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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롤리팝> 박나경 작가의 깜짝 선물이다. 내 연락처를 몰라 2년 전 기사(관련기사 : "최악의 인종차별을 경험한 곳이...")를 찾아 오마이뉴스에 쪽지를 띄우고서다. 소포를 뜯으니 뜻밖에 그림동화책이다. 아들 노아의 사인과 작가의 편지가 정겹다. 기쁜 맘으로 치매와 힘겨루기 중인 엄마에게 냉큼 내민다. 물론 엄마는 이래저래 읽기 쉽지 않을 테지만.
 
 '무지개 롤리팝' 표지
 "무지개 롤리팝" 표지
ⓒ 김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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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동심(童心)을 담은 이야기다. 때론 어린이보다 그 속뜻을 헤아리는 어른을 정신 차리게 한다. <무지개 롤리팝>도 그 중 하나다. 무지개 롤리팝을 잡으려 뛰어다닌 노아의 하루 이야기가 무지개를 좇다가 황혼기에 접어든 인생으로 읽혀서다. 지쳐 돌아온 노아를 맞이한 건 두 개나 되는 딴판 무지개 롤리팝이다. 달콤한 엄마 품과 사랑의 생일 케이크다.

어린 노아에게 무지개 롤리팝은 손으로 움켜쥐고픈 먹을거리, 즉 탐나는 무엇이다. 그러나 노아도 자라며 어느 결에 알게 되리라. 무지개는 물방울과 광선이 빚은 신기루여서 잡을 수 없다는 걸. 그렇다고 제칠 수도 없는 강한 유혹이라는 걸. 그걸 알아가는 노아 인생에는 숱한 무지개가 등장하리라. 출세, 명예, 돈, 사람 등으로 길목 따라 갈음되면서. 그러다 자칫 엄마 같은 존재마저 곁에 없는 막막함에 이를 수도 있다.

롤리팝은 막대 끝에 붙인 사탕, 즉 막대 사탕이다. 서커(Sucker)라고도 하니까, '빨아먹는 막대 사탕'이라 해도 좋다. 제대로 빨아먹으면 절로 음미하게 된다. 헤아림이다. 그건 빨아먹는 순간순간에 집중해서 맛을 알아채(려)는 거다. 그 알아챔 여부에 따라 '무지개 롤리팝'은 그냥 빨아먹는 막대 사탕 이상이 될 수 있다. 어린 노아를 된 사람으로 이끄는 이상이나 목표 같은.

이상이나 목표는 언제든 수정할 수 있다. 장애물 때문일 수도, 세상 보는 눈이 달라져서도 그럴 수 있다.그런 여러 경우를 노아는 고양이 뽕치와 함께 겪는다. "번개처럼 떨어지는 도토리를 피해" 달아날 때도, 잠시 무지개를 잊고 놀이터 미끄럼틀을 탈 때도, "포도알처럼 동그란 도마뱀붙이 눈"에 화들짝 놀랄 때도, "오들오들 떨며 조심조심 숲길을 걸"을 때도, 끝내 무지개 롤리팝을 먹을 수 없어 울음을 터뜨릴 때도.

작가는 고양이 뽕치를 등장시켜 노아의 내면 세계를 구체적으로 확장해 보여준다. 기쁨, 놀람, 경이, 샛길로 접어들기, 두려움 등이 뽕치의 반응을 통해 드러난다. 아울러 어쩔 수 없이 세상과 얽히는 삶을 짚어 보인다. 그때 고양이 뽕치는 노아에게 깃든 알아챔, 즉 '보는 나'다. '보는 나'는 '나'의 되어 감을 관찰하며 '나'를 객관화한다. 그 체험을 익힐수록 노아는 장차 어떤 무지개 롤리팝에 노출돼도 두렵지 않을 수 있다.

그걸 먼저 겪어 속이 찬 노아 엄마 같은 어른은 지쳐 돌아온 아이를 따뜻하게 품어줄 수도, 맛난 음식을 안겨 힘내는 걸 도울 수도 있다. 각박한 세상에서는 그러한 쉼터 역할만으로도 어른은 아이의 무지개 롤리팝이 될 수 있다. 세상 탐험에 나선 어린 아들을 응원하는 엄마 작가 박나경이 동화 데뷔작에서 선보인 감칠맛이다. 낫살 먹은 힘없고 가난한 나는 게서 위안을 얻는다.

그새 작가 박나경은 유방암을 극복했단다. 며칠 전 메일로 몇 자 주고받았을 뿐이지만, 그녀는 또 다른 무지개 롤리팝을 향한 듯하다. 장애물달리기에 기껍게 나선 선수처럼. 그 얘기를 두 번째 버전의 '일상이라는 이름의 기적'에서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소리 내어 '무지개 롤리팝'을 읽는 엄마에게 묻는다.

"무슨 얘기야?"
"몰라."

엄마는 자기 이름마저 잃어가는 중이다. 지금 엄마에게 무지개 롤리팝은 뭘까.
 

덧붙이는 글 | https://brunch.co.kr/@newcritic21/18


무지개 롤리팝

박나경 (지은이), 김지명 (그림), 봄볕(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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