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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어떤 예술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예술 작품을 그린 예술가의 이야기와 시대적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 정도로 배경 지식이 있어야 그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무엇을 담고자 했는지 알 수 있고, 작품을 만든 예술가에 대해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예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딱딱한 평전 형태로 한 인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책을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그러한 책들은 알게 모르게 가공되어 어떤 작가에 대해 지나치게 신비주의 혹은 이상적인 형태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아 다소 왜곡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 우연히 손이 닿아 읽을 기회가 생긴 <반 고흐, 영혼의 편지>이라는 책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반 고흐의 일화를 제3자가 쓴 책이 아니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저자가 빈센트 반 고흐다. 반 고흐가 살면서 주고받은 편지를 역자 신성림이 번역해서 엮은 책이다.

역자는 옮긴이의 글에서 '해석되고 윤색된 신화보다 있는 그대로의 화가와 그림을 먼저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라는 이유로 반 고흐의 편지를 읽게 되었다고. 너무나 진솔하고 절절할 글에 빠져들어 그의 편지를 번역하는 일을 시작해 이렇게 책으로 만들었다고 밝힌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위즈덤하우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위즈덤하우스
ⓒ 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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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 고흐라는 인물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는 상태에서 책을 읽었다. 그의 글은 나에게 '반 고흐'라는 인물이 아주 위대한 화가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매일 같이 고민하고 노력하며 때때로 갈등을 겪기도 하는 한 명의 소박한 화가로 다가왔다.

그 이유는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 옮겨진 반 고흐의 편지에 담긴 반 고흐의 사는 이야기에 있다. 반 고흐가 쓴 편지를 그대로 번역하고 선별해서 엮은 이 책은 순서대로 읽어도 되고,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딱히 상관없는 책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늘 그렇듯이 일단 첫 장부터 호기심을 갖고 펼쳐서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첫 장의 제목 '새장에 갇힌 새, 화가 입문 이전부터 보리나주까지 1872년 8월~1881년 4월' 편에서 읽은 이야기에서 이미 나는 '반 고흐'라는 인물에 대해 빠지고 말았다. 반 고흐가 화가의 길을 계속 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글을 일부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왜 대학을 끝까지 마치지 않았느냐고, 왜 그들이 나에게 바라는 것을 계속하지 않았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 그 문제라면 학비가 너무 비싸다는 대답밖에 할 말이 없다. 게다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지금 내가 택한 길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맞이했을 것 같지도 않다.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노력을 멈춘다면, 나는 패배하고 만다. 묵묵히 한 길을 가면 무언가 얻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의 최종 목표가 뭐냐고 너는 묻고 싶겠지. 초벌 그림이 스케치가 되고 스케치가 유화가 되듯, 최초의 모호한 생각을 다듬어감에 따라 그리고 덧없이 지나가는 최초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감에 따라 그 목표는 더 명확해질 것이고, 느리지만 확실하게 성취되는 것이 아닐까. (본문 20)

반 고흐가 화가의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한 각오가 무척 다부지게 느껴진다. 이때는 아직 화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전. 만족하지 못한 그림을 그리던 그가 가족과 주변 사람의 기대와 차이가 나서 갈등을 겪는 모습을 편지 한 장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라는 책은 이렇게 각색되지 않은 반 고흐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오늘날의 청춘들과 비슷한 모습으로도 읽힌다.  

반 고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도 <반 고흐, 영혼의 편지>라는 책을 읽는 데에 어려움은 전혀 없다. 오히려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반 고흐에 대한 어떤 이미지도 없었기 때문에 '반 고흐'라는 인물을 알아가는 재미가 더 클 수 있다. 나는 이 책,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으면서 반 고흐에게 대단히 흥미가 생겼다.

반 고흐의 작품으로 유명한 해바라기와 관련된 편지 중 네 번째 해바라기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쓴 글 중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네 번째 해바라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 다발로 묶인 네 송이 해바라기를 그리는데, 예전에 그린 마르멜로 열매와 레몬이 있는 정물화처럼 노란 바탕이다. 이번 그림이 아주 크기 때문에 독특한 효과가 난다. 마르멜로 열매와 레몬을 그릴 때보다 더 단순하게 그리기도 했고.
(중략)
우리는 노력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림을 팔지 못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고갱을 봐도 알 수 있듯 완성한 그림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일도 불가능하니. 아주 중요한 그림으로 얼마 안 되는 금액을 빌리지도 못하다니. 이런 일이 우리 다음에도 계속될까 두렵다. 다음 시대의 화가들이 더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발판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무언가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너무 짧고, 특히 모든 것에 용감히 맞설 수 있을 만큼 강한 힘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몇 년 되지 않는다. (본문 206)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에 예술가들이 겪은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어떤 각색도 되지 않은 편지를 그대로 번역한 반 고흐의 이야기를 통해 위대한 화가이기 이전에, 한 명의 화가이자 사람으로서 살았던 반 고흐를 만날 수 있다.

'반 고흐'라는 인물에 대한 흥미를 품은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비록 '반 고흐'라는 인물에 큰 흥미가 없더라도 책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무척 마음에 들 책이라고 확신한다.

덧붙이는 글 | 기사는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실립니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예담(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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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블로그를 운영중인 대학생입니다. 평소에 여러가지 정치문제에 관심이 많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블로그에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