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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혜규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목소리와 바람' 2009년작. '구겐하임미술관' 소장품 되다. 그리고 2015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전시되다. 그때 사진이다
 양혜규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목소리와 바람" 2009년작. "구겐하임미술관" 소장품 되다. 그리고 2015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전시되다. 그때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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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입구에 있는 국제갤러리는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인 작가 양혜규의 '서기 2000년이 오면'전을 11월 17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2015년 삼성미술관 리움 이후 네 번째 국내 개인전인 동시에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전시다.

양혜규는 1994년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 독일 '슈테델슐레' 미대에 유학했다. 그녀는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진출했고, 그해 출품작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목소리와 바람'이 반응이 좋았고,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소장품이 됐다. 알루미늄 블라인드, 움직이는 빛, 거울, 가습기, 적외선 히터, 사운드, 향 분사기, 미디(MIdi) 전환기로 구성된 작품이다.

베니스 10년 후 그녀는 어떻게 변했나? 눈부신 변화가 있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20대 독일에 처음 유학 왔을 때, 한국대학에서 배운 것은 70대 노인의 사고였다고 회고했다.

양혜규는 백남준이 46살에 독일 뒤셀도르프 미대 교수가 되었듯, 바로 그 나이에 모교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 미대 교수가 되었다. 그녀에게 작업에 지장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교수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기에 별 지장이 없고,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녀는 지난 2017년 9월 '독일현대미술협회'가 주는 '볼프강 한 미술상'도 받았다. 아시아 여성으로서 최초다. 수상과 함께 2018년 약 4개월간 독일 쾰른 '루트비히미술관'에서 회고전도 열었다. 관객 6만5742명이 다녀갔다. 게다가 그녀는 매년 세계미술계 파워 100인을 뽑는 <아트리뷰>에서 73위(2018년)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미술가에게 순위가 어딨냐며 이를 경계했다. 
 
 양혜규, 양돌규, 양솔규 I '보물선' 54.5×69.5cm 1977년 작
 양혜규, 양돌규, 양솔규 I "보물선" 54.5×69.5cm 1977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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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전 언론과 만남에서 그녀의 첫 마디는 "더 솔직해지고 싶다"였다. 그래서일까. 초등학교 입학 전에 동생들과 그린 그림도 선보인다. 그 어떤 진보적 개념보다 정직하기가 더 힘들다. 그러면서 "자신도 작가로 살려고 몸부림친다"고 고백한다. 이날 그녀는 마술사처럼 얼굴에 페인팅을 하고 나타났다. 멕시코에서 얼굴에 울긋불긋 칠을 하는 '망자의 날'에 참여했는데 그때 마음이 편했던 경험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자신의 지성을 바닥에 내려놓으려는(down-to-earth) 몸짓에서 역으로 작가로서 그녀의 자신감을 엿보게 된다. 그동안 쌓은 세계적 설치미술가라는 면모를 잠시 내려놓을 만큼 여유가 생겼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새 출발을 위한 도전의 시도가 아닌가 싶다.

관객과 함께 노는 전시 
 
 양혜규 작가, 마술사 같은 모습으로 전시장에 등장하다
 양혜규 작가, 마술사 같은 모습으로 전시장에 등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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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무엇보다 전시장을 찾아온 관객과 놀려고 한다. 일상에 지친 관객을 즐겁고 편하게 해 주려고 한다. 전시장에 향기 나는 '짐볼(sym ball)'이 10개나 널려있다. 관객이 편하게 앉아서 작품을 보라고 만든 것이다. 그리고 미묘한 진동을 주는 드론 축구 비행도 떠다닌다.

이번 전시는 그야말로 관객참여형 전시다. 의도적인 것 같다. 사진 자료를 보니 오프닝 행사 때 관객도 얼굴에 페인팅하고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사실 최근에 예술가들 역할이 하나 더 늘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경제불황이 들이닥쳤고 그와 맞물려 혐오와 차별도 더 심해지는 시대다. 예술가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평화와 축제를 돋우는 역할도 떠맡게 되었다.

앞으로 올 AI시대에서는 사무자동화로 갈수록 일자리가 준다. 백남준은 1992년에 한국에 와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앞으로 일자리는 줄 것이고 예술가는 그들에게 직업이 없이도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길을 발명해야 한다고. 백남준은 이 대안으로 '인터넷'을 20년간 탐색했다.

오감 깨우는 현대판 '무릉도원' 
 
 양혜규 I '배양과 소진(Incubation and Exhaustion)' 2018. 부분화(I). '소리 나는 운동(Sonic Gym) 지도'(오른쪽). 왼쪽 위에 무지개도 보인다
 양혜규 I "배양과 소진(Incubation and Exhaustion)" 2018. 부분화(I). "소리 나는 운동(Sonic Gym) 지도"(오른쪽). 왼쪽 위에 무지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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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큰 벽화 같은 작품이 보인다. 원시시대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짚단과 첨단기술시대를 상징하는 행성도 보인다. 시대를 통으로 뒤섞인 듯한 모양새다. 안개가 한쪽 바닥에서 품어 나온다. 상단에는 무지개도 보인다. 고정된 건 없고 뭔가 움직인다는 착시를 준다. 모든 게 낯설고 생경하다. 그야말로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상상화다.

악귀를 몰아내고 신령을 부르는 주술적 요소가 전시장에서도 감지된다. 그런 의례적 '부름(calling)'을 연상시키는 방울도 보인다. 작가가 주술사로 변장한 이유인가. 놀랍게도 작품에 양파와 마늘도 들어갔단다. 관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전시방식이 변화무쌍하고 예측불가하다.

작가는 땅을 줄여 빨리 움직인다는 축지법과 중첩, 병치의 기법도 활용했다. 환영의 풍경화로 변화시켰다.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 다양한 문명사가 녹아든 현대판 무릉도원 같다.

다른 시간, 시점, 시대를 뒤섞다 
 
 양혜규 I '배양과 소진' 부분화(II) '소리 나는 운동(Sonic Gym) 지도'[중앙 왼쪽] '솔 르위 동자(動車)'[오른쪽]
 양혜규 I "배양과 소진" 부분화(II) "소리 나는 운동(Sonic Gym) 지도"[중앙 왼쪽] "솔 르위 동자(動車)"[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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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명은 민해경 가수가 1982년 발표한 <서기 2000년이 오면(When The Year 2000 Comes)>에서 가져왔다. 노래는 18년 후 서기 2000년을 낙관한다.

"서기 2000년이 오면 그때는 전쟁도 없고, 더 편리하고, 우리의 모든 꿈이 다 이뤄지고, 로켓 타고 저 별로 날아다니고, 그대의 노래는 이 세상을 멋지게 수놓게 될 것이고..."

양혜규의 이번 전시가 시각과 공간의 예술임에도 시간의 개념이 많기에 이런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위 노래는 다중 시간이랄까? 분절된 시제 혹은 시대와 시점 등이 뒤섞여 있다. 이런 대중가요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시간의 주인으로 사는 것이 뭔지를 묻는 것인가? 작가는 결국, 과거와 미래가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결국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위 작품 오른쪽에는 하얀색 '동차(動車 Vehicles)'도 보인다. 이 작품은 개념주의와 미니멀리즘을 뒤섞은 미국 작가 '솔 르윗'의 입방체를 물리적으로 확장한 것이다. 열렸다 닫혔다 하는 이런 블라인드 작품은 양가적 특징을 보인다. 밑에 바퀴가 있어 이동도 가능하다.

벽화 상단을 보면 작가가 프랑스 남부 '옥시타니아(Occitania)' 방문한 경험이 담겨 있다. 이곳은 첨단 4차 산업을 육성하는 실리콘밸리 단지로, 첨단 의료수술용 로봇을 만든다. 로봇이 환자를 수술하고 의사는 모니터로 확인한다. 그런데 작가는 여긴 중세적 이교도적 문화도 강해 극과 극이 공존하는 도시란다. 양혜규는 이런 '이형접합'을 늘 즐긴다.

개념미술가의 남다른 조어능력 
 
 양혜규 I '배양과 소진' 부분화(III) 디지털 컬러 인쇄 가변크기
 양혜규 I "배양과 소진" 부분화(III) 디지털 컬러 인쇄 가변크기
ⓒ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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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바닥은 가로 9줄, 세로 10줄의 장기판 모양으로 되어 있다. 그런 바닥에는 빛을 반사하는 시트지로 처리됐다. 이를 기점으로 접혀서 올라간다. 그 위로 벽화는 시공간을 횡단한다. 유기적 오브제가 중첩되고, 입체적으로 구성된다. 우주 만물의 상호연계성을 암시한다.

양혜규는 무엇보다 개념미술가다. 독일에서 독특한 사상가로도 통한다. 그만큼 인문학적 독서량이 많다. 빅데이터 소유자다. 위 작품명인 <배양과 소진(Incubation and Exhaustion)> 또한 개념적이다. 그녀의 '조어능력'은 남달라 보인다. 마치 철학서 제목 같다.

이 작품은 독일 그래픽 디자이너인 마누엘 레더와 협업한 것이다. 지난해 프랑스 몽펠리에 전시 때 소개된 벽화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 배양시켜 추가한 것 같다. 빛, 소리, 향기, 온기 등 공감각적 요소를 뒤섞어 조응의 미도 연출한다. 그 방식도 기존의 것과는 다르다. 
 
 양혜규 I '성채' 알루미늄 블라인드, 알루미늄 천장 구조물, 분체 도장, 강선, 무빙 라이트, 향분사기 420×2045×2123cm 2011
 양혜규 I "성채" 알루미늄 블라인드, 알루미늄 천장 구조물, 분체 도장, 강선, 무빙 라이트, 향분사기 420×2045×2123cm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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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유명 큐레이터들은 그녀의 작품에는 몇 권 분량의 소설이 담겨 있다고 칭찬한다. 그만큼 작품 속에 정보가 풍부하고 역사·서사·시사 등 각종 이야기가 많다는 소리다.

예를 들면, 2018년 독일 루드비히 현대미술관 소장품이 된 <조우의 산맥>이 그렇다. 여기에 거대 산맥 같은 두 인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미국의 천재 여성 저널리스트 님 웨일스와 한국 독립혁명가 김산 그들의 조우를 형상화한 것이다. 웨일즈 덕분에 김산은 생생한 전기를 가지게 됐다. 리움미술관에서 소개된 위 작품 <성채> 또한 그런 많은 서사가 담겨 있다.

양혜규는 인물 탐구에 빠지면 진을 뺀다. 요즘 '바르부르크(Aby Warburg)'에 빠져 있다. 아예 그의 책 <뱀의례>를 번역하고 있단다. 그는 '도상해석학(Iconlogy)'의 창시자다. 서구 안에 서구를 비판하는 미술사의 혁명가다. 그는 이교도미술도 서양미술사 안에서 복원시켰다.

'남북문제', '윤이상·뒤라스' 등 관심

또 이번 전시에서 흥미로운 것은 양 작가가 근현대사 해석가로 나섰다는 점이다. 아니 전부터 그런 작업을 해왔다. 사실 역사엔 답이 없다. 그 해석은 다양하다. 이번에 두 인물도 흥미롭다. 이 작품은 텍스트로 돼 있지만, 콘텐츠가 풍부해 마치 시각매채를 보는 것 같다. 
 
 양혜규 I '융합과 분산의 연대기-뒤라스와 윤' 종이에 텍스트, 오프셋, 중절 제본 2018. 중 일부
 양혜규 I "융합과 분산의 연대기-뒤라스와 윤" 종이에 텍스트, 오프셋, 중절 제본 2018.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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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주인공은 1910년~1990년대까지 식민주의와 냉전시대를 살았다. 바로 한국의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과 프랑스 20세기 최고 소설가 뒤라스다. 이들은 동시대를 살았지만 삶은 다르다. 다만 작가는 이 선배 예술가들이 어떻게 그 난세를 살아냈는지 궁금해한다.

작가는 정치와 예술에서 굴곡이 많음에도 큰 용이 된 윤이상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 1963년 그가 북한을 방문했고 그 후 남한에 투옥되었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그런 걸 들려준다. 그는 평양 강서대묘의 '사신도(四神圖)'를 보고 현무(玄武)를 플루트로, 청룡(靑龍)을 오보에로, 주작(朱雀)을 바이올린으로, 백호(白虎)를 첼로로 재해석해 사중주로 작곡했다.

작가는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너무 몰라 이번에 나누고 싶었단다. '통영국제음악재단' 협조로 이 작품을 '국제갤러리 K3관'에서 2019년 10월 19일, 11월 16일(토요일) 들을 수 있다.

윤이상 이야기에 이어 2018년 4월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이 이번에 '사운드아트'가 되어 한국 관객과 만난다. 남북의 복잡한 정치적 복선이 깔린 DMZ '도보다리'를 한국과는 7시간 차이가 나지만 생중계한 장면을 독일에서 봤다고 한다. 지금도 그 시간이 생생하게 살아온단다.

작가는 그걸 보고 압도되어 그날은 작업도 멈췄다. 방송에서 새어 나오는 카메라 셔터 소리, 새 지저귐, 기자들 발소리 등을 입체화해, 30분짜리 작품으로 만들었다. 제목은 <새소리>. 전시장 천장 스피커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그녀의 디아스포라적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양 작가는 10월 21일에 '뉴욕 MoMA 재개관' 전시 등 올말도 분주한 일정이 남아 있다.  

덧붙이는 글 | '통영국제음악재단' 협조로 윤이상 작품 '국제갤러리 K3관'에서 2019년 10월 19일, 11월 16일(토요일) 감상.

국제갤러리 홈페이지 https://www.kukjegallery.com/
양헤규작가 홈페이지 http://www.heikejung.de/
오마이뉴스관련 기사 http://omn.kr/brc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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