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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상속공제 제도는 명품 장수 기업 육성을 목적으로 1997년 도입됐다. 중소·중견기업을 가업으로 물려받을 때 상속세의 일정 부분을 공제하여 경영상 어려움을 덜어주고, 이를 통해 고용의 안정성을 높이고, 경제 성장의 기반을 유지한다는 취지다. 도입할 때부터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지속하였지만, 변동을 거듭하여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지난 11일 당정이 '가업상속공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중소·중견 기업의 가업 상속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현행 제도의 사후관리요건이 완화되는 내용이다. 공제 혜택을 받는 중소·중견기업의 업종·자산·고용 유지 의무 기간이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들고, 업종변경 허용 범위도 확대됐다. 공제 대상 기업은 매출액 기준 3,000억원 미만, 공제한도는 500억원으로 현행과 같다.

이번 개편안은 기업 상속 문제의 부담을 덜고, 경영의 지속성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크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기업 상속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더 쉽게 됐다'는 등의 부정적 반응도 존재한다.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 정부 정책으로서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갖는 특성을 정책적 시각으로 살펴보자.

가업상속공제가 우려되는 점

먼저, 정책의 형평성 측면이다. 가업상속공제는 원활한 가업의 승계를 지원하는 혜택의 반대급부로 해당 기업의 고용을 유지하도록 하여 기업의 이익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편익까지 추구하는 목적 때문에 조세 형평의 원칙을 양보한 제도다. 이런 조세 형평의 침해는 공제 한도의 변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1997년 도입 당시 1억원이었던 가업상속공제의 한도가 2014년 500억원으로 상승한 반면, 국민 개인의 상속세 기초공제 한도는 2억원으로 변함이 없다. 기업과 개인에게 적용되는 상속제도가 분명 불평등하다.

이런 형평성 문제는 독일의 사례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는 독일에서 도입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도입됐다. 그런데 2014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이 제도에 대하여 위헌 판결을 냈다. 독일 헌재는 기업지분의 상속이 다른 자산에 비해 과도한 혜택을 받는 것이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았다. 또한, 가족기업이라는 조건과 고용 유지에 상속세가 부담이 되어 기업이 어려운 상황을 엄밀하게 따져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우리보다 엄격한 조건을 둔 독일에서 위헌 판결이 난 것을 주목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책의 효과성 측면이다. 가업상속공제가 필요한 근거로 가족기업의 우수한 경영성과나 투자 확대, 고용 유지 등이 있다. 이러한 요소는 정책이 추구하는 목적이 달성되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편익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도의 대상 기업 기준과 공제한도가 변화하면서도 가업상속공제의 효과가 검증된 적이 없다. 현재로서는 이 제도로 혜택을 입는 기업의 규모가 너무 적어 효과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제도의 효과성 논의와 검증은 추후 개편안 입법 과정에서 필수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대상집단이다. 가업상속공제는 '기업'이 아닌, '가업'에 방점이 있다. 공제대상이 보통의 기업이 아니라 가업이라는 명칭에 부합해야 한다. 가족에게 승계되었을 때 경쟁력이 유지되고, 기술 전수나 전통의 명맥이 유지되는 기업이다. 공제 대상이 애초 중소기업에서 현재 매출 기준 3,000억원 이하인 중견기업으로까지 확대되어 제도가 대상으로 하는 가업의 의미가 퇴색된 건 분명하다. 본래 정책이 지향했던 지점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이 "가업상속공제는 소득 최상위 계층 중에서도 극히 일부 특권층을 위한 감세이다(경향신문, 2019.4.4.)"라고 한 취지에서 이 제도의 현재를 알 수 있다.

과거의 정책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부 요건과 대상이 변화하는 건 자연스러운 정책현상이다. 그러나 정책이 가져야 할 기본 특성과 제도적 환경을 무시한 변화는 오류와 갈등의 씨앗이 된다. 가업상속공제가 이 시점에서 변화가 필요한 것인지, 변화의 폭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는 당초 제도의 도입 취지와 도입 후 성과에서 찾아야 한다. 가업상속공제가 세습자본주의화를 방지하는 상속제도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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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