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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헌법을 통해 모든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법률로 공무원 등 일부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제한하고 있지만, 헌법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이런 노동 3권은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힘의 우위에 있는 사용자를 상대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이다.

여기서 단체행동권은 일반 대중들에게는 노동자들의 집회, 시위, 파업과 같은 쟁의행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와 정상적인 협상, 교섭이 이뤄지지 않을 때 노동자가 선택하는 노동기본권 행사의 최후 수단이다. 도심 집회와 파업 중 발생하는 불편 등으로 대중의 원성을 사기도 하지만, 일하는 모든 사람이 노동자라는 관점에서 이런 집단적 행위를 부정할 수 없다. 단체행동권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권리로서, 이를 부인하는 것은 노동기본권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과 같다.

단체행동권이 파업으로 나타날 때 사용자는 불가피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경영자는 노동기본권이 어떤 형태로든 발휘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이 때문에 경제계는 노동자의 권리가 더 확대되는 것을 기를 쓰고 반대하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 기관, 정치인은 노조가 하는 일에는 날을 세운다. 기득권에 가까이 서 있을수록 노동을 경시하는 풍조가 팽배하다. 이런 집단적 특성에 충실한 사례는 우리 사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사고와 노조
  
 고용노동부 대전지방청이 지난 17,18일 발생한 한화토탈 대산공장에 대해, 가동중지명령에 이어 특별근로감독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특별근로감독은 빠르면 23일부터 2주간 실시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17일 1차 발생한 유증기 유출 모습이다.)
 고용노동부 대전지방청이 지난 17,18일 발생한 한화토탈 대산공장에 대해, 가동중지명령에 이어 특별근로감독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특별근로감독은 빠르면 23일부터 2주간 실시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17일 1차 발생한 유증기 유출 모습이다.)
ⓒ 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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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충청남도 서산시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유증기 유출사고가 있었다. 최소 110t 가량의 유해물질이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고, 600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언론 대부분은 사고 소식과 함께 유해물질의 유출 원인과 한화토탈측의 대응, 재발방지대책과 외부기관의 검토 등을 보도해, 화학공장의 안전사고 예방과 대응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데 집중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이 사고를 노조와 엮으면서 회사 측의 책임을 희석하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에 있지만, 이번 사고는 우리나라 강성노조에 의한 파업이 기업과 국민, 그리고 국가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실히 드러낸 상징적인 사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노조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 여실히 보여준다. 김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란 사실이 씁쓸하다.

김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밝힌 것처럼, 한화토탈은 파업 중인 사업장이다. 임금협상 과정에서 회사 측이 임금 인상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고, 사고가 일어나기 전 한화토탈노조가 성실 교섭을 진행하자고 제안했으나 사측이 거부했다고 한다. 임금 협상을 방치한 상황에서 비숙련 대체 인력을 투입한 선택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숙련 노동자 투입의 위험성을 사측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니, 사고는 예견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고의 배경을 이해하고 나면 김 의원의 '노조 때리기'가 얼마나 잘못된 접근인지 판단할 수 있다. 한화토탈노조는 헌법이 명시한 노동기본권에 충실했다.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진행한 파업도 노동자의 권리이다. 책임은 노조의 교섭 요구를 무시하고, '공장 돌리기'에만 혈안이 된 사측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안전은 보장되지 못했고, 애먼 지역주민들까지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21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신고도 하지 않고 노동자들 대피나 작업 중지도 하지 않은 한화토탈 사업장에 대한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책임추궁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보다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런 경영 행태가 또 다시 이런 사고를 불러일으킨 것입니다"라고 말한 취지를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경제문제와 노조

 
한국당 원내대표에 출마한 나경원-김학용  나경원-김학용 의원은 한국당 내에서 비박으로 분류되는 후보다.
 나경원 원내대표- 김학용 의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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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집단적 특성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서도 발견된다. 지난 16일 세종에서 열린 '2019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 재정의 필요성을 역설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나 원내대표는 "위기원인진단이 틀려서 엉뚱한 처방을 했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한국경제의 위기 원인으로 '규제와 반기업정책에 따른 산업경쟁력의 위기', '강성노조의 후진적 노사문화에 따른 고용투자 위기', '정부의 무분별한 시장 개입에 따른 시장 위기'를 꼽았다.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거론하면서 노조를 끌어들인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돼온 대기업 집단들의 불공정 거래, 하청업체 쥐어짜기, 재벌총수 일가의 일탈행위와 사익편취 행위 등은 찾을 수 없다. 편협한 시각으로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공장에서 일어난 사고도, 우리나라의 경제문제도 노조와 연결짓는 정치인의 사고가 참 궁금하다. 문제의 근본 원인에 천착하여 해결방안을 찾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할 정치인들이 이슈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사용하는 현실이 참담하기만 하다. 이런 행위는 문제의 본질을 흐려 꼭 필요한 제도적 장치와 정책수단 도입을 가로막게 된다.

이번 정부에서 노조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고 여기는 일부 정치인들의 인식에 노조하는 사람들은 황당해한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노동하는 사회의 기본으로 정한 핵심협약조차 비준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무슨 노조가 나라를 흔든다는 건가. 지금도 지난 정권과 노동자가 가진 제도적 배경이 전혀 다를 바 없음을 생각하길 바란다. 그래서 부탁한다. "의원님, 노조 때리기 그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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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