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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의 발원지인 인도에는 그 명성답게 매년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하루, 일주일로 단기 요가 프로그램을 듣는 관광객부터 요가 교습 자격증을 얻기 위해 몇 달씩 인도에 머무르는 수련자까지 그 모습도 다양하다.

이들이 공통으로 향하는 곳은 인도 북부의 작은 도시 '리시케시'다. 비틀스가 요가와 명상을 위해 왔던 이곳은 인도의 그 어느 지역보다도 요가로 유명하다. 요가 수련자들에겐 일종의 '필수 순례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가의 도시? 고기 없는 도시!

모든 채식주의자가 요가와 명상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요가와 명상을 배우는 많은 이들이 채식을 함께 실천한다. 육식이 요가를 통한 정신적 성장과 호흡을 방해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는 사람은 동물이 죽임을 당하기 전에 가졌던 모든 부정적인 기운을 흡수한다는 '카르마'의 영향이기도 하다.

요가의 본고장 리시케시는 도시 전체에 육류 메뉴가 없는 '채식도시'다. 채식도시라니. 채식주의자인 나도 충격받았으니 말 다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곳에서는 '비건'의 개념이 흔하게 통용된다는 사실이다.

인도는 채식의 성지지만 '비건'의 성지는 아니다. 우유, 치즈 등의 유제품도 채식으로 분류하는 인도의 법과 관습 때문에, 유제품을 허용치 않는 비건(vegan, 완전 채식)들은 인도에서 '100% 채식주의' 식당에 갔다가 당혹스러움을 겪곤 한다. 
 
 한 레스토랑의 메뉴판. 비건 메뉴만 수십 가지다. 비건 피자만 해도 대여섯 종류는 된다.
 한 레스토랑의 메뉴판. 비건 메뉴만 수십 가지다. 비건 피자만 해도 대여섯 종류는 된다.
ⓒ 조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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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리시케시에는 어느 식당에 가도 비건 메뉴가 마련돼 있다. 아니,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눈에 채인다고 해야 하나). 사실 인도에 채식도시가 리시케시뿐인 건 아니다. 남부 여행 중에 갔던 '함피' 역시 채식도시다. 하지만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일부 유명 식당에선 치킨 커리 등을 팔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대체 리시케시만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갠지스강 너머에 위치한 중심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에게 여쭸다. 인도의 채식은 유제품을 포함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왜 여기는 비건 개념이 흔하냐는 질문이었다. 사장님은 웃으며 답했다.

"비건은 새로 등장한 개념이에요(VEGAN is a NEW concept)!"

채식도시로서의 역사는 깊지만, 동물을 착취해 만들어지는 유제품 역시 거부하는 비건 개념이 식당과 시 전체에 통용된 건 불과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 각지에서 오는 요가 수련자들 및 관광객들의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요가가 발달한 곳이니 원래부터 그랬겠구나' 넘겨짚은 나의 추측은 틀렸다. 인도에서 발원한 요가를 세계 각국에서 배우며 비거니즘(veganism)까지 실천하게 된 이들이 인도의 리시케시로 와서 그 수요를 창출했고, 그 결과 비건 문화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두유로 만든 라씨(인도의 요거트)와 환경을 생각한 다회용 스테인리스 빨대
 두유로 만든 라씨(인도의 요거트)와 환경을 생각한 다회용 스테인리스 빨대
ⓒ 조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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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은 아니지만 비건을 지향하며 윤리적 채식을 한 지 3년이다. 그간 동물이 겪는 착취와 고통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열성이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많지는 않다. 단단하고 높은 벽에 대고 무너지라며 소리를 치는 느낌에 자주 무력해졌기 때문이다. 나 하나 고기 안 먹는다고 세상이 변할까. 바다를 메마르게 하겠다며 숟가락으로 물을 푸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작은 실천과 소리가 모여 결국 무언가는 바뀌고 있었다. 채식도시에서 비건 친화 도시로 변모한 리시케시가 그 증거다.

한국의 변화 역시 기대해 보려 한다. 그리고 그 변화엔 분명 나의, 우리의 몫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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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되 날카로운 글을 쓰고 싶습니다. 지금은 여행 중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