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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80년대 초에 태어났다. 흔히 말하는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 맞벌이인 나는 결혼 이후, 남편과 모든 집안일, 육아를 함께해왔다.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이 집안일을 하고, 아이와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육아를 했다.

식사준비도 일찍 퇴근하고 그날 메뉴를 더 잘하는 사람이, 식사 후 설거지는 나머지 한 사람이 한다. 친정엄마가 아이를 돌봐주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집안일과 육아는 지정된 사람이 아닌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해왔고, 신혼 생활과 아이의 탄생으로 복작복작한 시기는 새롭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지금은 결혼 8년차. 몇 년 전부터 설, 추석 연휴가 지난 후 작은 논쟁이 생기곤 했다. 논쟁이라기보다 일방적으로 내 하소연을 한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다. 시댁은 제사가 없어 시부모님과 단출하게 보내고, 시어머님은 일하는 며느리를 배려해 음식은 미리 준비해주신다.

제사도 없고, 시어머님이 음식을 미리 준비해 놓으니 편하겠다고 하는 말을 자주 듣곤한다. 제사가 있는 집 며느리보다 손이 적게 가고, 덜 힘든 건 사실이나, 어머님이 음식 준비하실 때 가만히 앉아있기 어려운 건 며느리뿐이다. 맛있는 음식 더 주고 싶어 끼니마다 새로운 메뉴가 올라오고 준비시간 대략 2시간 가까이 같이 거든다.

웃어른이 음식을 하거나 할 때 도와드리는 건 당연하다고 배웠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다. 2시간 준비하고 식사 후 설거지를 거들면 약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일년에 한 두 번 가족이 함께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 건 즐겁다. 어머님께 레시피도 배우고 재미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루 3끼를 준비하고 치우기가 2~3일 반복된다. 그 사이 남편은 아이들과 놀거나 밖에서 세차를 하거나 자거나, 누워서 TV를 본다. 물론 아이들 돌보기나 목욕은 남편이 한다. 이렇게 꾹 눌렀던 마음이, 아버님 한마디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터지고 만다. "내일 쉬면 더 있다 가지 왜 벌써 가니."

시댁에 들러 제사 지내고 온 형님은 나만큼은 어렵지 않다. 하루 한 두 끼 정도는 어머님이 음식을 준비하시는 동안 편하게 이야기하거나 아주버님 또는 동생인 남편과 TV를 본다. 어머님은 혹여나 식사 준비하는 데 불편한 마음일까 아주버님도 편히 있으라며, 문도 닫아주신다. 물론 나도 들어가 쉬라고 말씀하시지만, 쉬고 있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아 나가 같이 돕는다. 결국 모두 모이는 명절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음식 준비하고 치우는 게 당연시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몇 년째 남편에게 털어놓은 덕에 이제 남편도 더 도와주려고 한다. 물론 시댁을 벗어나 집에서지만. 그래도 그런 노력에 조금은 마음이 풀린다.

우리 시부모님은 할머니 세대처럼 고지식한 분들이 아니다. 명절 아침에 쉬라며 늦잠을 자도 깨우지 않으시고, 미리 장도 봐주신다. 그래서 항상 시부모님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식사준비 시간이 아닌 시간엔 차도 같이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눈다. 저녁엔 맥주도 한잔 기울이며 깔깔 웃기도 하고, 돌아가신 친척분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글썽이기도 한다. 마음 따뜻한 시부모님을 만나고 같이 명절을 지내게 되어 항상 감사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명절 풍경.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일하는 동안 아들과 사위가 명절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 딸은 돕긴 하지만 며느리보다는 편한 마음인 것.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당연시되는 상황이 뭔가 잘못되어 보인다. 남자는 힘쓰는 바깥일을 하고, 여자는 음식과 청소 등 집안일을 했던 농경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면 당연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남녀 구분 없이 같이 사회생활을 하고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 아닌가?

설 연휴 이후, 사내 남자 직원에게 새해인사를 하며 물었다. "연휴 동안 와이프 많이 도와줬어요?" 대답은 많이 도와줬단다. 집에서.. 본가에서 도와주면 어머님 보기 좋지 않아 집에서 정말 많이 도와줬다고 한다. 남편에게도 몇 해 이야기 했지만, 역시 어머님 눈치를 보는 듯 하다. 결국 8년차 설 명절에도 남편은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힌 채 편히 설 연휴를 보낸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고 나서야 식사준비와 설거지 청소를 돕는다.

항상 내 편인 가족이 모여 새해를 시작하는 시간. 서로 덕담하고 격려해주며 모두 즐거워야 할 시간이 며느리에게만은 제외인 명절 풍경이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일반적이다. '예부터 내려온 관습이니까', '나 하나만 조금 불편하면 되니까'라고 생각하는 게 모두 편하고 좋은 일일까? 이번 설 연휴는 짧고, 어머님이 음식을 거의 준비해 놓으셔서 사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즐겁게 지냈다. 하지만, 앞으로 설 연휴가 길다면? 똑같은 명절 휴일이 몇년이고 반복된다면?

현구 조화를 이루기 위해 옛 관습을 지켜온 우리네 부모님과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 시대 사이에서 이 세대의 중간역할을 하는 딸, 아들, 며느리, 사위 모두가 노력해야 할 일이다. 모두 누군가의 딸이자 며느리, 아들이자 사위, 그리고 남편일테니까... 부모님께는 현 세대에 대해 알려드려 어렵지만 작은 변화라도 이끌어 내는 것. 아이들에게는 남여, 나이 구분없이 가족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도와야함을 알려주는 것이 2019년을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 모두의 역할이 아닐까?

아들과 딸을 모두 키우는 엄마로써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 돕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힘든 일은 같이 자발적으로 해야 함을 현명하게 알려주고 싶다. 내 아이들이 자랐을 때는 한 사람의 희생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명절 풍경이 모두 즐거운 가족이 모이는 날로 바뀔 날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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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여정 중인 남매 엄마이자 워킹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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