 개인전 [4] 실험 [5] 존 케이지와 머스 커닝햄 [6] 자아성찰 [7] 전파(Transmission)' [8] 플럭서스 [9] 샬럿 무어먼 [10] 요셉 보이스 [11] 촛불 하나 [12] 시스틴 채플 등 12개 파트로 나뉜다.

백지에 새 선을 긋듯 '인터넷시대' 예측 
 
 백남준 I 'TV 안경(TV Eyeglasses)' 1971 Collection ⓒ Estate of Nam June Paik. 이 작품은 1994년 '인터넷 드림(Internet Dream)'으로 업그레이드된다
 백남준 I "TV 안경(TV Eyeglasses)" 1971 Collection ⓒ Estate of Nam June Paik. 이 작품은 1994년 "인터넷 드림(Internet Dream)"으로 업그레이드된다
ⓒ Tate Moder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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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미래가 지금(The future in now)>이다. 서구의 시간개념과는 다르다. 과거, 현재, 미래를 긴밀하게 연결해 보는 시간관이다. 그러나 비선형적 시간으로 전천후 시제개념을 가졌다. 현재는 과거의 누적이고, 현재는 미래의 예측이다. 이게 백남준의 시간관인가. 그는 이런 시간관을 시계 같은 오브제를 통해 시각화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에 실린 미술평론가 조나단 존스(J. Jones)의 글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백남준, 1994년 웹 발명가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 보다 20년 전인 1974년에 인터넷을 예언했다." 그는 "백남준이 웹 세상의 진정한 선구자"라고 썼다. 백남준은 이걸 처음엔 '전자초고속도로(Electronic Superhighway)'라고 불렀다고 했다.

테이트모던 영국 측 큐레이터 발렌티나 라바글리아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점을 언급했다. "백남준은 1974년 '전자초고속도로(인터넷)'에 대해 글을 썼을 때 그는 단지 인터넷만을 예측한 것이 아니라, 이것이 주는 파장, 이것이 사회적으로 주는 창의적 사고와 경제적 영향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백남준은 멀리 내다보는 통찰력을 갖춘 광인 같은 예술가"라고 평했다. 1954년 사망한 야수파의 거장 앙리 마티스는 "새로운 언어를 만든 사람은 항상 50년을 앞서 간다"고 했는데, 이번 테이트모던에서 흥미롭고 재밌는 회고전을 연 한국 출신의 예술가 백남준(1932-2006)을 염두에 두고 한 말 같다고 평가했다. 
 
 백남준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전자초고속도로' 작업 중 모습 그의 장난기가 발동하다 ⓒ Estate of Nam June Paik
 백남준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전자초고속도로" 작업 중 모습 그의 장난기가 발동하다 ⓒ Estate of Nam June Paik
ⓒ Tate Moder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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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은 인터넷을 고안할 때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적은 비용을 강조한 이유는 뭔가? 그것은 정보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의 소외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과 미디어가 자본에 의해 휘둘리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평생 예술에 첨단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아트를 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에게 재미가 없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 유머러스한 장난기를 필수로 들어간다. 게다가 그는 전 세계의 예술가들과 철학자 등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는 점이 흥미롭다.

첫 전시, 음악으로 미술을 하는 급진성

'자아성찰' 섹션에 가면 백남준의 '손과 얼굴(1961년)'을 볼 수 있다. 세계 문제를 고민하는 철학자의 모습, 아니 '반가사유상'의 풍모다. 손과 얼굴이 닮았다. 백남준은 불교의 명상마저도 예술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려 했다. 이렇듯 60년대 그는 선불교에 관심이 많았다.
 
 백남준 I 'TV 자석(Magnet TV)' TV set and magnet black and white 1965 ⓒ Estate of Nam June Paik. TV의 쌍방 소통을 실험한 작품이다.
 백남준 I "TV 자석(Magnet TV)" TV set and magnet black and white 1965 ⓒ Estate of Nam June Paik. TV의 쌍방 소통을 실험한 작품이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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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은 늘 극단적이었다. 그의 미술은 급진적이고 실험정신이 강했다. 그래서 전위적이다. 마침 1962년에 생긴 시인, 음악가, 건축가 등 여러 예술가가 참가한 '플럭서스(Fluxus)'에 가입했고, 거기서 핵심 회원이 된다. 그중에서도 파격적이라 돋보였다. 플럭서스는 고체사회를 액체사회로 만들려고 했기에 지방자치를 강조하고 종합예술을 추구했다.

백남준은 세계 최초로 TV를 가지고 예술을 했다. 위에서 보듯 백남준은 일방(one-way) 소통방식이 아닌 쌍방(two-way) 소통방식인 TV로 바꾸려 했다. 또 그는 인간이 TV에 의해 세뇌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TV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줄 아는 주체적 존재이길 바랐다. 그래서 "TV가 평생 우리를 공격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반격할 때다"라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백남준이 독일에서 7년 준비한 첫 전시 '음악의 전시_전자 텔레비전'(1963.아래)이 이번에 테이트모던에서 재현됐다. 이 전시가 중요한 건 서양미술사에 유례 없는 비디오아트를 태동시켰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피아노와 TV를 등장시켰고, 음악으로 미술을 펼치는 엽기적인 전시를 펼쳤다. 서양예술가들 혼을 빼놓았다. 유럽미술판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셈이다.  
 
 백남준 1963년 첫 전시 '음악의 전시_전자 텔레비전'를 이번 테이트모던 전시장에 재현하다 ⓒ Estate of Nam June Paik ⓒ Tate(Andrew Dunkley)
 백남준 1963년 첫 전시 "음악의 전시_전자 텔레비전"를 이번 테이트모던 전시장에 재현하다 ⓒ Estate of Nam June Paik ⓒ Tate(Andrew Dunkley)
ⓒ Tate Moder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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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즈음에 나온 백남준은 일본의 아베와 함께 첫 로봇 'K-456(1964)'을 만들었다. 그는 로봇을 정말 사람처럼 봤다. 백남준은 이 로봇을 아들처럼 아꼈다. 이 로봇은 '존 에프 케네디'의 연설도 했다. 똥도 쌌다. 콩알만 한 똥이 하루에 한 번씩 나온다. 요즘에는 로봇이 많았지만 1964년에 이런 로봇이 만들어진 건 대단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선구적이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일본, 독일, 미국을 오가며 당대 첨단의 글로벌 예술가들과 접촉했다. 그 중 대표적 인물로 미국 출신의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J. Cage), 또 전설적인 안무가 머스 커닝햄(M. Cunningham), 그리고 독일 출신 요셉 보이스(J. Beuys)가 있었다.

그리고 첼리스트 샬럿 무어맨(C. Moorman)이 있었다. 그녀는 유일한 여성으로 줄리아드 음대를 나온 재원이다. 처음에는 국립 오케스트라 단원이었다. 그녀는 암투병을 하면서도 백남준을 만나 퍼포먼스와 액션 전자음악의 거장이 되었다. 이번 전시에 그녀와 관련해 'TV 첼로'(1971)와 영상과 사진 등도 소개된다. 위 네 사람이 없다면 백남준도 없다.
 
 백남준 I 'TV 가든(TV Garden)' 1974-7(2002) Kunstsammlung Nordrhein-Westfalen (Dusseldorf, Germany) ⓒ Estate of Nam June Paik Photo: Tate(Roger Sinek)
 백남준 I "TV 가든(TV Garden)" 1974-7(2002) Kunstsammlung Nordrhein-Westfalen (Dusseldorf, Germany) ⓒ Estate of Nam June Paik Photo: Tate(Roger Sinek)
ⓒ Tate Moder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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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그의 대표작 'TV부처'와 'TV정원'을 보자. 이런 작품이 나오기 전에 '달은 가장 오래된 TV'가 나왔는데 멋졌다. 달을 전자화한 것이다. 이 작품은 달빛 아래서 강물처럼 흐르는 우리나라 최초 한글시 '월인천강지곡(악장체 1568)'을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이 시리즈는 계속 이어졌다. 백남준이 미국에 간 지 10년째되던 해 돈을 못 벌어 파산 직전이었다. 그런데 'TV부처'(1974)를 발표한 후 뉴욕미술계의 지축을 흔들었다. 대박을 터트렸다. 이때부터 작업비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그를 결정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다. 동양사상과 서양기술을 하나로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인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러고 또 대표작은 'TV정원' 역시 1974년 작으로 동양미의 핵심인 '물아일체'를 보여줬다. 자연과 첨단기술의 혼숙이라고 할까. 자연에 품에 안긴 문명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백남준은 이 작품에 대해 "자연 반, 문명 반이 이상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자연과 기술의 조화에서 유토피아를 찾을 수 있다고 봤다.

이번 백남준 테이트모던 전시에서는 전시장 한 켠에 '지게와 놋주발'를 설치미술 형식으로 전시해 놓았다. 그래서 영국 및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 관객들이 놀라곤 한다. 백남준은 자신이 한국출신 작가라는 정체성에서 오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걸 보고 나니 김수영 시인이 그런 자부심을 노래한 '거대한 뿌리'라는 시의 한 구절,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인간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가 떠올랐다.

이번 전시의 절정 '시스티나 천장화'
 
 백남준 I "(TV) 시스티나 성당(Sistine Chapel)" 1993. Install View ⓒ Estate of Nam June Paik ⓒ Photo: Tate(Andrew Dunkley)
 백남준 I "(TV) 시스티나 성당(Sistine Chapel)" 1993. Install View ⓒ Estate of Nam June Paik ⓒ Photo: Tate(Andrew Dunkley)
ⓒ Tate Moder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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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사이트를 보면 "백남준은 '전자 이미지(electronic image)'를 도입해 현대미술에서 기존의 틀이 완전히 뒤집어놓은 획기적 예술가다"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Sistine Chapel)'가 바로 그런 성격이다. 백남준은 기존 붓으로 그리는 '유화회화'와 전자 빛으로 그리는 '전자회화'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에 그린 걸 백남준이 뉴 미디어 방식으로 재현한 것이다. 고전 작품에 전자 빛과 소리를 활용했다. 이 작품은 백남준이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때 선보인 작품인데,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전시의 숨겨진 보석 같은 작품이다. 관객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압도하는 몰입형 '전자풍경화'이다. 반응이 좋다고 한다.

백남준은 고인이 되었지만, 언제나 '비디오아트의 아버지'로 되살아온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는 또 부활했다. 하늘에서 이번 전시를 보면서 백남준도 흐뭇해 할 것 같다. 백남준은 영국과 인연이 적었다. 그래서 이번 회고전도 늦었다. 그러나 독일이나 미국에서처럼 잘 알려지지 않는 영국에서 강한 인상을 남길 것이다. 영국인들에게 마음의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 홈페이지: https://www.tate.org.uk/visit/tate-modern
전시관련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xmpcufkRPJk&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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