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다양한 원인으로 각종 사고와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후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묻기 마련이다. 어떤 사건이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발생했거나 개인의 부주의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많은 경우 우리는 정부로 화살을 돌린다. 특히, 불완전한 제도, 법률과 연관됐거나 정부의 의도적 행위가 영향을 미쳤다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사회에 필요한 정책을 만들고, 정비할 책임을 진 정부와 정치인은 모든 사건에 대하여 '무한책임'을 갖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정부는 사후 처방이 아닌 사전 조치를 통해 사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국민이 당연하게 정부에 기대하는 것이고, 그래야 정치적 비난도 피할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실시하는 규제정책이 대부분 이와 연관된다. 사람들이 매일 먹는 식품과 건강을 지키고, 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각종 의약품과 치료제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과 관리·감독이 규제정책을 통해 이뤄진다. 이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같은 정부 기관이 존재한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와 달리 상황이 전개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현재 의약계와 바이오업계에 큰 충격을 가져온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인보사) 논란이 대표적이다.

핵심 성분 바뀐 인보사 논란

인보사는 세계 최초로 코오롱이 개발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2년 전 퇴행성 관절염 신약으로 등장했을 때 관련 업계에서는 큰 화제였다. 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유전자 조작 세포를 사용한 치료제로서 세계 바이오업계가 주목한 이슈였다. 지난 2017년 7월 식약처의 허가 승인 이후 국내에서 인보사를 사용한 사람은 3,707명이고, 미국에서는 100여 명 정도라고 한다.

문제는 인보사가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을 때는 핵심 성분이 연골세포였는데 이것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가 핵심 성분으로 둔갑한 것인데, 이는 종양을 유발할 수도 있어서 미국과 유럽에서 바이오 신약 성분으로 기피한다고 한다. 이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밝혀냈다. 이 소식에 격분한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들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주들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코오롱의 은폐와 거짓은 한국 식약처가 아닌 미국 FDA가 적발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의약품의 판매 허가를 결정하고, 관리해야 할 식약처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 기관이 왜 그랬는지 의문이 남는다.

현재 진행형인 지난 정권의 폐해

이에 대한 한 가지 단서를 의료계의 주장에서 찾을 수 있다. 박근혜 정권 당시 임명된 당시 식약처장이 인보사에 대한 정부 지원의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박근혜 정부 때 한 100억 원가량의 R&D 자금을 인보사에 지원했는데, 세계 최초의 성과에 목마른 식약처가 인보사를 빨리 산업화해서 산업 이익이나 국가 이익에 더 부응할지만 생각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사무처장은 인보사 허가를 논의하는 중앙약제심의위원회에서 당초 7명의 전문가 위원 중 6명이 반대했으나 몇 개월 후 위원이 교체되고, 시판 허가가 났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정 농단을 비롯한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부패는 더 거론할 필요도 없이 넘쳐나지만, 지금도 끝나지 않은 지난 정권에 뿌리를 둔 폐해를 마주하는 현실이 너무 침울하다. 더욱이 국민의 건강, 생명과 관련된 정부의 악의적 행위는 대충 지나칠 수 없다. 철저한 수사로 사실관계를 밝히고, 응당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미래산업분야에서 정부의 역할

아직 끝나지 않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이번 코오롱 인보사 논란을 보면서 바이오 등 차세대 유망 산업분야에서 정부 기관의 책임 있는 역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무한책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정부가 앞장서서, 혹은 방관했다는 의혹 앞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기 충분한 것 같다. 진흥과 규제라는 정부의 선택 범주를 넘어선 일탈은 국민의 기대에 역행하는 것을 넘어, 결국 해당 산업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예산을 지난해 대비 2.9% 가량 늘리며 바이오 산업 육성 의지를 피력했고, 올해만 제약바이오산업에 4,779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바이오·4차 산업 분야를 키울 계획으로 이 분야의 80개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도 목표로 잡았다.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지원하는 것은 분명한 정부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린다.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유전자 치료제 개발 등 바이오산업처럼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분야는 더욱 철저한 사전 심의와 관리·감독이 요구된다.

앞으로 코오롱측의 잘못과 식약처의 책임이 가려질 것이다. 이번 인보사 의혹이 낱낱이 밝혀져 미래 산업분야에서 정부의 위치가 어떠해야 하는지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