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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쓴 은유 작가.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쓴 은유 작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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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돌베개)은 은유 작가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군의 주변인들을 인터뷰 한 르포집이다. 게임 프로그래머의 꿈을 갖고 동아마이스터고에 입학해 CJ그룹으로 현장실습을 떠났던 김동준군. 그는 2014년 봄, 회사에서 구타 등 괴롭힘을 당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는 김동준군을 중심으로 그의 어머니, 이모, 노무사와 다른 특성화고 재학생과 졸업생, 교사 등의 목소리가 담겼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김동준이 있다. 책을 쓴 은유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장실습생 김군 혹은 이군이 아니라 오롯한 존재, 저마다 고유한 관계 속에서 경험과 기억을 쌓아갔던 복잡하고 다채로운 한 사람으로 기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이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신촌 인근에서 이 작업을 완성한 은유 작가를 만났다. 은유 작가의 말을 온전히 살리고자 이 기사에서는 기자의 질문을 생략하고 대답만을 편집했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형식을 차용했다.

책을 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처음 쓰기로 마음먹었던 건 3년 전이었어요. 현장실습생으로 사고를 당한 유가족들을 만나는 나열식 구성이 아니라, 동준군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한다는 기획이 있었어요. 한 사람의 삶에 깊이 들어갔다 나와야 여운이 남는다고 생각했어요.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늘어놓는) 나열식 구성은 사건을 그저 패턴으로 읽게 하는 것 같아요. '현장실습생의 죽음? 이런 게 있었지. 참 안타까운 일이야. 이런 일이 없어야 할 텐데'하면서 잊어버리잖아요.

우리는 청소년 노동자의 죽음을 일상에서 많이 접해요. 방학 때 피자 배달을 하다가 숨진 청소년의 기사가 나오기도 하고요. 모르는 건 아닌데, 단신 뉴스로 소비돼요. 책 서문에서, 과외를 하던 학생이 배달하다가 죽은 학생의 소식을 우연히 듣고 (똑같이 어린 나이에 일을 하지만) 왜 배달하는 친구는 죽었고 과외를 하는 자신은 살았을까를 물어요. 저는 이것이 계급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또 하나가 더 있었어요신문에 나왔던 김동준군의 어머니 인터뷰였어요. 아들인 김동준군을 회사에 못 가게 했어야 했는데 후회된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때 김동준군이 직장을 그만둘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고 해요.

이런 일화들이 마음에 남아 있던 차에 책을 써보자는 편집자의 제안을 받게 됐어요. 물론 그 이전에도 세월호 이후 글 쓰는 사람으로서 무얼 해야 할까를 고민했어요. 우리 사회에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복원시키고 들리게 해야 겠다 싶었어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너무 배제된 사회니까요. 그런 각오를 다지고 있던 차였어요. 세월호 참사를 만든 기성세대로서의 책임감. 우리 사회에 구멍이 너무 많은데 어떻게 언어로 메울 수 있을까에 대한 책임감이요.

이 책은 인터뷰이가 많아요. 인터뷰이들이 모두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라 섭외부터 조심스러웠어요.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교사들을 많이 만났는데, 정작 특성화고 교사는 없는 거예요. 어렵게 찾았어요. 또 어떻게 해야 식상하지 않게, 뻔하지 않게 쓸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죠. 김동준군 어머니도 여러 번 만났어요. 한두 번 만나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한계가 있으니까. 삶이 서로 섞이는 시간을 가졌거든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쓴 은유 작가.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쓴 은유 작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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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중에도 사건이 계속 터졌어요.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2017년엔 제주 지역 현장실습생 이민호군 사건, 2018년에는 태안화력 김용균씨 사건이 일어났어요. 물론 내가 책을 낸다고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건 아니지만 무기력했어요. 이 책이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책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책을 쓰는 걸음걸음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이들을 만나고 오면 기운이 나는 이야기보다는 그렇지 않은, 참담한 이야기들이 더 많으니까요. 책의 (집필) 속도를 빨리 낼 수 없겠더라고요. 사안이 그만큼 엄중했고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청소년 노동이 나쁜 건 아니더라

"책을 쓰면서 배운 게 많아요. 아이들에 대해 잘 몰랐구나 싶었어요. 들을 기회가 많이 없었으니까요. 아이가 있긴 하지만 부모 자식 간에 나누는 대화하고는 많이 다르잖아요. 일단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는 내 판단을 내려놓고 듣는 게 필요해요. 내가 다 안다고 생각하면 내가 아는 쪽의 이야기만 들어오잖아요. 그걸 내려놓고 듣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가 잘 이해가지 않을 때는 모른다고 말하는 것. 인터뷰에서 그것 이상 중요한 게 없는 것 같아요. 특별히 그걸 조심하면서 들었어요.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그만큼 잘 듣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보통 '공부 그렇게 힘들면 기술이나 배우라'고 하는데 (인터뷰이 중 한 명인) 임현지 학생은 '기술 배우는 게 쉽지도 만만하지도 않다'고 이야기해요. 그리고 서동현(가명)군은 자기는 공고 가면 더는 공부 안 해도 된다는 말이 크게(중요하게) 들렸다고  했잖아요그 말이 기억에 남아요.

보통 공부를 잘 못하면 주눅 들고 부끄러워하잖아요. 공부에 흥미를 붙이지 못한 학생들이 무능하거나 불성실하지 않거든요. 다른 건 잘하잖아요. 특성화고에 가는 학생들은 불쌍하거나 처지가 어렵다는 프레임, 기성세대로서 저도 모르게 갖고 있던 편견들이 있었어요. 그런 차별적인 시선이 있는데, 사실 이들은 주체적이라는 거예요. 공부하라고 등 떠미는 사회에서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나, 집안의 사정을 생각해서 (진로를) 선택한다는 건 용기 있고 주체적인 태도라고 생각해요.

또 청소년 노동에 대해 안 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사실 청소년 노동이 문제가 아니라 나쁜 환경이 문제예요. 아이들에게 노동은 사회 구성원이 되는 길이기도 하고, 돈을 벎으로서 당당한 사회 구성원이 되고 부모에게 종속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계기도 돼요. 그간 청소년의 노동을 너무 측은하거나 안 하면 좋은 것으로 바라보는 '친절한 차별주의자'의 시선을 갖고 있었다면, 그걸 이번 책을 쓰면서 버리게 됐어요.

특히 저소득층 아이들은 모두가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아이들이 노동을 해서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정당한 대가를 받는 환경을 만드는 게 어른의 일이에요. 내 자식만 안 하면 뭐하나요. 청소년 노동이 역사적으로 사라진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청소년 노동 환경이 안전해진다는 건 성인도 안전해진다는 것이죠. 자기 존엄을 지키면서 노동을 하는 게 가능한 사회가 되어야겠죠. 청소년이 노동하든, 노인이 노동하든.

저도 특성화고를 나오기는 했지만 당사자성으로 보기에는 시대가 너무 많이 바뀌었어요. 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끼어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이렇게 차별이 심하지도 않았고요. 어설프게 '나도 특성화고 나와 봤는데'라는 식의 말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배우는 입장에서 저를 빼놓고 인터뷰이의 목소리를 그대로 살려야 의미가 있겠다 싶었고요. 많은 목소리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독자가 하나의 세계를 그려볼 수도 있겠지요.

책에는 동준군이 '폭력적인 사회화 과정의 희생자가 됐다'고 썼어요. 직장 생활이 힘든 이유는 내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이 직장에 맞춰야 한다는 것 때문이에요. 그걸 잘 맞추면 사회생활을 잘 하는 거고, 자기를 세게 드러내지 않고 조직 문화의 평균치 의식과 평균치 감수성을 맞춰야 하는 거겠죠. 동준군처럼 그게 잘 안 맞춰지는 사람도 있고 섬세한 사람도 있어요.

그걸 억지로 욱여넣으려 했잖아요. 아이의 의견은 존중되지 않았잖아요. 노래 하라면 하고, 춤 추라면 추고, 담배 피라고 하면 피고. 까라면 까, 하라면 해, 이런 군사 문화의 잔재 같은 것이 폭력적인 사회화겠죠. 한국에 이런 문화를 수치스러워하고 반성하고 존중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으면 동준군이 그렇게까지 힘들어 했을까. 튕겨져 나가는 거죠. 세상의 속도와 흐름에 견디지 못하고 튕겨져 나가는 거예요."

힘 있는 사람들이 이 책 읽었으면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쓴 은유 작가.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쓴 은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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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식 역시 실천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일이 있다는 걸 넘어서서, 학생들이 왜 특성화고에 가고, 어떤 고민이 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아는 것. 그게 첫 발이에요. 함부로 타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단순화시키지 않는 것. 오학준 피디님이 <피디저널>에 이 책 리뷰 마지막 문장으로 '우리(제작자)의 일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써주셨어요. 한 사안을 모를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요. 지금은 고민조차 안 하고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져 버리는데, 각자의 위치에서 할 일이 있잖아요. 알고 해결하려고 하고 구체적인 고민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내 주변에는 현장실습생도 없고 내 자식도 특성화고에 보낼 일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언제든 실습생의 위치에 놓일 수 있어요. 부서가 바뀌어서 새로운 업무를 해야 한다거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때 우리는 모두 현장실습생이 되잖아요.

현장에서 보듬어주고 가르쳐주기보다는 '왜 일을 그렇게 하냐' 다그치면 안 되는 거죠. 적응하지 못할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고 (선생님이나 부모님 등)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서 그 상황을 이겨내야 해요. 책 서문의 제목이기도 한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내야 해요. 그게 이 책의 핵심 메시지예요. 우리 모두 처음에는 힘들지 않나요?

당사자인 특성화고 학생들이나 교사 분들이 책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일보다 공부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책을 읽고) 스스로를 지킬 힘과 용기를 냈으면 해요. 그런데 사회를 바꾸거나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책을 읽지 않아요. 민호군 아버지가 주장하듯 한국 고위층이나 관료의 자식이 특성화고를 안 가니까 죽을 일도 없고 관심을 가질 일이 없어요. 계층 간 격차가 선명해지고 있고요. 교육 문제 하면 지금도 자사고 때문에 난리인데요. 특성화고가 아니라 대학교를 둘러싼 입시에만 골몰해요. 특성화고 문제는 애도만 할 뿐 근본적으로 고민하려 하지 않아요.

힘을 가진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을 텐데, 그런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까요? (쓴웃음) 어떻게 읽게 할 수 있을까요. 산재가 일어나도 자기 자식은 산재 당할 일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분통 터져요. 숙명여고 입시 비리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일사불란하게 처리가 됐어요.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자기 자식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 그런 거예요. 상산고 문제도 이해관계에 따라 이익이 없어지거나 더해지는 문제인데, 특성화고의 안전 문제는 아이가 죽고 사는 문제거든요. 너무 다른 층위의 문제인데 특성화고 문제에는 관심이 없어요. 죽었을 때만 무슨 군, 무슨 양으로 호명이 되고 사라져요.

민호군 아버지도 돈이 없으면 애를 낳지 말아야 한다고 하시잖아요. 부모가 자식을 낳아서 특성화고 보낸 게 문제라면서요. 정부에서도 교육부에서도 보건안전공단에서도 자기 책임 아니라고 하잖아요. 결국 돈 없는 자식을 낳은 부모의 책임이라는 건가요? 저는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또 직장 생활이 힘든 직장인들도요. 회사를 그만둬도 된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지 않나요. 직장을 지키는 것보다 나를 지키는 게 우선이라고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지은이), 임진실 (사진), 돌베개(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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