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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경기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하프타임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삶의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50대 남성의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언제 책 나와?"

내가 글을 쓰며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걸 아는 주변 사람들이 내게 자주 묻는 말이다. 사람들은 책을 몇 권이나 썼느냐로 글 쓰는 사람을 판단하는 듯하다.

나도 처음에는 책을 낼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생각이 달라졌다. 우선 글을 많이 쓰는 걸 목표로 삼았다. 글이 많이 쌓여야 좋은 글도 나오고 그래야 책으로 엮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대중에게 오픈된 글쓰기 플랫폼을 찾아보았다. 그중에서 '브런치'가 눈에 띄었다.

2017년 가을 즈음 브런치에 야생 물새 관찰 일기를 쓰겠다는 기획을 올렸지만, 거절당했다. 내 기획이 자신들의 플랫폼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의례적인 답변이었다. 난 브런치 신청서에 '출간된 책이나 게재된 기사' 여부가 있는지 물어보는 항목이 마음에 걸렸다. 내게는 좀더 증명된 경험과 결과가 필요했다.

그때 어느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읽다가 내 눈에 띈 기사가 있었다. 기사라기보다는 수필에 가까운 어느 사람의 이야기였다. 타인의 성찰이었는데도 내 모습까지 투영되는 좋은 글이었다. 출처를 보니 <오마이뉴스>.

기사 첫머리에 적힌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도 뉴스가 되고 포털사이트에도 오를 수 있다고? <오마이뉴스>에 바로 가입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 멀고 먼 첫 채택
 
 개인의 경험도 뉴스가 되고 포털사이트에도 오를 수 있다고? <오마이뉴스>에 바로 가입했다. (사진은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개인의 경험도 뉴스가 되고 포털사이트에도 오를 수 있다고? <오마이뉴스>에 바로 가입했다. (사진은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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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콘셉트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시민기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심혈을 기울인 글들을 올렸지만 채택되지 않고 실시간 글로만 머물렀다. 나는 문장에 문제가 있는지, 소재나 주제에 문제가 있는지 분석해 보았다. 내 관점에서는 문제를 찾을 수 없었지만 채택된 다른 기자들의 글을 보면서 내 오류를 깨닫게 되었다.

나의 글은 개인적인 감상에 머무른 글이었다. "탄천에 물새들이 많아요. 참 예뻐요. 그리고 물새들은 행복하게 살아요." 딱 이런 수준의 글이었던 것. SNS와 블로그에나 어울릴 글이었다. 글을 다시 써 내려갔다. 탄천의 철새들을 다루며 생태와 환경 그리고 인간의 모습도 살짝 그렸다. 2018년 1월, 드디어 채택됐다.

처음 채택되던 날의 기쁨이 지금도 기억난다.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 내가 소속된 모든 '단톡방(메신저 단체대화방)'에 기사 링크를 올렸던 것 같다. 내 이름을 단 기사가 게재된 데다 포털사이트에도 올랐으니까.

그런 뿌듯함이 꾸준하게 기사를 쓰게 한 것 같다. 그날 이후 생활에서 얻는 소재를 기사로 썼다. 책을 읽으면 책 리뷰로, 영화를 보면 영화 리뷰로, 그리고 추억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는 생활수필, '사는이야기'로.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는 재미가 쏠쏠하던 어느 날, 스마트폰에 모르는 번호 하나가 떴다. "여기 오마이뉴스인데요. 기자님께서 쓰신 글을 보고 전화했습니다." 기사를 편집하는 에디터는 내가 '짜장면'을 주제로 쓴 글을 읽고 연락했다며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으니 그런 소재를 많이 발굴해 보라"고 격려해줬다.

그 이후로 간혹 에디터들의 연락을 받는다. 기획하는 기사가 있는데 혹시 내가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 그렇게 쓰게 된 기사가 여럿 있는데, 특히 지난해 추석에 쓴 명절 기사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관련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명절 기사는 나의 초보 시아버지 경험을 녹여낸 것이다. 새로 가족이 된 사람들이 서툴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그렇지만 다소 도발적인 제목 때문인지 날 선 독자들의 반응이 아직도 기억난다(관련기사: 사라지지 않는 가족단톡창 1, 그렇게 시아버지가 된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주제로 쓴 기사는 우리 또래 남자들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다른 매체에서도 인용을 해주고 많은 독자가 SNS에 공유한 글이라 뜻깊다(관련기사: 50대 중년의 나, 왜 프레디 노래에 눈물이 터졌을까).

소재와 주제는 달라도 기사 쓰기 기본은 같다

꾸준히 쓰다 보니 <오마이뉴스>에서 내가 글을 어떻게 쓰는지를 인터뷰하기도 했고, '내 인생의 하프타임'이라는 연재 기사까지 쓰게 됐다. 나는 <오마이뉴스>에서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쓰지만, 그때마다 내가 기본으로 삼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문장이 기본이라는 것. 블로그나 SNS라면 주어 술어가 불명확해도 독자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용납된다. 그렇지만 <오마이뉴스>는 뉴스 매체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실 관계를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문장을 써야 한다. 내가 처음에 오류를 범한 게, 그동안 블로그에 써왔던 방식 그대로 오마이뉴스에 쓴 것이다. 물론 문장이 아무리 좋더라도 내용이 블로그나 SNS에나 어울리는 글이라면 편집부에서 채택을 고민할 것이다.

둘째, 내가 잘 알고, 친숙해서 잘 쓸 수 있는 분야의 글을 쓰자는 것. <오마이뉴스>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세상에는 참으로 전문가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들도 많아서 주목받는 글을 쓰는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주목한 건 '사는이야기'였다. 나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고, 나만의 색깔로 그릴 수도 있으니까. 마침 내게는 나만이 쓸 수 있는 소재가 있었다.

나는 2018년 봄부터 늦가을까지 경기도 성남 탄천에서 태어난 새끼 청둥오리 11마리와 그들의 어미를 관찰·기록했다. 갓 태어난 날부터 성체가 되어 날아다닌 그 날까지. 그 이야기를 같은 해 겨울 '탄천에서의 1년'이라는 기획으로 5회 연재했다.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라 과연 채택될까 걱정했지만, <오마이뉴스>에서 비중 있게 다뤄주었다. 게다가 출판 권유도 받아서 내게는 의미 있는 기획이다.

세 번째는 글에 '시의성'을 담자는 것이다. 시의성에는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글을 올릴 당시 이슈에 맞는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특히 책 리뷰가 그렇다. 난 책을 읽다 보면 당시의 사회 현상이나 이슈에 빗대어 해석하게 된다. 책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세상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 이런 글이 어쩌면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원하는 글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끔찍한 어린이 학대 사건이 발생한 지난 어린이날 즈음에 '아동학대' 관련한 동화 리뷰를, 5.18 즈음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동화 리뷰를 썼다. 그리고 요즘 벌어지는 타다와 택시 간의 갈등을 보면서 쓴 '공유경제' 이론서 리뷰도 그런 범주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 내 개인적인 경험과 성찰을 소재로 기사를 쓰더라도 대중들이 납득하고 공감할 만한 결론으로 글을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올라오는 실시간 글을 보면 좋은 소재로 문장력 있게 쓴 글들이 많지만 그중 많은 글은 채택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성찰에 그치거나 근거가 부족한 개인적 주장에 머물기 때문이다.

글쓰기에서 찾은 인생 후반전 공략법
 
 내가 주목한 건 '사는이야기'였다. 나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고, 나만의 색깔로 그릴 수도 있으니까. 마침 내게는 나만이 쓸 수 있는 소재가 있었다.
 내가 주목한 건 "사는이야기"였다. 나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고, 나만의 색깔로 그릴 수도 있으니까. 마침 내게는 나만이 쓸 수 있는 소재가 있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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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년 6개월 동안 <오마이뉴스>에 글이 채택도 되고 때론 비채택도 되면서 글쓰기를 수련하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비채택되면 왜 그랬을까 분석하며 고쳐나갔다. 아무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경력이 내게 글 쓰는 인생 후반전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을 본 모 월간지에서 '글쓰기로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남성'이라는 콘셉트로 내 인터뷰 기사를 냈다. 그리고 <오피니언뉴스>라는 인터넷 매체에서 '강대호의 책이야기'라는 주제로 매주 북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모두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면서 벌어진 일이다.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오마이뉴스>에 쓴 글을 보고 내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은 또래 남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들도 나처럼 인생 후반전을 고민하거나 준비하려고 한다. 어쩌면 그들과 고민을 나눈 덕분에 이 '내 인생의 하프타임'이 탄생하기도 했다.

앞으로 이 연재에서는 나와 그들, 나아가 우리들의 이야기를 펼쳐가려 한다.

덧붙이는 글 | '내 인생의 하프타임'은 격주 수요일에 연재됩니다.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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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을 위해 하프타임을 보내는 50대 남자. 월간문학 등단 수필가이자 동화 공부 중인 작가. 그리고 여러 매체에 글을 연재 중인 칼럼니스트.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