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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의 상징 남영동 대공분실이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이름만 바뀌었을 뿐 아직 공간은 그대로입니다. 현재 민주인권기념관 조성을 위한 다양한 연구용역 공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에 맞춰 남영동 대공분실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 보는 글을 보냅니다. [편집자말]
 
 20181226 남영동 대공분실 이관식
 20181226 남영동 대공분실 이관식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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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인권기념관(이하 기념관)은 현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행정안전부로부터 관리 위탁받아 시민사회와 함께 운영 중이다. 경찰로부터 이관받은 지 6개월째, 이 공간을 책임지고 있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하 사업회)의 남규선 상임이사에게 운영현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 대통령 발표 이후 1년, 경찰로부터 이관받은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경찰이 이사를 나가던 2018년 12월 14일, 구 남영동 대공분실의 열쇠를 넘겨받았다. 한겨울에 건물 관리를 이관받고 보니 42년 된 구식 보일러가 큰 문제였다. 급하게 보일러 기사를 채용했다. 기온이 많이 떨어진 날에는 그 분이 보일러실에서 쪽잠을 자며 동파를 막아냈다.

경찰 이사 직후 대공분실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났을까? 보일러실 한구석에서 상자를 발견했다. 거기에 그토록 오랫동안 찾아 헤맨 설계도면 원본이 들어 있었다(이 도면은 훼손을 막고자 복원 전문가에게 맡겼다). 그리고 두 달 후에는 창고에서 십수 년간 먼지를 뒤집어쓴 책상 두 개를 찾아냈다. 경찰이 509호만 남기고 5층 15개 조사실의 기물을 흔적도 없이 죄다 없애버리지 않았나. 그 책상 위에서 누군가 고문에 지쳐 허위자백서를 수없이 써 내려갔을 것을 생각하니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역사의 증언자처럼 느껴졌다."
  
 창고에서 발견한 책상. 지금은 510호에서 백승우 작가의 설치작품과 함께 볼 수 있다.
 창고에서 발견한 책상. 지금은 510호에서 백승우 작가의 설치작품과 함께 볼 수 있다.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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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6.10민주항쟁 기념사를 통해 남영동 대공분실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사업회가 관리운영 책임을 맡았다. 특별히 이곳이 민주인권기념관으로 결정된 계기가 있는지?
"무엇보다 수많은 민주화운동가들이 고문당하던 장소이자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곳이다. 지난 1997년 6월 항쟁 10주년을 맞아 그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고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지속적인 노력에 힘입어 2001년 여야 합의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서 첫 번째 목적사업으로 명시한 것이 바로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이다.

그동안 사업회와 정부는 남영동 대공분실을 포함해 민주화운동과 연관된 역사적 상징성이 있는 여러 부지를 검토했다. 그러나 엎어지기를 수차례 반복했고, 2005년 남영동 대공분실을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재탄생시키려 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렇게 흐른 세월이 무려 18년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탄생과 함께 기념관 건립사업이 탄력을 받았고, 유관부처와 수차례 협의를 거쳐 마침내 6.10민주항쟁 제31주년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발표하게 된 것이다."
   
 남규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
 남규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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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영주체로서 사업회가 그리는 기념관은 어떤 모습인가?
"무슨 기념일에 한 번 가보고 마는 박제된 기념관이 아니라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기꺼이 다시 갈 만한 곳, 더 나아가 일상적으로 찾게 되는 곳이어야 한다. 작년에 베를린의 기념시설을 둘러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젊은이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우리 기념관도 언제나 젊은 세대들로 북적이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곳에 가면 새롭고 흥미로운 기획 전시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 선생 등 유가협 회원과 고문피해자 등 '살아 있는 역사책'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언론인, 교사, 경찰, 로스쿨 학생 등 인권보호 책무를 진 사람들의 필수 방문코스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에게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일깨워주는 민주시민교육의 현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공간을 구상하고 있는가?
"남영동 대공분실 기존 건물은 원형을 살려 복원 및 보존하고, 유휴부지 증축을 통해 전시와 교육 공간, 사료관(아카이브) 등을 확충할 계획이다. 기념관마다 있는 형식적인 교육실이 아니라 진정한 민주시민 교육센터로서의 기능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두고, 특히 중고등학교 계기수업이 이곳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할 것이다.

또한 지난 20년 동안 모은 민주화운동 사료 90만 건을 서비스하여 이곳에서 직접 사료를 체험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다양한 시민사회와 민주화운동가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구체적인 공간 구성은 기본계획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의견을 모아갈 계획이다."

"연내 경찰 5천명 이상 방문 예정... 경찰 민주시민교육 더없이 반갑다"
 
 경찰간판이 있던 곳에 민주인권기념관 간판으로 교체하는 모습
 경찰간판이 있던 곳에 민주인권기념관 간판으로 교체하는 모습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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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인권기념관 정식 개관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기념관 조성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어떤 기념관이 되어야 하는지, 또 건축 측면에서 기념관에 어떤 기능과 시설이 필요한지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연구 중이다. 이 과정에서 기념관에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나갈 계획이다.

기본계획이 완료되면 이를 바탕으로 하반기에 설계 공모에 들어간다. 내년 상반기에 실시설계를 하고, 6월 중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전시 구성 및 전시품 제작도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인권기념관은 2022년 정식 개관할 예정이며, 사료 및 콘텐츠 수집과 관련 연구는 기념관의 기본 사업으로 지속해 나갈 것이다."

- 정식 개관 전까지 임시로 운영 중인데 이관받은 후 방문객 추이는 어떠한가?
"이관 후부터 5월 말까지 총 1만 457명이 다녀갔다. 아이 손을 잡고 오는 가족들, 현장학습으로 방문한 초·중·고등학생, 역사동아리 소속 고교생과 대학생 등 다양한 시민들이 찾는다. 특히 경찰이 기념관을 '경찰역사 순례길' 9곳 중 한 곳으로 지정함에 따라 신임 경찰뿐만 아니라 예비 경찰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연내에 경찰 5천 명 이상이 방문할 예정이다. 자신들의 역사적 과오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장소에서 경찰의 민주시민교육이 정례적으로 이뤄지게 되어 더없이 반갑다."

- 그밖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경찰청 인권센터'라고 쓰여 있던 입구 간판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바꿔 달았더니,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편하게 들러 산책을 하는 코스가 되었다. 하루 두 차례씩 정기해설을 진행하는 것 외에 자유관람도 가능하도록 운영하여 이전까지는 발걸음하기 어려워하던 시민들의 방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를 위해 7층 강당을 무료로 대관하고 있으며, 홈페이지(https://dhrm.or.kr/)와 페이스북(www.facebook.com/dhrmemorial) 공식 사이트도 개설했다."
 
 민주인권기념관 기획전시 '잠금해제'전 (잭슨홍의 작품 '빈칸')
 민주인권기념관 기획전시 "잠금해제"전 (잭슨홍의 작품 "빈칸")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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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기념관에는 낯선 설치물들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기획 전시 '잠금해제'에 대해 소개해 달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민주인권기념관으로 거듭나는 의미를 재해석한 '장소 특정적 예술' 전시다. 한마디로 이 공간의 어제와 오늘을 잇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김상규 교수가 총감독을 맡았고,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다양한 분야의 작가 7팀이 참여했다. '잠금해제'라는 제목은 갇히고 결박당했던 것들이 풀려남과 동시에 그동안 은폐되었던 곳이 열리고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는 기대를 상징한다. 많은 분이 찾아와서 직접 보시면 좋겠다. 또 앞으로 민주인권기념관이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될지 관심 갖고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남영동의 봄' 연재기사 보기 http://omn.kr/1jnz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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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지금여기에"라는 단체에서 일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