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진압봉으로 광주 시민 폭행하는 계엄군 1980년 5월 19일 금남로에서 계엄군이 한 시민을 진압봉으로 폭행하고 있다. 사진은 당시 전남매일 나경택 기자가 촬영했다. <저작권자 ⓒ 2004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진압봉으로 광주 시민 폭행하는 계엄군 1980년 5월 19일 금남로에서 계엄군이 한 시민을 진압봉으로 폭행하고 있다. 사진은 당시 전남매일 나경택 기자가 촬영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20여 년 전 대학시절, 5월만 되면 선배들은 분주했다. 신입생들을 모아놓고 그들이 몰랐을 5·18의 진실을 이야기해주기 위해서였다. 영상을 준비하고, 학회를 조직했으며, 간담회를 기획했다. 무엇이 되었든 5·18은 어떻게든 알려야 할 역사적 사건이었다.

난 그 중 학회를 통해 5·18을 좀 더 깊게 공부하자는 쪽이었다. 이미 중고등학생 때 5·18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던 터라, 심도 있는 토론을 원했다.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책들을 추천하며 각자 발제를 해오도록 시켰다. 5·18 광주민주항쟁의 배경이 무엇이었는지, 국가가 얼마나 잔인하게 광주시민들을 학살했는지, 그 학살자들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등등.

나는 발제의 주제로 '광주'를 택했다. 왜 하필 광주가 민주화 항쟁의 도시가 되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신군부가 서울과 부산, 마산 등을 제치고 광주를 선택해서 잔인하게 진압한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광주는 김대중 야당 총재의 정치적 고향이며, 전라도는 아주 오랫동안 지역차별을 받아온 곳이 아니던가.

왜 하필 광주였을까

실제로 주위 어른들에게 광주항쟁에 대해 여쭤보면 대게가 전라도 사람들이 오버하는 것이라고 대답했었다. 진실이 밝혀져도, 그 모든 것이 빨갱이 김대중의 농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만약 광주가 아니라 서울이나 부산, 대구에서 그와 같은 학살이 벌어졌어도 이와 같았을까? 어쩌면 신군부가 전국에 퍼져있는 광주, 전라도에 대한 편견을 기회삼아 광주시민을 학살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주장은 학회에서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충분히 가능성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의 영역이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선배들은 광주라는 공간 대신 국가가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잔인하게 시민들을 학살했는지에 집중했고,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용서할 수 없다는 결론만 강조했다. 그것이 대학생들이  5·18을 기억하는 방식이었다.

이후로도 나는 5·18이 왜 하필 광주였는지 계속 궁금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전두환은 건재했으며, 사격명령을 누가 내렸는지조차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오히려 광주항쟁이 북한군 침투설 등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오히려 논란이 됐다. 

그런데 5·18 광주민주화항쟁 39주년이 되는 올해 새로운 증언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헬기사격에 대한 증거들이 언급되더니, 올해에는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광주를 방문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가 발포명령이 아닌 사살명령을 내렸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높은 주장이 나왔으며, 심지어는 광주가 우연이 아니라 신군부의 기획적인 선택이라는 충격적인 증언도 있었다. 39년이란 시간 동안 묻혀왔던 진실이 드디어 우리 앞에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이제야 전모가 드러나는 것일까?

전두환이 큰 소리를 쳤던 이유
 
김용장-허장환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5.18 당시 김용장 전 미군 정보부대 군사정보관(가운데)과 허장환 전 보안사 특명부장(왼쪽)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별기자회견에 참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 김용장-허장환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5.18 당시 김용장 전 미군 정보부대 군사정보관(가운데)과 허장환 전 보안사 특명부장(왼쪽)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별기자회견에 참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현재 5·18에 대한 새로운 증언의 주인공은 5·18 당시 미군 501정보여단 군사 정보관이었던 김용장씨와 보안사 505보안대 특명부장이었던 허장환씨다. 당시 광주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위치에 있던 사람이었다.

그들은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증언한 것을 시작으로, JTBC <뉴스룸>과 tbs<뉴스공장>에서 각각 손석희 앵커, 김어준 공장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물론 허장환씨가 공개적으로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8년 양심선언을 했고, 책도 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지 못했고, 오히려 곤욕을 치르며 가족들과 함께 숨어 살아야했다. 그의 말을 증명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아직 5·18 학살의 주역들이 사회적으로 엄청난 권세를 누리고 있었기에 그의 주장은 아주 음험한 음모론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군 정보관이었던 김용장씨가 오랜 침묵을 깨고 나와 그의 증언을 뒷받침하고 있다. 더 이상 5·18의 진실을 숨길 수 없다며 오랫동안 간직해온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게 했을까?

사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5·18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광주항쟁 때문에 사형선고까지 당한 당사자였고, 노무현 대통령은 5공 청문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한 당사자다.

그러나 힘이 부족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종필과의 연합을 통해서야 겨우 정권을 창출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시민의 힘으로 집권했지만 탄핵을 당하는 등 끊임없는 저항에 직면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진실화해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이 역시도 큰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5·18 학살의 후예들의 힘이 셌다. 오죽하면 전두환이 내 전재산은 29만원이라고 큰소리를 쳤겠는가.

진실을 불러낸 힘
 
 오월 어머니회 회원들과 자유한국당 규탄 시국선언 참가 단체 회원들이 7일 오전 국회 앞 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망언을 한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 제명과 자유한국당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오월 어머니회 회원들과 자유한국당 규탄 시국선언 참가 단체 회원들이 지난 3월 7일 오전 국회 앞 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망언을 한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 제명과 자유한국당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정권이 바뀌어도 밝혀지지 않는 역사의 진실과 그로 인한 국민들의 패배감.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정부의 탄생은 그 모든 것을 뒤바꿔버렸다. 촛불의 힘이 39년 만에 광주의 진실을 밝히기 시작한 것이다.   

"5일간 제가 계속 못가겠다고 했는데.....우리가 지금 이때 광주의 5·18에 대한 진상을 규명 못하면 영원히 미궁에 빠진다. 그것이 당신이 원하는 것이냐. 거기에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가자!" - 김용장씨  

"문재인 정부, 다시 말해서 대통령님께서 38주기 광주 행사에 참석하셔서 딱 한 마디 하시는 걸 보고 이제는 시기가 왔구나, 이렇게 느낀 대목이 우리 5·18의 정신을 헌법의 정신으로 하고 5·18의 정신을 민족 기치의 국치로 해야 된다. 이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 의지를 가지신 분이라면, 또 현 문 정부는 촛불집회에서 이루어진 정부입니다. 그러면 주변의 지원이 없이 다시 말해서 빚이 없는 정부입니다. 이런 정부만이 참뜻을 구현시킬 수 있겠구나 이런 마음이 들어서 저도 여기에 이제는 결심을 하고 이 진실을 규명하는 데 앞장서야겠다. 이런 각오로 나왔습니다."- 허장환씨    - 1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


결국 현재 5·18 광주민주화 항쟁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은 현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당성, 즉 촛불의 힘이다. 광주 학살의 후예들은 오히려  5·18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호도하고, 그와 관련된 막말을 쏟아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광주의 진실은 예전보다 더 확실하게 밝혀지고 있다.

이는 그만큼 자유한국당이 극우화되고 있기 때문이며 이에 따라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30%의 지지율을 믿고 장외에서 '좌파독재'를 외치고 있지만, 그럴수록 국민들은 적폐청산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올해 들어 광주의 진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힘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기회를 살려 5·18 광주의 진상을 다시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전두환이 광주에 방문했고, 신군부가 일부러 광주를 선택했다는 등의 신빙성 있는 주장이 등장한 이상 다시 그들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죄를 물어야 한다. 군인이 국가권력을 탈취하기 위해 죄 없는 국민들을 학살했던 이 사건을 그대로 묻을 수는 없다.

"어제 증언을 듣다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전두환 씨가 그 동안 건강히 천수를 누리고 아직도 생존해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전두환 씨뿐만 아니라 그 결정에 참여한 관련자 전원을 법정에 다시 세워 그 죄를 철저히 묻고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 -1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오프닝 맨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