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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수진
 권수진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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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과 건물 사이
전깃줄에 일렬횡대로 사뿐히 내려앉은
빨래집게들, 바람에 날리지 않게
내 마음 여기 걸어 두었으니
꽉 붙잡고 있으렴
- 권수진 디카시 <빨래집게>


2019 이병주국제문학제 제5회 디카시공모전 시상식이 29일 오전 10시 이병주문학관에서 있었다. 최근에는 디카시공모전이 여러 문학제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권위 있는 문학제의 디카시공모전 첫 출발은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에서부터이다.

2015년부터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부터 매년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는바, 특기할 만한 점은 이 공모전이 첫 해 열리고 이듬해인 2016년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디카시가 새로운 문학용어로 등재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해서 2018년 검정 중고등학교 국어교과서와 2019 창비 고등학교 교과서 '언어와 매체'에도 디카시 작품이 수록되었다.  

역대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 대상 작품들은 디카시의 정체성을 모두 잘 드러내고 있다. 올해의 대상작 역시 그렇다.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을 포착하고 스마트폰 내장 디카로 찍고 그 느낌이 날아가기 전에 짧게 언술하여 SNS를 통해 실시간 쌍방향 소통을 지향한다. 그런 측면에서도 디카시는 극순간 멀티 언어 예술이다.

디카시의 영상과 문자는 문자 자체로는 완결된 시로 볼 수는 없다. 그것은 영상도 그 자체로는 사진예술이 아닌 영상기호에 불과한 것이다. 이 둘이 한 덩어리가 되어 시가 되는 것이 디카시다. 2019 이병주국제문학제 제5회 디카시공모전 대상작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디카시에서 건물 사이 빨랫줄에 앉은 제비가 마치 빨래집게 모양으로 줄지어 앉아 있다. 시인은 그 광경에서 시적 감흥을 느꼈다. 건물 사이를 지나가는 전깃줄은 빨랫줄로 인식된다. 아마 그 순간 우중충한 시인의 마음을 꺼내 걸고 싶지 않았겠는가. 우울한 마음을 햇살에 말려서 환해지고 싶었을 것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 전깃줄에 일렬횡대로 사뿐히 내려앉은/ 빨래집게들, 바람에 날리지 않게/ 내 마음 여기 걸어 두었으니/ 꽉 붙잡고 있으렴"이라고 순간 언술한다. 이 언술에는 제비 얘기는 한 마디도 없다. 그건 영상이 말하기 때문이다. 영상을 메타포하여 빨래집게라고 말한 뿐이다. 이로써 영상과 문자는 한 몸, 하나의 텍스트가 된다. 이 둘은 분리될 수가 없다.

이 디카시에서 문자 자체만으로는 시적 완결성을 지닐 수가 없다. 영상과 문자가 한 덩어리가 되어야 시가 되는 구조다. 이것이 디카시의 본질로 사진에 어울리는 시를 엮는 포토포엠과는 다른 양식임을 알 수 있다. 이 디카시는 문자시의 미의식과도 다르다. 극순간의 단일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건물 사이 전깃줄에 앉은 제비를 보며, 순간 엉클어진 혹은 우울한 마음을 걸어두고 싶다는 지배적 이미지가 섬광처럼 반짝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아와 세계의 순간적 동일성의 정서 표출로 그친다. 시가 순간 예술이라는 본질에 닿는 것만으로 족하다고 보는 것이 디카시다. 오늘의 시가 복잡다기한 현실을 담아야 하기에 길어지고 산문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지 모른다. 디카시는 오늘의 시가 놓치고 있는 서정시 본래의 순간성으로 회귀하는 것만으로도 존재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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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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