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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거리에서 가장 흔한 동물은 비둘기나 참새가 아닌 개와 소다. 한국으로 따지면 개는 큰 참새, 소는 (좀 많이) 큰 비둘기 격이랄까.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소를 보며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그려볼 수 있었다.

살아 있는 소를 마주한다는 것

처음 인도에 도착했을 때, 소 옆을 자연스레 걷는 것이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소가 꼬리로 파리를 쫓으며 어슬렁 걸어가는 모습이나 도롯가에 앉아 풀을 되새김질하는 모습은 마치 실사판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했다. 동물의 권리를 위하겠다며 채식을 시작했으면서도 막상 이렇게 자유로운 소를 보니 그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던 중 물을 사러 간 가게에서 어디서 나타났는지 떡하니 문을 막고 서 있는 소를 마주쳤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가게 주인이 별일도 아니라는 듯 "훠이" 하며 소를 쫓아냈다. 그제야 내가 느꼈던 낯섦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소가 이 사회에서 자연스럽고 무심하게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도의 한 가게 문 앞, 어디선가 소가 나타나 길을 막고 섰다.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인도의 한 가게 문 앞, 어디선가 소가 나타나 길을 막고 섰다.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 조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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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소는 흔한 동물이다. 아니, 흔한 '고기'다. 사골, 스테이크, 소고기 전골 등 어디서나 소'고기'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소가 언제 스트레스를 받는지는 모르지만 스트레스를 안 받고 죽은 소가 더 맛있다는 건 안다. 소의 발굽을 보고 그것이 앞발인지 뒷발인지는 구분할 수 없지만 소고기를 먹고 이 고기가 꽃등심인지 안심인지는 구분할 수 있다.

죽기 전부터 '죽은 뒤에 얼마나 부드러울 것이냐'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는 현실에서 소는 언제나 cow가 아닌 beef다. 아주 자연스럽고 무심하게 고기로 태어났다가 고기로 죽는 것이다. 탄생과 죽음 사이, 소라는 생명의 '살아감'은 간단하게 생략된다.

더 많은 가능성을 상상하기

동물의 사체를 먹을 이유보다 먹지 않을 이유가 더 많아지면서 채식을 시작했다. 하지만 고기로 취급되는 동물이 고기로 태어나지 않는다면, 그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 동물들이 일견 증발되는 것이 아니니, 고기가 사라진 자리엔 숨을 쉬고 기쁨과 슬픔과 고통을 느끼는 생명이 있을 텐데 말이다. 느긋하게 날 스쳐 지나가는 인도의 소를 보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동물의 생략된 삶이 무겁게 다가왔다.

물론 인도가 동물과 인간의 이상적인 공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소가 길거리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의 영향이고, 닭이나 양은 보통 고기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도처럼 소를 길거리에 내놓자는 것도, 소를 절대 먹어선 안 된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가능성의 폭을 조금 더 넓혀 보자는 것이다.
 
 공원을 거니는 사람과 소. 소도 이렇게 사람과 살아갈 수 있다. 우리가 고기로 당연하게 여겨 온 닭, 돼지도 마찬가지일 테다.
 공원을 거니는 사람과 소. 소도 이렇게 사람과 살아갈 수 있다. 우리가 고기로 당연하게 여겨 온 닭, 돼지도 마찬가지일 테다.
ⓒ 조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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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돼지, 닭=고기'의 공식은 절대적이지 않다. 개가 인간의 반려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개고기에 반대하고 개고기를 꺼리는 사람이 늘어난 것처럼, '고기 공식'은 당연히 변화할 수 있다. 인간과 개와 고양이만이 공원을 거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의 소가 그 사실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닭도 비둘기처럼 얼마든지 공원을 거닐고 병아리에게 벌레 잡는 법을 가르칠 수 있을 거란 상상을 해볼 수 있다. 그러면 비둘기를 비둘기 고기로 보지 않듯, 당연하게 고기로 취급되는 동물 역시 공존 가능한 생명으로 재인식되는 사회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인도를 여행하며, 고기보다 동물의 삶이 더 와닿는 사회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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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되 날카로운 글을 쓰고 싶습니다. 지금은 여행 중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