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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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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9일, 대한민국 검찰이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의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 운용사, 코링크PE 이상훈 대표와 해당 펀드가 투자한 가로등점멸기제조업체 웰스씨앤티 최아무개 대표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조 후보자 관련 의혹 수사의 첫 영장청구였다.

약 2시간 뒤, 청와대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소식을 알렸다. 임기는 0시부터 시작된 상태였다. 자연스레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는 검찰 수사를 받는 현직 법무부 장관 배우자가 됐다. 2012년 딸에게 가짜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만들어준 혐의(사문서위조)로 지난 6일 기소되긴 했지만, 검찰이 사모펀드와 정 교수의 연관성을 파헤치고 있는 만큼 그의 공소사실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같은 날 오후 2시 40분경,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영등포경찰서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지정제도) 수사를 넘기라'고 지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4월 국회 개혁법안 처리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빚어진 뒤 경찰은 현역 의원 98명(더불어민주당 35명, 자유한국당 59명, 정의당 3명, 바른미래당 1명)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유독 자유한국당 의원은 단 한 명도 출석에 응하지 않았다. 황교안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이 검찰 수사까지 완강히 거부할 수 있을까. 설령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포토라인에 서지 않더라도, 검찰은 증거가 충분하다는 판단만 들면 얼마든지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기소할 수 있다. 피의자 소환조사 없는 기소가 가능하다는 선례는 9월 6일 정경심 교수 기소로 확실하게 만들어졌다.

이로써 2019년 9월 9일 대한민국 검찰은 과천(법무부)와 여의도(국회)를 동시에 정조준하게 됐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피의자 소환조사 없는 기소 가능하다는 선례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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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법무부 장관 배우자가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옷로비 의혹사건 이후 딱 20년 만이다. 1999년 5월 24일 취임한 김태정 장관은 부인 연정희씨가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씨로부터 고가의 옷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6월 7일 사퇴했다. 옷로비의 실체는 실체가 없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공무상 비밀누설 등으로 구속되기까지 했고(2003년 최종 무죄) 집권 2년차 김대중 정부는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갓 발을 뗀 검찰개혁 논의도 지지부진해졌다.

국회 청문회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왔다. 야당은 조국 장관이 임명된다면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냐며 사퇴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조차 "(가족 관련 의혹 수사가 진행 중인) 지금 상황에서 과연 후보자가 검찰개혁의 적임자인가"라고 물었다. 조 후보자는 "가족 관련 수사는 전혀 보고를 받지 않을 것이고, 당연히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시선으로 조국 장관을 바라보는 눈들이 적지 않다.

100명 남짓한 국회의원이 한꺼번에 '피의자'가 된 것도 진풍경이다. 이들 가운데 한국당 의원들은 대부분 국회법 국회 회의 방해죄 혐의를 받고 있어 자칫하면 줄줄이 피선거권을 잃을 수 있다. 공직선거법 19조는 국회 회의 방해죄로 벌금형(500만 원 이상)에 처해지면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이 나오면 10년간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는 국회의원 109명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내년 총선이 4월, 지금부터 약 8개월 뒤다. 수사가 길어질수록 정치적 논란만 빚을 수 있는 상황이라 검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의 수십 곳을 동시에 압수수색 들어간 조 장관 관련 의혹 못지 않게 강도높은 수사가 이뤄질만한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한국당 의원들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비협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조국과 윤석열의 위험한 동거
 
문재인 대통령과 신임 장관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신임 장관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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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의도했든 아니든, 정국의 주도권은 검찰이 쥐게 됐다. 검찰 개혁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부르짖어온 문재인 정부가 처한 역설적 상황이다. 그리고 이 아이러니를 헤쳐나가야 하는 임무가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주어졌다.

조 장관은 취임사에서 "검찰 권력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도적 통제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며 "민주화된 사회에서 특정권력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그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다면 시민의 자유와 권리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검찰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법무부의 검찰 감독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7월 25일 취임사에서 "(검찰의 권한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며 "검찰에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은 법집행 권한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실천할 때 이뤄진다"고 했다. 어떤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엄격하고 공정한 법집행이라는 원칙을 다시금 강조한 셈이다.

이 강력한 명분으로 살아있는 권력, 현직 법무부 장관과 현직 국회의원을 겨눈 검찰은 과연 순순히 개혁대상이 될 것인가. 조국과 윤석열의 위험한 동거는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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