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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숙희 씨
 김숙희 씨
ⓒ 김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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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노래를 즐겨 불렀던 소녀는 이제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하게 센 할머니가 됐다.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열망을 한평생 마음속 깊은 곳에 담고 살아온 김숙희씨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71세의 나이로 백석예술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 성악과에 입학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4남매 중 외동딸로 태어난 김숙희씨는 어릴 적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놀 거리가 없던 시절 어머니 따라 교회를 다니며 노래를 배웠던 그는 무대만 있다면 언제든 노래하곤 했다. 하지만 13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그때부터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공부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싶었지만 자신의 행복보다는 가족들을 돌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꿈과 목표를 뒤로한 그는 교회학교 선생님에게 찬송가 반주를 배우며 혼자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를 연습했다. 또 영어나 한문 등도 모두 독학으로 배워야만 했다. 그는 "내 욕심, 내 출세를 위해 가족을 버릴 수는 없었다"며 "나에게 학위나 명예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날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춘향의 고장' 전북 남원 출신의 김숙희씨는 전남 무안이 고향인 남편 모순암(75)씨를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다. 5남매를 낳아 키운 부부는 자녀 교육을 위해 경기도로 터전을 옮겨 살았다. 그동안 아내로, 엄마로 가정과 육아에 전념한 그는 자녀들을 독립시킨 후, 한적하게 농사를 지으며 살고자 남편과 함께 5년 전 당진을 찾았다. 김숙희씨는 "결혼 후 엄마로 한평생 빠듯하게 살다가 당진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나를 위한 삶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아직 30년이나 더 살 수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좋아하면서 잘하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제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든든하게 뒤에서 밀어주고 응원해주는 남편"

노래할 때면 마음이 깨끗해진다는 그는 노래를 아름답게 부르고 싶었다. 그래서 제2의 인생에 대한 고민 끝에 성악을 배우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김숙희씨는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백석예술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 성악과에 입학한 그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이면 당진에서 서울로 향한다.

체력적으로 힘들고 이론을 공부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도전했다. 그만큼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김숙희씨는 "등교할 때면 남편이 버스터미널까지 배웅하고 또 마중 나온다"며 "든든하게 뒤에서 밀어주고 응원해주는 남편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그는 남들과 똑같이 대학교 입학면접에 임해 노래 <그리운 금강산>을 불렀다. 음이 높아 어려운 노래였지만 평소 즐겨 불러왔기에 긴장하지 않고 교수들 앞에서 솜씨를 뽐냈다. 반응이 좋았다. 그의 노래를 들은 이들은 이전에 성악을 전공한 건 아닌지 물으며 오히려 김씨를 본받아야 한다며 칭찬했다.

김숙희씨는 "학교에 다녀보니 나이가 많다고 봐주는 것은 없더라"며 "여느 대학생들과 같이 똑같이 공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등 외우기도 어렵고 복잡한 이론이 많지만 다른 학생들 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힘들지만 보람 있어요. 젊은 사람들 틈에서도 인정받고 있어 기분도 좋고요. 무사히 4년 동안 학교를 잘 다녀서 졸업하는 게 목표예요. 열심히 학위를 취득하면 제가 활동할 수 있는 범위도 더 넓어질 거라 생각해요. 저의 재능을 살려 영혼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요. 뚜렷한 목표와 확고한 신념이 있으면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거 아니겠어요?"

덧붙이는 글 | <당진시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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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당진시대 기자 김예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