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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다 키운 나로서는 어린이날이 5월이면 찾아오는 선물, 휴일일 뿐이었다. 그러나 동화를 읽기 시작하면서 어린이날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

동화는 어린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주로 읽는 문학 작품이다. 때로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외면받기도 하지만 어른 독자의 눈을 사로잡기도 한다. 

어린이 관점에서 어린이들이 처한 상황을 어린이답게 해결해 나가는 동화를 쓰는 작가를 소개하려 한다. 물론 모든 동화 작가들이 추구하는 바가 그렇겠지만, 이 작가의 동화들은 특히 어린이 독자들에게 무한 지지를 받는다.

송언 <선생님, 우리 집에도 오세요>
  
송언 <선생님, 우리 집에도 오세요>  책표지
▲ 송언 <선생님, 우리 집에도 오세요>  책표지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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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은 초등학교 교사 출신 동화 작가다. 지금은 정년퇴직했지만 젊은 작가 못지않게 새로운 작품을 계속 내놓고 있다. 신춘문예에서 소설로 등단한 작가는 교사 생활을 하며 보고 들은 것을 정리해 많은 동화로 발표했다.

송언 작가의 동화에는 주로 교실과 아이들이 등장한다. <선생님, 우리 집에도 오세요>도 어느 3학년 교실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요즘 흔치 않은 가정 방문을 모티브로 해서 세 어린이가 처한 현실과 변화를 담았다.

각 어린이는 가정 방문을 통해서 장난꾸러기인 게 밝혀질까 봐, 장애가 있는 동생이 드러날까 봐, 혹은 집안 어두운 사정이 드러날까 봐 걱정한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부모들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를 좀 더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며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에 고마워한다.

작가는 교실에서만 아이들을 보고 평가하고 싶지 않았나 보다.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현실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을 촘촘하게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사연을 갖고 있다" (107쪽)
 
세 아이가 하는 말과 생각을 통해서 요즘 아이들의 일반적인 고민을 잘 알 수 있는 동화다.

이렇듯 송언의 동화는 아이들에게 관심의 초점을 맞춘다. 철저히 어린이 관점으로 그들이 해결해 나가는 모습으로 그린다. 그래서 송언 작가의 교실에 있을 법한 아이들, 실제로도 그 교실에 있었던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한다.

심지어 담임 선생님이 동화 작가인 걸 아는 아이들은 출연하고 싶어서 조르기도 한다고. <축 졸업 송언 초등학교>의 주인공처럼. 선생님이 좋아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쫓아다닌 실제 제자의 모습을 아이들의 고민과 성장을 담아 그렸다.
 
"내 이야기가 동화로 나오면 기분이 어떨까요? 생각해보지 않아서 아직 잘 모르겠어요. 기분이 좋을까요? 어쩌면 부끄러울지도 모르죠. 세상 아이들이 나에 대해서 알게 될 테니까요." (<축 졸업 송언 초등학교> 117쪽)
 
제자뿐만이 아니고 때로는 독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왕팬 거제도 소녀 올림>처럼. 이 동화는 동화를 좋아하는 소녀가 실제로 작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았다. 어떤 가정이나 혹은 교실에서나 있을 법한 아이들의 고민과 해결을 통한 성장도 그렸다.
 
"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 동화책은, 비록 기나긴 삶에서 어린 시절의 한때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겠으나, '내가 나인 것'을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내 앞길에 환한 빛이 되어 주었다." (<왕팬 거제도 소녀 올림> 148쪽)
 
작가는 주인공에게 이름을 붙이기도 하지만 '김 배불뚝이'라든지 '오 시큰둥이'라든지 '김 구천구백이' 하는 별명으로 불러준다. 작가는 왜 아이들에게 별명으로 불러주었을까?
 
"이름보다 별명이 동화 속에 등장하는 아이의 특징을 보여주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란다. 또 하나는 별명이 동화를 읽는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기 때문이지." (<왕팬 거제도 소녀 올림> 134쪽)
 
이렇듯 어린이 독자와 눈높이를 철저하게 맞추는 송언 작가가 새로운 작품을 냈다.

송언 우화집 <이야기 숲에는 누가 살까>
  
송언 우화집 <이야기 숲에는 누가 살까>  책 표지
▲ 송언 우화집 <이야기 숲에는 누가 살까>  책 표지
ⓒ 웅진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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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는 동물을 빌어 인간 세상을 풍자하는 문학 장르다. 재미를 주지만 교훈을 주기도 한다. 송언 작가가 열두 편의 우화로 어린이 독자들에게 주려는 건 무엇이었을까? 교훈을 주려고도 했겠지만 평범한 생각은 지워버리라고 하는 건 확실했다.

작가는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여러 번 비틀며 이렇게 얘기한다.
 
"그런 재미없는 이야기를 누가 들으려고 하겠어. 이 세상 그 누구도 그렇게 빤한 결과는 좋아하지 않아. 아니,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거북이가 끝없이 토끼를 이기기를 뜨겁게 응원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그런 게 어린이의 마음일 테니까." (89쪽)
 
무엇보다도 짧은 내용에 깊은 의미를 담았는데 아름다운 우리말, 그것도 입말체로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다. 텔레비전과 인터넷에 나오는 망가진 한국어가 표준어라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에게 한국어 교본으로도 손색없는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참새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두 눈을 비빈 다음, 할짝할짝 세수하고 마냥마냥 양치질하고, 콕콕 먹이를 쪼아대고는 랄랄라 학교로 간단다." (14쪽)
 
송언 작가가 교사 출신이라서 교실이 나오는 작품이 많은가 했다. 그런데 그의 작품 속에는 참교육에 대한 고민과 시대에 보내는 메시지도 보인다. 덕분에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문학세계에 호기심이 가서 많이 읽게 됐다.

송언 작가는 교사 출신이다. 정확히는 전교조 활동을 한 교사였다. 그래서 오랫동안 교단을 떠났다가 돌아왔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그가 고민하고 이루고자 했던 교육 현장을 동화에 담은 것이 아닐까? 그러니 아이들이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었고 철저히 그들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주인공이 되라는 염원을 담아서.

아이들을 대상화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그린 동화라서 아이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덕분에 어린이 세상을 엿보거나 엿듣고 싶을 때 송언 작가의 동화들을 꺼내곤 한다. 어른의 머리로 상상한 어린이가 아니라 직접 보고 생활한 아이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대체 휴일까지 생긴 이번 어린이날은 어쩌면 어린이들이 어른들에게 주는 선물일 수도 있다. 그러니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어린이 책들을 한 번 펼쳐보는 건 어떨까? 송언 작가의 책이 아니더라도 여러분 어른들의 눈을 만족시킬 만한 작품들이 많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선생님, 우리 집에도 오세요

송언 지음, 김유대 그림, 창비(2017)


이야기 숲에는 누가 살까

송언 지음, 허지영 그림, 웅진주니어(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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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을 위해 하프타임을 보내는 50대 남자. 월간문학 등단 수필가이자 동화 공부 중인 작가. 그리고 여러 매체에 글을 연재 중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