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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왜 스스로 꽃을 못 피우는지 꾸짖지만 그것이 가능한 여건은 갖춰지지 않았다.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왜 스스로 꽃을 못 피우는지 꾸짖지만 그것이 가능한 여건은 갖춰지지 않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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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봄이면 가끔 울려 퍼지는 노래다. 봄은 대개 희망을 상징한다. 누군가는 새로운 사랑을, 누군가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봄을 맞은 이 순간 무엇을 시작하고 있는가'란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 봄이 왔지만 마음 속 쓸쓸함을 스스로 달래며 새로운 봄을 꿈꾸던 겨울의 여느 때와 똑같이 보내고 있다. 나는 여전히 새 봄을 꿈꾸는 대한민국 '취준생(취업준비생)'이다.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주요 의제가 있다. '청년 일자리 정책'이다. 보수 쪽에서는 기업 규제를 완화해 성장을 촉진하면 청년 일자리 문제는 해결될 거라고 한다. 진보 쪽에서는 공무원을 늘리고 중소기업을 지원하거나 청년수당 등 다른 방법으로 청년 일자리 해결책을 내놓는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역시 인생에 새로운 봄을 기대하며 공약을 선보였을 것이다. 그들은 당당히 서로를 비판한다, 지금의 높은 실업률과 취업난은 이전 당신들의 정책 때문이라고. 과연 정권이 바뀌고 제도가 바뀌면 청년들에게 희망의 봄이 올까?

지난 1일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주재한 '시민사회단체 초청간담회'에서 한 청년이 눈물을 보였다.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엄창환 대표다. 그는 "청년 문제는 어떤 때는 비정규직 문제로, 어떤 때는 젠더 문제로 그때그때 제기되는 이슈에 따라 그걸 청년 문제로 해석하고 있을 뿐 누구도 진지하게 종합적 대책을 숙고하고 있지 않다"며 울먹였다.

실제로 집권당인 민주당은 원래 있던 청년위원회조차 여성, 노인위원회와 함께 폐지했고,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취직이 안 된다고 '헬 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아세안을 가보면 '해피 조선'을 느낄 것"이라고 말해 청년들의 울분을 샀다. 

이와 같은 '청년 인지 감수성' 부족은 해묵은 이야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중동에 가라'고 말해 비판을 받은 바 있고,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2016년 "요새 젊은 사람들 가슴 속에서 자긍심을 찾아볼 수 없고, '헬조선' 등의 표현도 서슴없이 튀어나온다"며 "개발도상국에 가서 한 달만 지나보면 금방 깨닫는 게 국민적 자부심"이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어른들은 끊임없이 "요즘 젊은 것들은 고생을 안 해봐서 쉬운 것만 찾는다"고 얘기한다. 또 "모두가 다 쌓는 '스펙 쌓기'에서 벗어나 나만의 개성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방법도 제시한다.

노력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덕목이다. 눈보라를 뚫고 새싹을 세상에 내보내는 자연이 그러하듯, 우리 역시 세상에 나아가려면 어른들이 말하는 시련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개성 역시 중요하다. 형형색색 꽃들이 자기 자리에서 싱그러운 향기를 내뿜듯 한 사람으로서 자기 향기를 내려면 어른들이 쉽게 얘기하는 개성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 청년들은 말한다, 너무 많이 준비하고 있어서 지쳐 쓰러질 지경이라고. 어른들이 얘기하지 말라는 '헬조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각종 자격증, 어학연수, 봉사활동 등 수많은 스펙을 쌓는다. 대부분 학업과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며 겨우 남는 자투리 시간에 또 스펙을 쌓는다. 그러면서 어른들이 말하는 '개성'까지 가지려고 애쓴다. 우리는 이렇게 나름대로 온갖 고통을 무릅쓰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무한 경쟁의 눈보라 속에서 고만고만한 씨앗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왜 '취업'이란 꽃을 피우지 못할까?

민들레 홀씨는 새 봄을 맞이하려고 자신을 바람에 맡긴다. 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신뢰'가 있다. 그렇게 씨앗은 바람이 가는 대로 떠나고, 바람이 놓아주는 곳에 정착한다. 이처럼 봄은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고, 그 생명은 새로운 향기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새로운 봄 바람을 맞이하는 자연의 자세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아직 새로운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왜 스스로 꽃을 못 피우는지 꾸짖지만 그것이 가능한 여건은 갖춰지지 않았다. 세상을 향해 일찍 꽃망울을 터뜨렸다가 자칫 못다 핀 채 질 수 있는 게 한국의 노동환경이다. 2019년 봄, 벚꽃이 개화시기를 늦추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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