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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해숙 인천복지재단 대표.
 유해숙 인천복지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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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짜리 꼬마는 1971년 인천 도화동 철길 옆으로 이사를 왔다. 서울에서 떠밀려온 아버지가 마지막 재산을 다 털어서 운영하던 작은 신발공장은 망했다. 철거를 당하고, 만수동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던 곳, 인천에서의 삶은 그렇게 48년이 흘렀다.

가난했던 철거민의 딸은 부모님의 교육열 덕분에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번듯한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했다. 서른이 넘은 어느날, 곰곰 생각해봤다. '왜, 내 가슴이 뛰지 않는 걸까'. 인디언의 충고가 생각났다. 내가 경주마처럼 달리는데 급급해서 미처 내 영혼이 아직 도착하지 못한 탓이 아닐까.

늦깎이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대학 강단에 섰다. 시민교육과 사회정책을 만들기 위한 사단법인 마중물을 만들어 사회참여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올해 2월 19일 출범한 인천시 출연기관인 인천복지재단의 초대 대표이사가 됐다. 서울사회복지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였던 유해숙 대표는 늘상 '인천'과 '복지'의 교차점에 서 있었다. 

'이상이 일상이 되는 상상의 광장'. 인천복지재단의 슬로건이다. 지난달 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유해숙 대표가 가장 많이 꺼낸 단어는 '시민력'과 '복지기준선', '위험'과 '상상'이다. 이 단어들은 씨줄날줄 엮여있다. 복지기준선은 시민력(力)에 의해 만들어지고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들이 복지에 대한 상상을 키우고 현실화 할 때 사회적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 대표의 눈에 비친 인천은 한국 사회의 압축판이다. 또한 먼저 온 한반도의 미래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가 남동구다. 이곳은 북한 이탈주민이 가장 많은 동네이자, 인천은 육지와 바다 모두 북한과 맞닿은 곳이다. 통일 이후 한반도 주민들의 삶이 현재진행형으로 나타나고 있는 곳이다. 삶과 직결된 복지 문제 또한 그러하다.

유 대표가 올해 논의의 큰 틀을 매듭짓겠다고 한 인천형 시민복지기준선은, 복지에 관한 보편성과 특수성을 감안해 분야별 최저선과 적정선을 마련하는 '복지 설계도'다. 그는 복지기준선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위에서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토론과 협의를 통해 깨달으면서 만들어가는 '시민력'에 기초해야만 사상누각이 안된다는 것이다.

유 대표의 진단과 주장은 명료하다. 울리히 벡이 강조했듯이 현대사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을 깔고 앉아있는 '위험사회'라는 진단이다. 그 위험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기에 공동체가 함께 힘을 합쳐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향은 시혜적이고 선별적인 '연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문제이기에 사회적 '공감'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 유해숙 인천복지재단 대표 “최소한의 사람다운 삶의 조건 시가 보장하겠다” 유해숙 인천복지재단 대표가 8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복지재단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향후 재단을 이끌어 갈 방향과 포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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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유해숙 인천복지재단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박남춘 인천시장과의 인연은.
"박남춘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가 인천 남동구였다. 나는 당시 시민교육과 사회정책을 만들기 위한 사단법인 '마중물'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다. 마중물이 남동구에 있었다. 박 시장께서 저희 기관을 탐방하고 함께 토론한 적이 있다. 그때 2시간 넘게 토론이 진행됐다. 처음에는 의례적인 지역구 활동인 줄 알았는데 진지하게 토론하고 고민하고 끝까지 참여했다. 그게 처음 인연이다.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적은 없고, 박 시장 당선 이후 인수위원으로는 참여했다."

- 일각에선 '낙하산 논란'도 있었는데, 박남춘 시장이 왜 유해숙 교수를 인천복지재단 대표이사로 임명했다고 보는가. 주어진 미션이 있나.
"박남춘 시장께서 이걸 해달라고 말씀한 적은 없다. '낙하산 논란'이 있을 때 박 시장께선 '유해숙 대표가 낙하산이라면, 여러분이 한 거다. 복지계에서 추천했고, 민주당에서도 추천했고, 여러분이 추천한 걸 시장인 내가 추인한 거다'라고 말했다.

인천복지재단은 전임인 유정복 시장 때 만들어졌다. 재단 이사회까지 꾸려졌다. 이후 인천시장이 바뀐 거다. 이것을 박남춘 시장이 계승한 거다. '시민 중심의, 시민이 주인되는, 시민이 참여하는' 복지로 이끌어달라는 당부는 했다. 이상이 일상이 되는 근거를 만들어내는 것, 인천 복지의 방향과 체계를 잡는 역할을 제게 주신 것으로 알고 있다."

- 인천복지재단은 1실, 2부, 3개팀으로 편제돼 있다고 들었다.
"(조직 편제가) 바뀌었다. 원래 1실은 조사연구실, 2부는 품질관리부, 기획행정부였다. 직원들과 토론해서 3실로 바꿨다. '품질관리부'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 인천복지재단은 지원하는 곳이다. 그래서 바꿨다. 품질관리부는 지역복지협력실로, 조사연구실은 정책실천연구실로 바꿨다. 그리고 기획행정실. 전체 인원이 20명이라 현재는 지역복지협력실만 지역공동체팀과 시민력증진팀으로 나눴다."

- 전임 유정복 시장 때도 인천시와 인천사회복지협의회가 '인천복지재단' 설립을 놓고 갈등을 빚은 걸로 알고 있다. 한정된 예산과 기능 중복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지금은 많이 노력하고 있다. 인천복지재단 대표를 맡고 난 뒤 첫 실천사업이 오픈 콘서트였다. '복지재단의 길을 현장에 묻는다'는 콘셉트였다. 이 토론회를 인천사회복지협의회와 사회복지사협회와 공동으로 주관했다. 인천복지재단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드린 거다. 앞으로는 현장의 사회복지 동료와 공무원들이 함께 참여해 공공과 민간의 거버넌스로, 협치로 가겠다는 뜻이다.

인천복지재단의 일은 사회복지협의회나 사회복지사협회의 사업과 중복될 수밖에 없다. 같은 사회복지에서 딱 구분해서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끊임없이 토론하고 협업하면서 나가겠다는 것이다. 인천복지재단이 어떤 방향으로, 어떤 기능을 하느냐에 따라서 현장의 이런 우려는 심화되기도 하고 불식되기도 한다고 본다. 인천복지재단이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면 현장에서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유해숙 인천복지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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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복지재단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인천형 시민복지기준선'이란 무엇인가.
"복지기준선은 시빌 미니멈(civil minimum)과 내셔널 미니멈(national minimum)이 있다. 이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게 가족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책임이라는 것이다. 시빌 미니멈이 지자체의 책임이라면, 내셔널 미니멈은 국가의 책임이다. 인천 시민복지기준선 설정은 그 방향과 의지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연구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가난은 나라도 구하지 못한다, 나라가 구하는 게 아니니까 스스로 하거나 가족이 돕는 거였다. 그런 취약한 사람들만 선별해서 나라가 구제해주는 게 선별복지 정책이다. 그래서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된다는 건 사회적 '낙인'이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인천형 시민복지기준선을 정한다는 것은 (전체 시민들에게) 최소한의 사람다운 삶의 조건을 인천시가 보장하겠다는 선언이다.

시민복지기준선만 정하면 뭐하냐, 실행은 취약하다는 비판도 있다. 일견 일리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그 과정에서 복지에 대한 의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취약한 사람들을 넘어서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자족이 아니라 시민들이 같이 연대해서, 시와 정부 차원에서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 '인천형 시민 복지기준선' 설정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인천시는 6개 분과를 만들었다. 총괄 분과를 빼고 나머지 5대 분야에서는 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시민복지기준선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추진위가 토론하고 의견 제시도 하고 협의한다. 80여 명의 전문가와 시민들이 소득, 건강, 주거, 돌봄, 교육 등 5개 영역에서 활동한다. 이 영역에서 최소한의 기본적 삶에 대해 소통하고 협의해서 합의를 이뤄내는 작업을 하게 된다. 올해 안에 시민복지기준선의 적정선과 최저선 등에 대한 기초 논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 복지 문제는 중앙 정부와의 협의가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
"근본적인 복지기준선은 중앙 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 차원의 예산과 의지만으로는 어렵다. 중앙 정부가 바탕을 만들어주고, 거기에 인천의 특수성과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복지기준선을 만들고 이행해야 한다. 중앙 정부와의 협조는 매우 중요하다. 복지국가여야지, 복지지역으로는 어렵다. 중앙 정부의 복지정책을 꾸준히 연구하면서 그것을 지역 복지정책과 어떻게 맞물릴 것인가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 "출범 첫 해인 올해는 인천형 복지설계를 위한 복지기준선 설정,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실태조사, 읍·면·동 맞춤형 복지서비스 지원 방안 등 연구 과제와 복지 현장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읍·면·동 맞춤형 복지서비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예를 들어보자. 동네에 노인이 한 명 있다. 취약한 노인에게는 빈곤, 소득, 건강, 가족, 심리정서 등 한국 사회의 위험 요소가 다 응축돼 있다. 이 노인에게 복지 서비스가 제대로 전달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전달 체계가 무척 중요하다. 그 전달 체계의 맨 끝인 읍·면·동은 이 노인의 실질적 삶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읍·면·동에서 이 노인의 복합적 위험들을 없애줄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지원되는 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읍·면·동을 최종적인 깔대기라고 보면 된다. 중앙 정부의 복지 철학과 정책이 시 정부로 오고, 그것이 구를 통해 읍·면·동으로 와서 이 노인에게 제대로 전달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나 근거 없이 대응하는 수준이다. 그러다보면 누락되는 사람도 발생하고, 중복되거나 집중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읍·면·동 서비스의 효과적인 지원방안 연구는 그러한 복지 자원, 욕구, 수요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유해숙 인천복지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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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복지기준선을 설정할 때 고려해야 할 인천의 특수성은 무엇인가.
"인천은 한국 사회의 압축판이라고 본다. 한국 사회의 문제를 다 담고 있다. 그런 한국 사회의 보편적 특징을 갖고 있지만, 특수성도 띠고 있다. 도서지역이 많다. 섬 100개로 이뤄진 옹진군은 25개의 유인도와 75개의 무인도가 있다. 25개 유인도는 7개 면으로 나뉜다. 7개 면에 강의를 다녀보니, 내가 인천에서 50여 년을 살면서도 이렇게 인천을 몰랐구나, 반성을 했다.

인천은 먼저 온 미래다. 한반도의 분단된 위험을 그대로 안고 있다. 남동구는 전국에서 북한 이탈주민이 가장 많은 동네다. 북한에서 온 분들과 남한에 사는 분들이 섞이다보니 갈등 요소도 많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통일 이후 한반도의 먼저 온 미래가 인천에 있다. 또한, 동북아의 요충지인 인천은 가능성과 잠재력이 풍부한 곳이다. 그 과정에서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그곳에 사는 분들의 복지도 고민하게 됐다."

- '잔여적 복지'에서 '제도적 복지'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제도적 복지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는 무엇인가.
"선별 복지는 학술적으로 '잔여적 복지'라고 한다. 그건 취약계층에만 복지 혜택을 주는 것이다. 앞으로는 제도적 복지로 시스템화돼야 한다. 취약계층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다. 취약계층에게 더 집중하되,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일반 시민에게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취약계층만 대상으로 하면, 복지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생긴다. 돈은 내가 내는데 우리에게 좋아지는 게 뭐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제대로 된 복지국가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애초 취약계층만 대상으로 하다가 사회위험 요소가 많아지다 보니까 '야, 이 위험이 우리 모두의 위험일 수 있겠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사회복지라는 것은 위험에 대한 공적 대응이다. 그런 위험을 시민들이 자각하는 거다. 

전쟁 중에 위험에 대한 자각과 시민들의 토론이 만들어낸 게 전쟁 이후의 보편복지 정책이다. 그러한 시민들의 자각과 토론이 제도적 복지로 넘어가는 힘이 됐다. 그러려면 시민들이 그러한 위험이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 내 미래의 문제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지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캐나다 공공의료도 100만명의 지역에서부터 먼저 만들어졌다. 그게 나중에 국가를 바꿔내는 힘이 됐다. 인천형 복지도 사회적 위험을 자각하고, 그 위험에 어떻게 공적으로 대응할 것인지 토론하고, 보다 안전하고 당당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 언론 인터뷰에서 '복지는 연민이 아니라 공감'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에 나오는데, 연민은 내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모금해주고 도와주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아니고 우리 아이가 아니어서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공감은, 현재는 이 사람의 문제이지만 나중에는 우리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깨닫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경주마처럼 경쟁하면서 달려가면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에서 경고했듯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을 깔고 앉아있는 것이다. 그 위험은 노후일 수도 있고, 우리 아이에게 닥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저 위험이 현재 취약계층만의 문제이겠는가. 이런 위험을 개인의 문제로 보면 더 위험해지는 게 아닌가. 그 위험에 대해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의식, 이게 공감이라고 본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달 28일 인천복지재단의 초대 대표이사로 임명된 유해숙 서울사회복지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유해숙 대표는 사회복지분야 전문가로 지역사회복지를 전공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인천복지재단의 초대 대표이사로 임명된 유해숙 서울사회복지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유해숙 대표는 사회복지분야 전문가로 지역사회복지를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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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대표께서 항상 강조해온 '시민력(市民力)'은 무엇인가. 복지에서 그 시민력은 왜 중요한가.
"취약한 사람들의 위험을 매개로 시민들이 자각하고 토론하고 상상하면서 공감을 만들어내는 일, 복지재단을 매개로 더 힘있게 논의하고 소통하고 더 나은 삶에 대해서 상상하는, 각자 따로가 아니라 함께 소통하고 연대하는 광장을 많이 만들어내는 게 시민력을 키우는 것이다. 시민들이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함께 소통하고 토론하고 참여하는 광장을 많이 만들어 시민력을 향상시키는 게 인천형 복지의 핵심이라고 본다.

2차 세계대전 때 시민들이 위험을 자각해서 만든, 최초의 시민복지기준선이라고 불리우는 게 '베버리지 리포트(Beveridge Report)'다. 골자는 다섯 위험. 소득, 건강, 교육, 주거, 무위다. 무위는 무기력하게 축 쳐져 있는 걸 뜻한다. 아무리 돈이 없더라도 시민들이 똘똘 뭉치고 힘을 합쳐 이 '다섯 거인(five giant)'은 물리치자는 게 요지다.

베버리지 복지기준선을 담은 리포트의 표지가 다윗과 골리앗처럼 조그만 다윗이 다섯 거인을 무찌르는 그림이다. 그게 1942년 전쟁 중에 나왔다. 그처럼 어려운 상황인데도, 영국 시민들은 최초의 시민복지기준선인 베버리지 리포트를 구하려고 정부 간행물센터 앞에 1.6km의 긴 줄을 늘어섰다고 한다. 그리고 베버리지 리포트를 읽고 방공호에서, 술집·카페에서 토론했다. 어떤 거인(위험)부터 무찔러야 하는지. 그게 시민력이다. 

영국의 처칠은 전쟁 영웅이었고 당시 수상이었는데도 '나는 베버리지 리포트에 관심 없다'고 했다. (시민들은) 처칠을 안 뽑았다. 노동당의 아틀리는 '우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다섯 거인을 국가 차원에서 무찔러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과, 한 번도 단독집권을 한 적이 없는 노동당이 집권했다. 그리고 복지국가의 설계도(인 복지기준선)를 시공하게 됐다.

이후 영국은 오락가락했다. 그러한 복지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성인 인구의 60% 이상이 한 개 이상의 학습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을 한다. 스펙 쌓는 모임이 아니다. 내가 누구인지, 나를 둘러싼 세계가 무엇인지, 그 세계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토론하고 상상하고 실천하는 학습 동아리다. 그래서 스웨덴을 '스터디 써클 데모크라시(학습 동아리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 아무리 훌륭한 복지 정책을 구상한다고 해도, 결국 딜레마는 실행에 옮길 재원 문제일텐데.
"1차 세계대전 중에 전시내각을 이끌었던 영국 자유당 출신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수상은 노령연금 같은 보편복지 정책을 제일 먼저 만든 사람이다. 일반 노인들에게 노령연금을 다 주려면 그 돈은 어떻게 마련하느냐고 묻자, 그가 한 유명한 얘기가 있다. '꺼내오면 되지'. 축나지 않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곳에서 (돈을) 가져오면 된다는 것이다. 소득 이전, 재분배에 관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 재벌에게서 100억을 가져오는 건 쉽다. 그리고 축나지도 않는다. 그 돈을 중산층 이하 계층에서 가져오려면 어렵다. 소득 이전, 재분배로 다섯 거인을 무찌르자는 것이다. 시민력이 강해서 정책적으로 위에서 소득이 이전돼 시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재분배 구조를 만들어야 제대로 된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그러한 소득 이전의 정치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보편복지 정책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소득 이전이 안 되면 소용이 없다. 그러면 선별복지도 제대로 안 되고, 시민들이 복지 불신과 혐오를 갖게 된다. 보편복지 했더니 우리만 고달파진다고 생각한다.  소득 이전, 재분배는 시민력에 기초해야만 실현되고 유지될 수 있다."
 
 유해숙 인천복지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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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