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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레노르 푸리아 감독의 단편영화 "억압당하는 다수"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엘레노르 푸리아 감독의 단편영화 "억압당하는 다수"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 문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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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벌어지는 한 도덕 교사의 직위해제 사건(관련기사: 그 도덕 교사는 성윤리 수업에 최선을 다했다)과 관련해 문제가 된 단편 영화 <억압당하는 다수 (Majorite Opprimee)>의 엘레노르 푸리아 감독에게 메일을 보내 대한민국 광주시의 한 중학교 교사가 성윤리를 주제로 하는 도덕수업에서 당신의 영화를 상영했는데 일부 학생이 불쾌감을 느껴 민원이 제기되었고 그 교사는 직위해제되었다고 알렸다. 

[관련기사] 그 도덕 교사는 성윤리 수업에 최선을 다했다 http://omn.kr/1kcgr
   
엘레노르 푸리아(Eleonore Pourriat)감독 엘레노르 푸리아 감독으로부터 사용허락을 받은 프로필 사진입니다.
▲ 엘레노르 푸리아(Eleonore Pourriat)감독 엘레노르 푸리아 감독으로부터 사용허락을 받은 프로필 사진입니다.
ⓒ CelineNiesza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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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을 들은 엘레노르 푸리아 감독은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왔다. 이 편지는 해당 교사의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에게 쓴 편지다. 편지는 영어로 작성되었고 이를 국문으로 번역하여 전문을 싣는다. 

​​​​​​학생 여러분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 저는 예술은 정치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작가와 관객들이 세상에 관해 질문할 수 있도록 하거든요. 

프랑스 여성으로서, 저는 제가 살아가는 사회가 불평등한 것이 늘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10대였을 때부터 불평등을 경험해 왔죠. 10대이신 여러분들은, 특히 그 반의 여학생 분들은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를 통해 여성으로서의 제 관점을 남성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남성들은 때때로 여성들이 무엇을 경험하는지 전혀 모르는 경우도 있거든요. 저는 모든 남성이 가해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당연히 아니죠.

하지만 제가 알고 지내는 멋진 남성들, 특히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더 나아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칭하는 남성들조차도 여성들이 매일 겪어야 하는 일상의 경험들을 피부로 느끼지는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현실을 뒤집어서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남성들이 자신의 몸을 통해서 차별이 뭔지 느끼도록 하고 싶었던 거죠. 

저는 매우 짧은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은 몰랐습니다. 영화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제게 자신감을 주었고, 저는 이 영화를 장편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넷플릭스에서 인기가 많아요. 세계 여러 곳으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모든 메시지들은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차별에 지칠 대로 지쳤다고요. 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여성들만이 아니랍니다. 키가 너무 작은 사람, 너무 뚱뚱한 사람,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 등등등, 가부장제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제가 찍은 몇몇의 장면들 때문에 충격을 받은 분들이 계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이 알아차리셨으면 해요. 제가 촬영한 이미지들은 결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보다 충격적이지 않다는 사실을요. 그 이미지들은 그저 불평등한 사회를 비추어주는 거울일 뿐입니다. 

부디, 의미 없는 싸움을 멈춰주세요. 대신 차별과 싸우세요. 여성들을 희롱하는 것에 대항해 싸우세요. 여성을 향한 폭력과 성차별에 대항해 싸우세요. 강간의 문제와 싸우세요. 하지만 당신에게 성차별과 성희롱에 대한 정보를 주고자 했던 사람과 싸우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그 사람들이야말로 당신에게 힘을 주고자 하는 분들이니까요. 

다정한 안부를 담아, 
엘레노르 푸리아 드림 


Dear students

As a filmmaker I think art is political because it allows us, artists and audience, to question our world.

As a French woman, I am dissatisfied with the unequal society I live in. I have been experiencing discrimination since my teenage years, and as teenagers, I am sure the girls in your class know what I am talking about. 

I made Oppressed Majority to share my perspective as a woman with men who sometimes do not even know what we women are experiencing. I am not saying that all men are abusers, of course not, but I know that even the best guys, even the guys who are not afraid to say men and women should be equal, and even the guys who claim themselves as feminists, cannot know in their flesh what we women experience in our everyday lives. This is why I chose to show a reversed reality: to allow men to feel in their flesh what discrimination is. 

I did not expect this very short film would be such a success. It gave me confidence to develop it as a feature film, which is now a success on Netflix. I have been receiving messages from all over the world, all of which say the same thing: people are fed up with discrimination. The majority of people. Not only women, but all the people who do not fit into the norm that is patriarchy, people who are too short, too fat, too dark-skinned, too shy etc etc. Patriarchy is an abuse of power, and I think we need to be aware of this from our youngest age to be able to be ourselves and live as freely as we all deserve it. 

I know some people have been shocked by the images I shot. But I want you to realize that my images are not more shocking than our world. They are only a mirror of our unequal societies. Please do not fight the wrong battle. Fight discrimination, fight catcalling, fight violence against women, fight rape, but do not lose time fighting people who inform you about sexism and sexual harassment.

They are the ones empowering you.

Kindest regards,
Eléonore Pourriat
 
 엘레노르 푸리아 감독의 넷플릭스 장편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I am not an easy man)"의 한 장면 캡처
 엘레노르 푸리아 감독의 넷플릭스 장편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I am not an easy man)"의 한 장면 캡처
ⓒ 문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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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르 푸리아 감독의 신작 장편영화는 "거꾸로 가는 남자(I'm not an easy man)"라는 제목으로 넷플릭스에서 절찬 상영중이다. "억압당하는 다수"와 마찬가지로 미러링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영화인데, 누군가에게는 매우 불편할 수도 통쾌할 수도 있는 장면들을 여전히 많이 담고 있다.

예술은 정치적인 것이라는 감독의 편지, 그 마지막 문단이 전하는 질문은 잔잔하지만 묵직하다. 지금 무엇과 싸우고 있는가? 이 싸움이 시간과 힘을 들여야 하는 싸움이 정말 맞는가? 엘레노르 푸리아 감독의 이 편지는 학생들을 향해 쓰여졌지만 그 메세지는 광주시교육청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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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모모 대표, 평화와 교육에 관련한 활동을 하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