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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라지는 게 있겠어요? 그냥 부정 취업만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 지방 일자리 불균형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전남의 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과 인터뷰했을 때 들은 말이다. '지역에도 일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 '임금을 올려줬으면 좋겠다' 등의 답을 기대하고 질문한 나는 잠시 침묵했다. 정말 마음 밑바닥에서 우러난 얘기라, 같은 '취준생'으로서 울컥하는 심정이 됐기 때문이다.

'공정'에 민감한 세대가 좌절할 때

나를 포함한 청년세대는 '공정'에 민감하다. 우리는 모든 것을 점수화하고 순위를 매기는 제도 속에 성장했다. 그 제도가 비인간적이고 비교육적인 면이 있지만, 투명하고 합당한 평가를 수반한다면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사회생활의 출발선에서 접하는 현실은 너무나 심각한 '불공정'의 그림자에 덮여 있다. 가장 신뢰할 수 있어야 할 공공기관은 물론,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은행, 교육기관 등에 채용비리가 독버섯처럼 퍼져있다.

채용비리에는 대략 세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청탁형'이다. 정치권력이나 '큰손' 고객 등이 기관장 연임이나 대형 거래 등 '대가'를 암시하며 부당한 채용을 요구하는 것이다. 입사지원서도 안 내고 적성검사도 안 받았는데 채용됐다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의 케이티(KT) 입사의혹이 한 예다.

둘째는 '차별형'이다. 학벌, 성별, 지역 등 직무 능력과 상관없는 조건으로 채용 기준을 왜곡하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스카이(서울•연세•고려대)' 대학 출신을 뽑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해서 합격권에 있던 7명을 탈락시켰고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은 남성을 뽑으려고 여성지원자들의 등급을 낮춰 불합격 시켰다.

셋째는 '금품수수형'이다. 사학재단에서 기부금 등 명목으로 돈을 받고 교사, 교수,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다.
 
 하나은행은 ‘스카이(서울?연세?고려대)’ 대학 출신을 뽑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해서 합격권에 있던 7명을 탈락시켰다.
 하나은행은 ‘스카이(서울?연세?고려대)’ 대학 출신을 뽑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해서 합격권에 있던 7명을 탈락시켰다.
ⓒ SB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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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에서 권력자, 재력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기부금 낼 형편이 안 되는 청년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취업기회를 뺏겼다. 내세울 학벌도 없고, '금수저'도 아니지만 실력과 노력으로 승부할 수 있다고 믿었던 청년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 잘 만난 것도 실력'이라는 듯, 번듯한 직장을 차지하는 고관대작의 자녀를 보며 '평범한 집 자식들'은 기가 꺾인다.

비리 엄벌하고 채용과정 투명성 높여야

이들에게 사회는 이제 어떤 답을 주어야 할까. 무엇보다 기득권을 남용해 채용 비리를 저지른 패거리에게 엄정한 진상규명을 토대로 철퇴를 내리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채용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가 절실하다. 각 회사는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구체적 요건을 제시하고, 전형단계별로 무엇이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지 기준을 알려주면 좋겠다. 탈락자가 요구할 경우 불합격 이유를 설명해 준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모든 전형 자료를 사후 감사용으로 보관한다면 함부로 부정을 저지르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우리 세대가 생각하는 '공정'은 점수화할 수 있는 것에 매달리는 '과잉 능력주의'의 속성을 갖고 있다. 성적 지상주의 때문에 명문대 집착, 지방대 혐오 등의 부작용도 낳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수준에서 지역간 불균형 완화 등 '기울어진 운동장' 자체를 바로잡는 공정으로 나아가려면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채용 비리와 같은 '원초적 불공정'이 횡행하는 사회에서 이런 논의는 아직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지방대 차별 개선은 고사하고 부정 취업이라도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청년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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