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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사람이 처음 도착한 아카오라(Akaora) 동네의 전경
 프랑스 사람이 처음 도착한 아카오라(Akaora) 동네의 전경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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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장거리 여행을 했기 때문에 피곤하다. 그러나 또 다른 볼거리를 찾아가는 설렘으로 이겨내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프랑스인이 처음 정착한 아카오라(Akaora)라는 동네를 찾아간다. 가는 길에 주유소에 들렀다. 호주에 살면서 휘발유 값이 비싸다고 투덜대곤 했는데 뉴질랜드는 더 비싸다. 리터에 2불(1,600원 정도)이 넘는다.

비싼 휘발유를 가득 채우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산을 따라 비탈길을 올라간다. 오래 걸려 정상을 지나 내려가는데 탄성이 절로 터지는 풍경이 보인다. 주차장이 있는 카페에 차를 세운다. 급경사 도로가 산등성을 따라 모습을 감추기도 하면서 길게 늘어져 있다. 도로가 끝나는 곳에는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주차장에는 많은 사람이 카메라를 가지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곳도 중국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카페에서 음식을 사먹는 사람보다는 떠들썩하게 사진만 찍고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우리도 사진만 찍고 심한 커브가 계속되는 길을 따라 내려간다. 카페 주인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특이한 원주민 조형물이 공원을 꾸미고 있다.
 특이한 원주민 조형물이 공원을 꾸미고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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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 산길을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거의 내려왔을 때 공원(Heritage Park)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기대를 갖고 표지판을 따라 언덕을 오른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인기척 없이 조용하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다. 조금 실망하며 숲으로 둘러싸인 입구에 들어섰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잘 정리된 장소가 있다. 나무로 만든 원주민 동상을 비롯해 여러 가지 장식물로 공원을 꾸몄다.

공원에서 보이는 풍경도 멋지다. 바다와 어우러진 동네가 한눈에 들어온다. 걷고 싶은 산책로도 몇 개가 있다. 계획 없이 들어선 길에서 보통 관광객으로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장소를 만난 것이다. 길을 잃을 때부터 진정한 여행이 시작된다는 어디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공원을 벗어나 동네 한가운데로 들어선다.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소형 관광버스 서너 대가 쉬지 않고 다니며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주차할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동네 한복판은 붐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말은 영어가 아니다. 유럽 계통의 언어가 대부분이다. 주민 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 동네다. 앞바다에는 큰 바다를 건너 온 커다란 유람선도 떠 있다.

자그마한 교회 앞마당에서 들어선다. 동네 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채취한 꿀, 개인이 만든 잼 등 호주 시골에서 열리는 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뉴질랜드 원주민의 상징물을 옥으로 직접 제작해 비싼 가격에 팔고 있다. 물론 이곳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네에는 자그마한 박물관도 있다. 동네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과 함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프랑스인이 1840년도에 이주했다고 한다. 이 지역을 프랑스 식민지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프랑스 식민지로 만들려는 노력이 무산되면서 많은 유물과 전통적인 프랑스 건물들이 손실되었다는 아쉬움이 쓰여 있다. 박물관 옆에는 초창기의 사용하던 법원 건물(court house)이 잘 보전되어 있었다.

관광객 틈에 끼어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오래된 식물공원(Botanical Garden)에서 준비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한다. 해안 경치 좋은 곳에 앉아 바다에 떠있는 요트와 유람선 등을 바라보며 잠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만약에 이곳이 프랑스 식민지가 되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지금보다 프랑스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시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심 없다. 강대국들의 땅뺏기 싸움에는...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민둥산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민둥산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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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답게 관광을 실컷 하고 숙소가 있는 크라이스트처치로 향한다. 어제 보다는 짧은 여행이었기에 시내에서 지낼 시간이 충분하다. 관광 책자에 많이 소개되는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막상 목적지에 도착하니 높지도 않은 민둥산이라 조금 실망했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심하게 분다. 심한 바람을 타고 밀려온 하얀 구름이 건물을 덮으며 지나간다.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이다.

정상에 있는 짧은 산책로를 걷는다. 심한 바람과 함께 몰려온 구름이 온몸을 감싼다. 구름 속을 걷는 기분이다. 싸늘하다. 그러나 상쾌하다. 아주 높은 산에 올라온 기분이다. 독수리가 바람을 뚫고 날아가기도 한다. 화물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가 산 아래로 보인다. 구름이 낮게 뒤덮은 크라이스트처치 시내도 멀리 보인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좋았던 것일까, 구름 속을 걷던 산책길이 숙소에 와서도 잊히지 않는다. 뜻밖의 경험은 뇌리에 더 깊이 꽂히는 법이다.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한 하루였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뜻하지 않게 만난 풍경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뜻하지 않게 만난 풍경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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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호주 동포신문 '한호일보'에도 실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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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호주 연방 공무원, 외국인 학교 교사 (베트남, 타일랜드). 지금은 시드니에서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바닷가 시골에서 퇴직 생활. 호주 여행과 시골의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