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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인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 보좌진과 식사를 함께한 뒤 걸어서 춘추관을 통해 청와대에 들어오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수현 정책실장, 고민정 대변인, 강기정 정무수석, 문 대통령, 조국 민정수석, 노영민 비서실장,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주영훈 경호처장.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인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 보좌진과 식사를 함께한 뒤 걸어서 춘추관을 통해 청와대에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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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주년이 아니라 4주년이 된 것 같다'는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 속내가 뜻하지 않게 드러났다. 신임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의 대화에서 관료 사회 비판이 오갔는데 켜져 있던 방송사 마이크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이 해프닝을 접하면서 관료 사회의 구태는 참 질기다는 생각이 들었고, 문재인 정부가 고립무원의 돛단배 신세가 될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에 서둘러 고개를 내저었다. 풀릴듯 풀리지 않는 남북·북미 관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제 여건. 이 틈을 이용해 '좌파독재정권이 경제를 망친다'고 거리로 나선 야당. 과거 노무현 정부 임기 말 정치 구도와 똑 닮았다.

'모든 것이 노무현 때문'이라고 한 때가 있었다. 비가 와도, 비가 안 와도 노무현 탓이었고, 지하 단칸방에 전세 사는 사람들마저 종합부동산세에 살림살이 거덜 난다고 대통령을 성토했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과거의 노무현은 현재의 문재인이 되었다.

'놈현'으로 비하된 조롱은 '문죄앙'으로 바뀌었고, 노무현 정부를 좌파 정부라 불렀던 야당은 거기에 독재를 더 얹어서 좌파독재 정부라고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운다. '마음속에서 노무현을 이 나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던 당시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여전히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신분으로 '청와대를 폭파시키자'며 광장의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서거 후 10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다. 권력이나 정당의 조직화된 힘보다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 대통령. 국민을 주인으로 대접하고자 했던 대통령. 의회, 사법, 언론, 자본권력까지 똘똘 뭉친 모함과 조롱에 탄핵 가결에 이어 목숨까지 내놓아야 했던 대통령. 죽어서도 시시때때로 불려나와 부관참시의 수모를 받고 있는 대통령.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사람 사는 세상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대통령.

서거 후 10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서거 직후의 갈등과 대립의 연장선이다. 오롯한 추모는 아직 이르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힘,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했던 호소, 역사를 앞으로 나가게 하려면 이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2003년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했다. 취임 14일이 지난 3월 10일 한나라당에서 탄핵 이야기가 처음 거론되었고 이후 홍준표, 김무성 의원이 장관 해임건의안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탄핵이나 퇴임 운동을 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던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다음 대통령은 대학을 다닌 경험이 있는 분이 적절하지 않냐'던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대통령은 자기감정도 조절하지 못하고 자제력이 없는 사이코'라고 했던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 되돌아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은 사유의 적합성보다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들의 의지가 모아진 결과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한나라당의 처지에서 보면 아닌 밤에 홍두깨 같은 일이었고, '듣보잡'에게 당한 치욕이었다. 고졸 김대중 대통령도 인정하기 쉽지 않은 마당에 다시 고졸 대통령, 그것도 유력 대선 주자도 아니었던 후보가 조직, 금전 등 모든 것이 우위에 있던 이회창 후보를 눌렀으니 악몽도 이런 악몽이 없었다. 기업에서 선거자금을 차떼기로 받고, 북풍을 조작하고 온갖 관변조직을 총동원해서 만들어내던 대통령을, 고작 돼지 저금통을 든 국민에게 내준 형국이 되었으니 이러다 만년 야당 신세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감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2017.5.23
 2017년 5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말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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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본다면,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 때부터 인정하지 않고 탄핵을 감행한 것. 퇴임 대통령에게 온갖 수모를 안겨 죽음에 이르게 한 것. 사자에게조차 끊임없이 모욕주고 10년 넘도록 저주를 퍼붓는 것. 그 이유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얼토당토않은 선거에 졌다는 앙갚음이고, 또다시 제2의 노무현이 나오면 이렇게 된다는 시위인 셈이다. 정치를 돼지 저금통 든 국민에게 돌려줄 수 없다는 욕심 많은 권력집단 이기주의도, 사자를 걸핏하면 조롱의 심판대로 불러 세우는 또 다른 이유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했다. 국민의 참여로 대통령을 만들었지만 거기까지였다. 기껏 대통령 권력 하나 바꾸고 대통령이 다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은 오판이었다. 대통령과 야당, 보수 언론, 경제 권력까지 가세한 치열한 싸움에서 구경꾼으로 전락한 후과는 이후 10여 년의 폭정으로 이어졌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는 플라톤의 명언은 현실이 되었다. 노무현 집권 시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는 기업과 부자에게 집중되었고, 남북관계는 전쟁을 걱정해야 할 만큼 악화되었다. 4대강을 위시한 환경 파괴와 국정 농단의 패악은 역사의 깊은 상처로 남았다.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 등 악법의 폐지, 개정의 움직임에 국회를 뛰쳐나가 53일 거리 투쟁을 이어 나갔던 2005년의 한나라당. 공수처법, 선거법 등 4대 개혁 입법의 정당한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거리로 나선 2019년 자유한국당.

그들에게 대통령은 여전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존재다. 비판은 없고 비난만 남았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14일 만에 탄핵을 거론했던 한나라당. 문재인 정부 2년 동안 어느 것 하나 트집 잡지 않는 것이 없다. 비가 와도 안 와도 '노무현 탓'이, 남북관계가 좋아져도 나빠져도 '문재인 탓'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노무현의 꿈은 완성되지 못했다
 
'새로운 노무현' 슬로건 내세운 유시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준비와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그는 "추모행사의 메인 슬로건은 '새로운 노무현'"이라며 "흔히 말하는 시대정신 또는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직면한 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자는 뜻에서 (슬로건을) 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3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서울 마포구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메인 슬로건 "새로운 노무현"을 공개하며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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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제2의 노무현 정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제가 엉망이라고 주장한다면 근원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 한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수출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이 불평등과 국민 빈곤의 진짜 이유다. 국민의 호주머니를 채워 경제를 살리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을 편의점주와 알바생의 싸움판에 밀어 넣고 나면 웃는 건 경제 권력과 거기에 기생하는 정치권력뿐이다. 좌파 독재 정권이라는 프레임에 손뼉 치면 또 다른 이명박 박근혜 정권 탄생의 자양분을 주는 꼴이다.

노무현의 꿈은 완성되지 못했다. '경의선을 넘어 실크로드로 달려 동북아 시대를 열겠다'는 꿈도, '국민이 주인인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원대한 구상도 꿈으로 남았다. 그가 못다 이룬 꿈은 이제 국민의 몫이다. 국민 모두가 노무현이 되어야 세상이 바뀐다. 다시는 '대통령 뽑아 놓았으니까 잘하겠지' 하는 방관자의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역사는 권력 집단의 계산이 아니라, 국민의 냉철한 비판과 참여 의식이 있어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적폐 정권이 국민의 심판을 받았고 촛불 정신을 받들겠다는 새로운 정권도 들어섰다. 그러나 아직은 오롯한 추모보다 그의 외침을 되짚어 실천할 때다. 그가 입버릇처럼 반복했던 말. '사람 사는 세상', 수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이 가던 그 길을 가야 한다. 그 길 어디에선가 노무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그럴 것이다.

'그런 세상이 오기만 하면(이)야, 내 없으면 어때...'
- 영화 <노무현입니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유시민 작가에게 했던 말

태그:#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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