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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무지함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명언이다. 이 말이 무색할 만큼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나 정보의 근원에 접근할 수 있다. 너무 많은 정보가 부유하는 현실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혹은 무엇이 진짜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엄청난 양의 정보와 사건, 사실 관계에 노출되다 보면 마치 세상을 다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결국,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지식은 무엇일까?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기준과 관점에 따라, 각자가 처한 위치와 환경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같이 이해하고, 같이 알아야 할 무언가는 존재한다. 너와 내가 만들어가는 우리 사회 공동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범주의 것.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고, 평화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기 위한 지식. 갈등과 대립의 국면을 해소하는 미래지향적 담론.

남과 북이 과거의 적대 관계에서 벗어나 한반도 평화 시대를 열고자 하는 이때 중요한 지식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내가 북에 대해, 분단의 역사에 대해, 통일 한반도에 대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분간하기도 어렵다. 그만큼 나는 무지하다. 북에 대해서는 학교 시험을 위해 표피적으로 이해했고, 언론이 알려준 남북 간에 일어난 단편적 이슈에 머물러있었다. 그러면서 북을 다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있었다. 무식해서 용감했다.

나에게 충격을 준 책 한 권
 
 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북맹 탈출 안내서
 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북맹 탈출 안내서
ⓒ 슬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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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를 일깨운 건 한 권의 책이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김진향 이사장의 책 <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북맹 탈출 안내서이다. 나는 책의 깊은 내용을 알기 전, 책의 이름과 존재 자체로 충격을 받았다. 북에 관한 낮은 앎의 수준에 머물렀던 나에게 반성의 기회를 준 소중한 만남이었다.

저자는 북한·통일 문제를 전공한 학자로,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대북정책을 수립·집행했고, 개성공단에서 북을 실제로 경험했다. 저자는 2016년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북에 대한 무지로 인한 것으로 규정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북에 대한 거짓·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애썼다. 그 노력의 연장선에 이 책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개성공단의 설계와 운영에 직접 참여했다. 개성공단에서 4년을 체류했다. 그래서인지 책 곳곳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묻어난다. 그 애정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북에 대해, 개성공단에 대해 깊이 몰랐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아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현재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다는 자각이다.

'악의 뿌리'를 경계하기 위한 '북맹 탈출'

독일 나치 전범의 행위를 연구하며 '악의 평범성'을 설파한 한나 아렌트는 '무사유(thoughtlessness)'가 끔찍한 악의 뿌리라고 하였다. 우리 사회가 악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런 무사유(無思惟)를 촉진하는 '무지(無知)'를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분단 상황에서 이익을 얻는 집단이 만들어낸 북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어떤 상황을 연출하는지 자주 목격한다. 이제 그 끔찍한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작은 '북맹 탈출'이다. 북에 대한 총체적 무지를 뜻하는 북맹은 저자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저자는 "개성공단은 매일매일 작은 평화와 통일의 사례가 발현하고, 축적되는 기적의 공간이다"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의미심장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개성공단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

개성공단에 대한 앎은 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한반도 평화 전략, 통일의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깊이 있는 북에 대한 지식, 분단의 역사, 통일 방안에 대해 알고자 할 때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휴전선을 허물고 체제를 합치는 것이 통일이 아닙니다. 평화가 통일입니다. 남과 북으로 헤어졌던 가족이 만나 저녁 한 끼 함께 먹는 일이 진짜 통일이고 평화입니다."(p.206)
 
저자는 무거운 통일 담론에 대해서도 이렇게 가볍게, 쉬운 것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어려운 정치, 외교, 안보의 문제로만 던져놓지 말고, 우리의 생활로, 공동체의 문제로 통일을 생각하자고 한다. 평화는 아이들의 행복 등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의 분위기를 반영한 듯 서점에는 북에 관한 서적이 참 많다. 김진향 이사장의 책으로 '북맹'을 인식했으니 다른 책들도 관심 가져 볼 생각이다. 저자가 강조하듯이 남북 평화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상상'에 참여해보려 한다. 너와 나의 평화 공동체를 만드는 작은 시작이 되길 바라며...

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 -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북맹 탈출 안내서

김진향 (지은이), 차민지, 황지은 (엮은이), 슬로비(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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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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