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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사법신뢰 회복방안- 전관예우와 시니어판사 제도를 중심으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20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사법신뢰 회복방안- 전관예우와 시니어판사 제도를 중심으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 신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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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불신과 법조 비리의 근원으로 지목돼온 '전관예우'와 관련해 해외에선 이를 방지하고 강하게 규제하는 제도를 대부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한국은 전관예우 문제에 따른 사법 불신이 만연함에도 강한 규제책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20일 서울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사법정책연구원과 국회입법조사처 공동주최로 열린 '사법신뢰의 회복방안- 전관예우와 시니어판사 제도를 중심으로' 심포지엄에서 차성안 판사(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는 해외 전관예우 규제 사례와 관련해 "영연방 국가들이 많은 규제를 갖추고 있는 걸 발견했다"면서 "대만·중국 같은 아시아권 국가도 강한 규제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은 퇴직 후 변호사 개업 금지하기도..."

차성안 판사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을 예외로 하면, 대부분 국가가 퇴직 법관 출신 변호사의 개업 활동에 대해 전면적 혹은 부분적 개업 또는 소송대리 제한 등 직접적 규제를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연방 국가들에서 법관 퇴직 뒤 변호사 개업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 영국은 퇴직 뒤 변호사 활동을 안 한다는 조건으로 판사에 임용된다. 홍콩과 뉴질랜드는 법관 임용 시 변호사 개업 금지 서약을 받는다. 캐나다의 경우 퇴직 뒤 변호사 개업을 3년간 금지한다.

이후에도 3년간 재직 법원과 하급 법원의 소송대리를 금지한다. 아일랜드의 경우 변호사단체가 전관 변호사의 소송대리를 제한한다. 최근 대만은 전관 변호사가 현직 법관 사무실을 방문한 것만으로도 형사처벌하기도 했다. 

차 판사는 "미국은 전관 변호사 규제가 없다는 오해가 널리 퍼져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판사 출신 변호사가 자기가 일했던 법원 판사들을 1~2년간 회피하도록 권고한다. 그림자 변론·전화변론을 강력히 규제한다. 이것을 위반하면 징계 가능하다. 뉴욕주의 경우 소송대리 자체를 몇년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외국은 정년 뒤 변호사 개업을 하지만, 한국은 한창 일하는 40~50대 판사의 대량 퇴직을 막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독일·일본 등은 판사 출신이 변호사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본인이 재직했던 법원의 동료 판사가 재판하는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는 없다. 판사가 미리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해외 사례와 견줘 보면 한국의 전관예우 실태가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전관 변호사 발생을 막기 위한 해법으로 법관 처우 개선과 시니어판사(일정 자격을 갖춘 판사가 은퇴 시 변호사가 되지 않고 경제적으로 현직과 동일하거나 준한 대우를 받으면서 일정 정도의 재판업무를 하는 것) 제도 도입이 제시됐다. 특히 법관 처우가 개선돼야 우수 인력이 법관 직위를 유지하면서 재판의 공정성 및 만족도도 향상된다는 관점이 강조됐다. 

이와 관련 차 판사는 "법관의 총체적 보수가 객관적으로 낮은 편이다. 캐나다와 비교해 봉급이 2~3배 차이이고, 연금도 낮은 편"이라며 "현행제도에선 연금이 퇴직 전 봉급의 20~30% 정도로 떨어진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는 "정년 연장을 통한 시니어 판사 제도를 도입하고, 오래 근무할수록 명예퇴직 수당이 높아지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관들 수임·개업제한 위한 세분화된 제도 마련해야"

이날 심포지엄에선 시니어판사 제도 도입 외에도 전관예우 폐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안됐다. ▲2012년 도입된 원로법관(법원장 퇴직 뒤 65세까지 소액재판 등에 종사) 제도 확대 ▲법조 브로커 근절을 위한 변호사 중개제도 도입 ▲국민참여재판 확대 ▲판·검사 징계제도 강화 ▲수임내역 공개제도 강화 ▲사건수임 제한 강화 ▲부당변론(법관 집무실 출입제한, 전화 변론 등) 금지 ▲재판부 회피·재배당제도 강화 등의 방안이 폭넓게 제시됐다.

판사 출신인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재판부와 연고가 있는 전관뿐 아니라 지연·학연도 전관예우 못지않게 영향을 미친다"면서 "지고 나면 법조인 중에도 저쪽 변호사가 재판부와 관련이 있어서 졌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걸 들어왔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이젠 향판제도가 없어졌지만, 연고지 근무제도가 사실 다 향판"이라며 "1950년대에 (지역 근무 시) 고향에서라도 다니라고 도입된 제도다. 법원 인사를 연고가 전혀 없는 곳으로 발령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관·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를 하면서 후보자에게 전관예우가 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없다고 했는데, 작년과 올해엔 '없다고 할 순 없다'고 답변이 바뀌었다"라며 "해외 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전관들의 수임제한·개업제한을 좀 더 세분화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이걸 위반하면 형사처벌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피력했다.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재판 구조 자체가 문제가 있다. 5~10분 재판하고 한 달 뒤 기일 잡아서 또 한다"면서 "한 달간 당사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판사가 누굴 만나거나 전화가 와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공판중심주의로 해서 재판만 보면 결론을 알 수 있도록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또 "대법원이 지난 5월에 사법농단 관련 10명의 법관을 징계했지만 명단이나 사유를 공개  안했다. 시니어판사 제도 도입하려면 판사가 (잘못을 저지르면) 옷을 벗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면서 "국회나 법원이나 국민 눈높이로 가지 않고 현 상태로 그냥 가자, 제도적으로 풀 수 있다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광수 변호사는 "국가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전관 변호사에게 사건 몰아주는 관행이 있는데, 별로 이 부분에 대해선 주목을 안 한다"면서 "재판기록의 전면적 공개와 접근 허용이 이뤄져야 한다. 절차 진행에서 편의제공이 있었는지, 다른 재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게 왜 이 재판에선 받아들여졌는지 등을 알려면 재판기록이 공개돼야 하고, 그래야 검증이 된다"고 제안했다.   

권오곤 한국법학원장은 "영미법 판사들은 재판 진행만 하면 유무죄는 배심원들이 결정해 주지만, 대륙법 판사는 판결 이후에 모든 절차에서 모든 국민·언론에게 검증받을 수 있게 투명하게 근거를 밝혀줘야 한다"면서 "국민들이 관심 있는 부분에 대해 판사들은 판결문에서 한 줄로 끝내곤 한다. 사법 신뢰를 위해선 '사건을 빨리 뗀다'가 아니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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