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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피의자 황아무개 씨로부터 회수한 신안 해저 유물 일괄.
 경찰이 피의자 황아무개 씨로부터 회수한 신안 해저 유물 일괄.
ⓒ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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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몇몇 유명한 발굴이 있다. 지난 1976~1984년까지 8년간 11차례에 걸쳐 발굴조사가 진행된 '신안 해저유물 발굴'도 국내 고고학계의 손꼽힐 만한 발굴 가운데 하나다. 특히 해당 발굴을 통해 국내에 '수중고고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도입·개척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고고학계는 "동시대의 국제적인 유물이 함께 모여 있는 박물관이 통째로 발견됐다"며 흥분했다.

1975년 당시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도덕도 앞바다에서 발견된 중국 원나라 시대 무역선 안에선 도자기 2만여 점, 금속류 720여 점, 동전 28t 등이 무더기로 나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언론이 '신안 보물선'이라고 이름 붙인 이 배는 1323년께 중국 경원(현 닝보)을 출항해 일본 하카다와 교토로 가던 도중 침몰한 무역선이다. 

"도굴 안 당한 무덤을 찾기가 더 어려워"

안재호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통화에서 "유적은 국가가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발굴해야 하는데 땅속도 그렇지만 바닷속은 누가 지키기도 어렵고 더 통제가 안 된다"면서 "신안 발굴 당시 도굴이 많이 된다는 말이 있었는데 (도굴된 유물들이) 언젠간 세상에 나온다고 했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지난 13일 일제히 보도된 신안 해저유물 은닉 검거 사건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문화재청과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공조해 검거한 피의자 황아무개씨는 1980년대 초 신안군 앞바다에서 도굴된 신안 해저 유물 57점을 자신의 집에 무려 36년간 감춰둔 혐의를 받고 있다.

문화재 절도는 공소시효가 10년으로 황씨를 처벌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불법 문화재 '은닉죄'의 공소시효는 불법 은닉·매매하려는 유물을 사법기관이 발견한 시점부터 시작된다. 경찰이 황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은닉죄로, 그를 검거한 3월부터 공소시효가 시작됐다.   

도굴은 주로 고분군, 사찰터, 가마터, 문화재보호구역, 마을터, 집터 등에서 일어난다. 도굴꾼들은 대부분 '풍수지리'에 대해 잘 알고, 유물에 대한 전문가급 안목을 갖고 있다. 조성된 지 오래된 고분은 봉분이 사라진 경우가 흔하다. 이때 도굴꾼들은 '탐침봉'을 갖고 다니면서 지형과 산세를 보고 고분과 각종 터의 위치를 파악한다. 탐침봉이란 최대 5m 길이의 쇠꼬챙이로, 여러 번 접어서 휴대할 수 있게 특수제작됐다. 

도굴꾼들은 유물이 있는 곳이라고 여겨지면 탐침봉을 땅속으로 찔러서 유물의 촉감과 소리를 통해 유물의 종류를 파악한다. 이 과정에서 토기 같은 깨지기 쉬운 유물이 손상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일본에서 수입한 '금속탐지기'도 이용한다. 금속탐지기는 철, 금, 구리 등 모든 금속에 다 반응하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서 도굴꾼들이 애용하는 도구다. 

고고학자들은 "발굴조사를 해보면 도굴을 안 당한 무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또 "도굴꾼들이 유적 위치를 우리보다 더 잘 알고 땅도 더 잘 판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안 교수는 "유적군 단위로 보면 평균적으로 10% 정도는 이미 도굴된 유적인 경우가 많다. 1990년대 초반에 경북 경산의 임당 고분군을 발굴했을 때 서너 개 도굴된 무덤을 발견한 후에 발굴조사를 시작했다"면서 "도굴꾼들이 탄갱 내부처럼 판자와 기둥을 세워서 도굴갱을 뚫어 도굴한 걸 목격했다"고 귀띔했다.  
 
 오리 모양 토기 한 쌍.
 오리 모양 토기 한 쌍.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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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자 이름 딴 전시실 꾸며주는 관례도 문제"

이번 신안 해저유물 은닉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도굴·도난 문화재는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은 한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 피의자들은 문화재를 은밀히 숨기고 있다가 공소시효(10년)가 완성되면 조심스럽게 구매자를 찾아 물건을 매매하거나 해외로 빼돌린다.

도굴꾼들은 박물관 운영자, 사찰 주지, 전문 수집가 등의 재력가, 골동품상 등에 접근해 매매를 시도한다. 보통은 물건만 봐도 정상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물건인지 아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도굴품인지 모르고 구매했다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땅속에서 나올 법한 토기, 청동·철기류, 금제 유물은 100% 도굴품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은닉 사건의 경우 피의자 황씨가 보관한 도자기들과 기존 신안 유물들 사이에 '양식'의 유사성이 포착되면서 신안 해저유물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안 교수는 재력가들의 수집 행위와 기증, 전시가 문화재 사랑으로 왜곡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문제 제기했다. 

"국립박물관에서 문화재를 기증받고 기증자의 이름을 딴 전시실을 꾸며주는 관례가 사실 문제다. 그런 사람들(기증자)이 물건을 사주니까 도굴이 조장되는 거다. 유물들을 파서 외국으로 밀수한다는 게 요즘은 어렵다. 국내에서 시장이 형성돼 파는 거다. (수집가와 박물관이) 사들이는 게 도굴을 조장하는 거다. '내가 사서 국가에 돌려줬다' '내가 애국했다'는 그런 인식과 관행을 버려야 한다. 박물관들이 나서서 '장물이기 때문에 우리 박물관이 사주면 안 된다'라고 해야 한다." 

안 교수에 따르면, 원삼국시대를 대표하는 '오리 모양 토기'는 문화재 애호가들 사이에서 진기한 유물로 각광받는다. 현존하는 국내 오리형 토기는 대부분 울산 하대 유적에서 출토된 것들이다. 소장자들이 "울산 하대에서 출토됐다"고 자랑삼아 직접 밝히곤 한다. 하지만 안 교수의 발굴팀이 해당 유적을 발굴했을 때 오리 토기는 1점이 나왔을 뿐이다. 국내 박물관과 미술관이 소장 중인 해당 토기류가 거의 '도굴품'임을 알 수 있다. 

익명을 원한 한 고고학자는 수집가뿐 아니라 학자들이 골동품상을 자주 찾아 물건을 사는 행위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고고학자는 "미술사학자들이 골동품상에 자주 간다. 지금은 안 그렇지만 선배 고고학자들도 옛날엔 골동품상에 가서 물건을 사곤 했다"면서 "발굴을 안하고 골동품 가게에 가서 살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골동품상이 도굴꾼한테 선생님이 이런 걸 찾으니까 가서 파와라, 찾아와라 그러면서 도굴이 조장되는 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학자는 "도굴꾼들이 동종 전과가 계속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형량이 안 세니까 출소해서 또 시도하는 거다. 법원이 강하게 처벌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행법에서 도굴·도난 문화재를 '경매'에서 사면 '선의취득'을 인정해 주는 것도 법의 사각지대로 지적된다. 도굴품인 것이 후에 판명돼도 경매를 통해 매입하면 선의취득을 인정해주는 법의 틈새를 노린 신종 범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도굴품을 산 구매자가 경매를 통해 매매하거나 경매에 올려 첫 선을 보인 후 내려서 시장에 내놓는 수법이다. 도굴된 물건이라는 걸 모르고 산 것처럼 선의를 주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신안유물 사건의 경우, 피의자 황씨는 취득경위에 대해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유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 교수는 "병자호란, 임진왜란 같은 전란이 많았기 때문에 문화재가 거의 안 남아 있다"면서 "임란 이후에 해당하는 조선 후기 유물들은 자기 집에서 대대로 소유하고 있었다고 하면 믿을 수 있지만 고려, 삼국시대 물건인데도 가보로 물려받았다고 주장하곤 한다. 조선 전기 이전 유물은 다 국가에 신고하도록 하는 법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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