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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나빠요~!'

2000년대 이전 출생자라면 모두가 이 유행어를 기억할 것이다. 2004년 KBS <폭소클럽>에 등장한 개그맨 정철규씨가 '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 블랑카'로 분해 만든 유행어다. 이 코너는 당시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을 개그로 그려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9년 스리랑카 여행 중 '미래의 블랑카'를 만났다.

"한국은 선진국이잖아요"

스리랑카 대표 유적지에 가는 길에 나는 스리랑카 택시 '툭툭'(tuk tuk)의 기사를 만났다. 배낭을 메고 지도를 보는 내게 다가온 그는 다짜고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네더니 <고용허가를 위한 한국어 교본> 책을 내밀었다. 나는 그가 궁금해져 툭툭에 몸을 실었다.

자신을 '쁘리안뜨'라고 소개한 그는 한국으로 일하러 가려고 시험을 준비하는 중이라 말했다. 5월에 시험이 있고 시험에 통과하면 좀 더 준비해 한국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에 왜 가려고 해요?"
"한국은 좋고(nice) 선진국이잖아요."

 
 스리랑카의 택시 툭툭. 쁘리안뜨 역시 기본요금이 한화 400~800원 수준인 툭툭을 몰며 돈을 모으고 있었다.
 스리랑카의 택시 툭툭. 쁘리안뜨 역시 기본요금이 한화 400~800원 수준인 툭툭을 몰며 돈을 모으고 있었다.
ⓒ 조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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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좋다는 것인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스리랑카의 교통비는 기본요금이 50~100루피(한화 약 400~800원) 수준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이들에게 큰돈일 것이었다. 그에게 한국은 마치 '기회의 땅'처럼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을 듣자마자 마음이 불편해졌다. 국내 이주노동자들이 겪은 그리고 겪을 현실이 과연 '나이스'하기만 할까. 15년 전에 '사장님 나빠요'를 외치던 혹은 외치는 것마저 불가능했던 수많은 '블랑카'들의 현실은 나아졌을까.

법 개정 18년 차, '현대판 노예제'는 현재 진행 중

이주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으로 분류하며 노동 착취를 묵인했던 산업연수생 제도가 폐지되고 고용허가제가 2003년 도입됐다. 그러나 한국 사회 내 이주노동자의 현실은 여전히 척박하다. 개정된 고용허가제 역시 이들을 위한 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이주노동자들은 3년 내에 작업장을 단 3번 바꿀 수 있다. 허나 이마저도 고용주가 허락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물론 고용주에게 귀책 사유가 있다면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성폭력, 상습폭행, 임금체불 및 착취, 인권유린 등 '고용주 귀책사유'를 피고용인인 이주노동자가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제도는 결국 수많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흔히 우리가 말하는 '불법체류자'를 양산한다. 인권유린을 견디다 못해 사업장을 이탈하거나 변경해 그 횟수가 3번이 넘으면 즉시 단속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 온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이동 제한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될 위험성을 안고 일한다. 고용상태가 체류의 불·합법 여부를 결정하는 이같은 제도에 대해 국제노동기구와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은 고용허가제 개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전 정부도, 현 정부도 모르쇠로 일관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주노동자가 일자리를 뺏고 쉽게 돈 번다?

이주노동자 착취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은 국내의 인식과도 맥을 같이한다. 첫째로 이주노동자들이 고용 위기인 한국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합법적인 제도다. 이 업종은 제조업, 농축산업, 건축업 등 5개 업종에 해당한다. 너무 힘들어 아무도 하지 않는 소위 '기피업종'으로 통하는 한국의 1·2차 산업을 이들이 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근로계약을 한다. 그러나 이들의 실질임금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쉽게 돈을 벌려 한다는 오해도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열악하게 한다. 이런 생각은 환율 차이에서 비롯한다. 한국에서 받은 돈으로 귀국하면 환율차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이 큰 돈을 번다는 것이다.

1960년대 파독 광부 및 간호사들을 향해 '쉽게 돈 벌려 한다'는 식의 말이 돌았다면 우리는 "그래 맞아"라고 할 수 있을까. 설령 환율차로 큰 돈을 번다한들 이주노동자들이 국내에서 힘들게 일해서 벌었는데 거기에 왈가왈부 할 수 있을까. 더욱이 그들의 노동력을 구입하기 위해 우리가 투자한 것도 없지 않은가.

사장님 나빠요? 정부가 더 나쁘다

하지만 정부 지침마저 이 '논리'에 일조한다. '이주 노동자의 경우 숙식비 명목으로 월급의 8~20%를 공제할 수 있다'는 지침이 그것이다. 언뜻 보면 '타국에 나와 집 구하기도 어려울 텐데 좋지'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이들의 '숙식'은 대부분 열악하다. 

이주노동자의 근무지는 제조업,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서비스업 순으로 배정된다. 농축어업 현장에서 근무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숙소는 비닐하우스이거나 컨테이너인 경우가 많다. 같은 나라 출신이란 이유로 여성과 남성을 한 컨테이너 안에서 살게 하기도 하고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관리비를 따로 받아가기도 한다. '고릿적' 시절 이야기가 아니다. 2019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은 올해 초 이주노동자의 임금 삭감 법안을 발의했다. "이주노동자는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업무 습득이 느리니 수습 기간 최저임금의 최대 30%를 깎아서 줄 수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기는커녕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부추기는 셈이다. 

또한 지난해 9월 미등록 이주 노동자 단속을 피해 도망치던 미얀마 출신 딴저테이(27)씨가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뇌사 판정을 받고 사망한 일이 있었다. 법무부는 "도를 넘는 진압이나 단속은 없었다"며 적법한 단속이었음을 주장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2월 "사고의 위험성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음에도 내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진압을 강행했고 그 진압 계획조차 추상적인 것에 불과했다"며 법무부의 과실임을 지적했다. 

'사장님 나빠요'만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 나빠요'도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딴저테이씨 사망 후 이주노동희망센터에서 폭력 단속에 대한 무혐의를 주장하는 경찰청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딴저테이씨 사망 후 이주노동희망센터에서 폭력 단속에 대한 무혐의를 주장하는 경찰청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주노조희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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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은 처벌'이라는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이 문장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불법'과 '합법'의 기준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이주노동자' 하면 '불법체류자'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유를 검토해야 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제도 자체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국가는 매년 국내 수요를 조사해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인 후 제도의 허점과 외국인임을 이용해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 

국내 이주노동자 80만 명 시대, 스리랑카에서 만난 쁘리안뜨 역시 시험을 통과한다면 몇 달 뒤, 혹은 1년 뒤 80만 명 중 한 명이 될 것이다. 

스리랑카 한복판에서 여권 가방을 움켜쥐곤 누가 내게 사기를 치진 않을지 잔뜩 움츠러들었던 나처럼, 쁘리안뜨도 한국의 '이방인'이 될 것이다. 그때의 한국 사회는 이 이방인의 걱정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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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되 날카로운 글을 쓰고 싶습니다. 지금은 여행 중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