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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8일, 전국 로스쿨 총학생회 주최로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 대부분이 ‘입학정원 대비 75%’의 정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는 것. 이들은 로스쿨이 학원이고, 로스쿨생이 고시생이며, 곧 많은 수가 변시낭인이나 오탈자가 될 예정이니 분노했다. 이들의 분노 자체가 예언의 실현인 것이다.
 지난 2월 18일, 전국 로스쿨 총학생회 주최로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 대부분이 ‘입학정원 대비 75%’의 정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는 것. 이들은 로스쿨이 학원이고, 로스쿨생이 고시생이며, 곧 많은 수가 변시낭인이나 오탈자가 될 예정이니 분노했다. 이들의 분노 자체가 예언의 실현인 것이다.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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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나는 왜 박상기 장관 앞에서 "이럴거면 로스쿨 폐지하라"고 외쳤나)

2019년, 로스쿨생들은 왜 거리에 나왔나

지난 2월 18일 전국 로스쿨 총학생회 주최로 총시위가 열렸다. 이와 같은 로스쿨 학생들의 총시위는 2015년 이후 처음이었다. 왜 이들은 거리로 나온 것일까.

다시 로스쿨 설립 준비 시기로 가보자.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국민들이 21세기형 양질의 교육을 받은 변호사들을 보다 많이 만나야 한다'는 목소리와 '변호사들 배고프다, 신규 변호사 최소로 배출해라'는 목소리가 충돌, 이후 정부는 '입학정원 2천명'으로 결정한다. 국민을 위해 매년 2천명 씩의 변호사는 배출하기로 한 거다.

그러나 2010년 12월 법무부의 역습이 있었다. 법무부는 '입학정원 대비 50%만 변호사 자격 취득', 즉 연간 1000명씩만 변호사로 배출하게 할 태세를 보였고, 다시 시민적 목소리와 법조계의 목소리가 부딪친 끝에 '입학정원 대비 75%만 변호사 자격 취득', 즉 '2000여명 입학, 1500명 배출'이란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 때 이미 모든 것은 예고됐다. 당시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에서 쓴 "'합격생 숫자가 1000명이든 1400명이든 1600명이든 상관없이' 기존 사법시험처럼 정원제 선발방식으로 변호사시험을 운영한다면, 로스쿨 체제는 무용지물이 된다"고 쓴 <변호사시험을 사법시험처럼 정원제 선발시험 형태로 운영하지 마십시오>란 제목의 성명서는, 차라리 '예언서'였다.

2019년 현재 오탈자 1천여 명, 변시낭인 4천여 명 이상을 향해가며 무엇보다 로스쿨 교육은 껍데기만 남게 됐다. 그것이 지난 2월 18일 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였다.  학생들은 청와대 앞에서 '공부는 인터넷강의로 하는데 등록금은 왜 받느냐'고 '우리는 고시생이 아니'라고, '고시낭인은 갔지만 변시낭인이 왔다'고, 그러니까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법조인양성시스템이냐고 물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 대부분이 '입학정원 대비 75%'의 정체에 대해 잘 알지 못한채 시위에 나왔단 사실이다. 학생들은, 현재의 변호사시험 실질 합격률 40%대가 바로 그 '입학정원 대비 75%'의 산물이고 이것은 또 2010년 1,2기의 '회군'의 산물일 뿐이며, 재논의가 약속되었으나 아무런 재논의 없이 지금껏 법적 기준도 없는 '관행'으로 이것이 적용되어 왔단 진실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것은 로스쿨의 고시학원화, 변시낭인, 오탈자(다섯 번 탈락한 사람, 이후 응시 불가) 등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즉, 로스쿨의 역사와 신규 변호사 배출 기준을 잘 모르고도 분노하며 나온 그 모습은 '예언의 실현'을 의미했다.

응답하라, 법무부!

설명했듯, 매년 '입학정원 대비 75%', 즉 1500여명만이 신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다는 것은 이처럼 아무런 법적 근거도, 사회적 합의도 없이 2010년에 갑자기 등장한 기준이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이후로 줄곧 이를 적용해오고 있다.

5일 로스쿨 원장단 주최의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법무부의 담당 검사는 "입학정원 대비 75% 합격률은 법조인의 수급상황을 고려한 법전원설치법 제7조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언급한 해당 규정엔 법조인의 수급상황뿐 아니라 국민의 법률서비스도 고려해야 한다고 쓰여있다.

만일 국민과 법조인을 모두 고려해 입학정원을 2천명으로 정했는데 또다시 법조인을 고려해 합격률을 정한다면 이는 한쪽만 두 번 고려하는 게 된다. 무엇보다 이는 '입학정원'에 대한 규정이지 '신규 변호사 배출 기준, 즉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대한 규정 자체가 아니다. 토론을 마치고 담당 검사에게 이를 지적하자 돌아온 답변은,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라는 것이었다.
 
 9일 한 로스쿨생이 법무부에 민원을 제기해 받은 답변에서 법무부는, '신규 변호사 배출 수를 1440명 내지 1500명 선으로 유지하기 위해 합격률 입학정원 대비 75% 수준으로 통제한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9일 한 로스쿨생이 법무부에 민원을 제기해 받은 답변에서 법무부는, "신규 변호사 배출 수를 1440명 내지 1500명 선으로 유지하기 위해 합격률 입학정원 대비 75% 수준으로 통제한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 출처 : 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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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업계 내지 법조인양성체제에 관해 법무부의 사명은 무엇일까? '국민이 양질의 변호사를,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많이 만나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법무부는 '양질의 변호사'의 전제조건인 법조인양성시스템, 로스쿨의 교육 붕괴를 지금껏 방치했다.

국민이 '많은 변호사'를 만날 수 있어야 함에도 '낮은 법률서비스'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이를 위한 변호사 수 확대 노력도 없었다. 2009년 이후로 늘 그 신규 변호사 배출 수는 1500명으로 고정되어 왔다.

지난 기사에서 북유럽의 '오후 5시 변호사'와 독일의 '법률비용보험'에 관해 다뤘다.(관련기사 - http://omn.kr/1i5d5) 덴마크엔 인권변호사가 없다. 법무부의 보조금으로 모든 변호사들이 국민을 위해 기능하도록 한다. 독일의 법률비용보험제도는 국민들이 법률서비스를 의료서비스처럼 가벼운 비용으로 충분히 받도록 하는 보편적 법률복지 성격의 제도다. 많은 이들이 추가 취재를 부탁하는 메일을 보내는 등 이 기사에 호응했다. 그런데 나는 그 기사를 준비하며 법무부가 이에 관해 의미 있는 연구와 제도화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법무부는 왜 법적 근거도 없이, 로스쿨 교육의 형해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다지도 법조인들의 수입 보전만을 위해 애쓰는 걸까? 왜 국민을 위해 어떤 법률서비스가, 어떤 변호사가 얼마만큼 더 필요한지 연구하고 제도화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걸까? 설마 법무부가 자신의 정체성을 '기존 변호사 내지 장래 변호사가 될 검사, 판사들의 이익단체'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법무부의 담당자들에게 나는 묻고 싶다.

응답하라, 대한변협!  

그에 비하면 대한변협(이하 '변협')이 '회원인 기득권 변호사의 목소리'만을 대변하는 것은 잘못이 아닌지 모른다. 변협은 2006년 이후 대부분 '변호사 1천명'만을 주장하는 일관된 모습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이찬희 변협 회장에게는 '로스쿨 교육의 붕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다. 첫째, 그는 지난 2015년 사법시험 폐지 유예 논란이 일던 때에 로스쿨생들의 시위에 참여해 "나는 로스쿨을 지지한다"고 밝힌바 있고, 둘째 최근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로스쿨을 통해 노동, 세무 등의 전문법조인이 양성되고 있으므로 노무사, 세무사 등에게 소송대리권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을 지지한다는 것은 '로스쿨의 교육'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로스쿨의 전문법조인교육을 유사직역 정비의 논거로 내세우는 것은 '로스쿨의 전문 교육'을 장려하겠다는 뜻이 된다. 그럼에도 "변호사업계의 불황과 유사직역의 문제로 변호사를 늘릴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로스쿨의 출구를 좁히는 것은 지금의 로스쿨을 더욱 고시학원화하고 로스쿨 교육을 붕괴시킨다. 당연히 로스쿨의 전문 교육도 함께 무너진다. 그가 로스쿨을 지지한다고 한 것은 그저 '로스쿨이 죽지 않을만큼만 연명'하길 바라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표를 얻기 위한 사탕발림이었을까? 그가 로스쿨의 전문 교육을 앞세우는 것은 그저 유사직역에 대한 대항마로 로스쿨을 이용하는 것에 불과할까?

하나 더, 이찬희 변협 회장은 5일 심포지엄에서 "지금 청년변호사들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 제자들을 위해 로스쿨 교수들은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면서 로스쿨 측에 대한 서운함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같은 법조계의 젊은이들 중 예비변호사들의 문제는 껴안지 않는 모습이 아쉽지만 그보다 문제는 청년변호사들에 대한 그의 걱정과 배려의 진정성 여부다.

지난 2014년부터 대한변협의 한 특위는 법률비용보험제도 도입을 위해 애써왔다. 앞서 언급했듯 이는 국민을 위한 제도인 동시에 변호사들의 적정 수입을 보장하는 효과적인 대안이다. 그런데 이를 도입하고자 노력해온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의 대한변협 법률서비스보험 심포지엄들에 위철환 회장을 제외한 어떤 회장도 참석하여 경청한 일이 없었다"고 말한다.

이찬희 회장 역시 서울변협 회장 시절 관련한 심포지엄에 참석한 일이 없고 그의 공약집에서도 이와 같은 적극적인 변호사 일자리 창출 노력이 엿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또 지난 기사에서 나는 한 국회의원이 법률협동조합에 관한 입법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소개했다. 그런데 그 의원은 "이익집단들이 원하지 않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관련기사 - http://omn.kr/1i5dc)

이찬희 회장이 최근 5일에도 드러냈듯 정말 청년변호사의 일자리, 변호사업계의 불황을 그처럼 걱정한다면, 또 대한변협 홈페이지의 인사말에처럼  변협이 '언제나 국민 곁에 있다'고 말하고자 한다면, 그는 법률비용보험, 법률협동조합과 같이 국민을 위하면서도 동시에 일선 변호사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대안들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저 '변호사 수 통제'만이 국민과 변호사들을 위한 그의 유일한 대안이라면 그의 지금까지의 말과 행동이 참으로 모순된 것은 아닐까? 특히 지난 2015년 사법시험 페지 유예 논란 속에서 로스쿨 존립이 흔들리자 지금 로스쿨생들을 힘겹게 하는 이들에게 언젠가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응답하라, 2015!'라고 했던 그에게, 나도 언젠가는 지금의 로스쿨 교육의 붕괴에 대해 '응답하라, 2019!'라고 그 책임을 묻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다.   
 
 특히 지난 2015년 사법시험 페지 유예 논란 속에서 로스쿨 존립이 흔들리자 지금 로스쿨생들을 힘겹게 하는 이들에게 반드시 후에 책임을 묻겠다며 '응답하라, 2015!'라고 했던 그에게 나는 2019년 로스쿨 교육의 붕괴에 대해 '응답하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지난 2015년 사법시험 페지 유예 논란 속에서 로스쿨 존립이 흔들리자 지금 로스쿨생들을 힘겹게 하는 이들에게 반드시 후에 책임을 묻겠다며 "응답하라, 2015!"라고 했던 그에게 나는 2019년 로스쿨 교육의 붕괴에 대해 "응답하라"고 말하고 싶다.
ⓒ 출처 :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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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한국법조인협회(이하 '한법협')'은, 2015년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이 만든 단체다. 

앞서 2010년에 있은 '입학정원 대비 75% 회군'이란 표현을 썼다. 그 1,2기들의 '회군' 이후 법무부는 지난 7년간 줄곤 이를 관행처럼 적용해왔다. 이에 대해 "당시 재논의를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후배들을 위해 나서는, '로스쿨체제의 대전제는 자격시험'이라고 2010년 외친 그 말들을 그 약속된 재논의 시기인 2015년에 후배들과 함께 외쳐주는 1,2기들은 내가 알기로 거의 없었다. 

그리고 하나 더, 참으로 많은 이들이 말한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지금 로스쿨에서 신규 변호사들이 많이 배출되는 것을 가장 반대한다'고. 한 국회의원이 표현한 대로 정말 법조계에선 지금 '선배가 후배를 밟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관련기사 - http://omn.kr/1i8pd) 지난 2.18.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위한 로스쿨생들의 총시위에 대한 지지 성명을 한 그 250여명의 변호사들 말고, 장관에게 직접 대거리를 하는 칼럼을 쓰거나 관련 헌법소원을 준비하는 등 얼굴과 이름을 드러낸 그 변호사들 말고, 대부분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과 이들의 단체인 한법협에게 나는 이에 관하여 묻고 싶다. 

응답하라, 시민단체와 정치인들, 그리고 로스쿨의 교육자들!

나는 지난달에 여러 시민단체들을 차례로 접촉했다. 모두 처음엔 '지금 다른 중요 사안들이 너무 많아 로스쿨 문제를 다룰 여력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얘기가 깊어지자, 한 단체는 "로스쿨의 변시낭인, 오탈자들을 솔직히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1년간은 로스쿨 문제를 논의하지 않기로 한 내부결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단체는 "이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많이 배출됐으니 로스쿨의 문제는 로스쿨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줄 알았다"고도 했고, "솔직히 변호사들이 어렵다고 한다. 또 사실 아직 수도권 로스쿨들의 합격률이 높으니 이 정도면 서부전선엔 이상 없다고 본다"고도 했다.

이들은 모두 해당 단체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로스쿨의 설립 취지 복원을 위한 단체인 '법조문턱낮추기'가 관련 활동을 하며 성명서, 의견서 등으로 로스쿨의 현 교육 붕괴에 관한 시민적 목소리를 내줄 것을 부탁할 때마다 이들은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혀왔다. 

시민단체들만이 아니다. 우리사회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해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2010년 12월 <변호사 시험, 순수 자격제로 운영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당시 회장은 현 김선수 대법관) 이후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목소리 자체를 내본 일이 없다. 또 로스쿨을 설계하고 로스쿨 설립에 그 누구보다 앞장서온 전해철, 이상민 등 정치인들의 로스쿨에 관한 최근의 큰 목소리는 없었다. 로스쿨 총학생회 의장을 포함한 학생들이 전해철 의원을 찾아 자격시험화를 위한 입법청원서를 제출했음에도 그는 "추후 논의하자"고만 했다. 이상민 의원은 로스쿨생들이 수회에 걸쳐 연락했지만 일정상의 문제로 만남이 이뤄지지 못했다. 

로스쿨 교수들 중엔 엎드려 절하고 싶을 만큼 감사한 이들도 있다. 온라인 공간에 남은 발자취들을 따라가 보면 김창록, 한상희 교수 등은 2010년부터 단 한번도 '로스쿨의 정상적인 교육'과 '시민이 누릴 법률서비스'를 위한 목소리를 포기한 일이 없다. 관련한 이들의 칼럼과 인터뷰와 토론 내용, 성명서 등이 온라인 공간 곳곳에 남아 있다. 이뿐이었을까. 이들은 분명 온몸으로 이러저리 뛰어다녔을 터다. 하지만 그들 뿐이다.

대부분의 평교수들은 아무런 흔적이 없다. 더러 아파하고 더러 노력했을 것이다, 로스쿨 교수들이 교육은 없고 건물만 남은 로스쿨만 끌어안고 싶었을리 없다. 하지만 이를 아파하며 진정 '실무적이고 전문적이고 바른 법조인인성을 함양하는' '로스쿨다운 교육'을 지키고자 로스쿨 교수들이 목소리를 내고 조직하고 온몸으로 뛴 흔적은 쉽게 찾아지질 않는다. 그래서 나는 로스쿨을 설계하고 또 설립한 시민단체들과 정치인들, 그리고 교수들에게도 대체 그 오랜 시간 로스쿨 교육의 붕괴를 어쩌면 그리도 보고만 있어왔는지 그 응답을 듣고 싶다.

응답하라, 로스쿨생!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지금, 당연히 얼마 전까지 같은 모습이었던 나를 비롯한 로스쿨생들에게도 응답하라고 해야 한다. 다만 나는 잠시 로스쿨생들을 위한 변명을 하고 싶다.

2014년까지 로스쿨생들은 매년 총학생회 주최의 총시위로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요구해왔다. 이는 로스쿨 1기들과 직접 교류한 3기의 졸업시기까지는 아직 '로스쿨의 정상적인 교육'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3기들은 1,2기들이 기존 사법시험체제와 다른 로스쿨형 교육을 위해 싸웠던 것을 직접 얼굴 맞대고 들으며 학교를 다녔다. 그러니 이들도 마지막까지 그것을 위해 싸웠다.

하지만 이들마저 졸업한 2015년 이후 로스쿨의 본래 모습이나 취지는 '전설'이 되어버렸다. 또 하나 앞서 언급했듯 법무부는 2014년의 재논의를 언급했지만 그 해에 그렇게 투쟁했어도 재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연히 로스쿨생들에게는 무력감과 좌절감이 생겨버렸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를 거듭하고 추락하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로스쿨생들이 관련 문제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나의 합격'에만 매달리도록 했을 것이다.  
 
 해를 거듭하고 추락하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로스쿨생들이 관련 문제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나의 합격'에만 매달리도록 했을 것이다.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87.14%였으나 2018년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49.35%로 하락했다.
 해를 거듭하고 추락하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로스쿨생들이 관련 문제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나의 합격"에만 매달리도록 했을 것이다.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87.14%였으나 2018년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49.35%로 하락했다.
ⓒ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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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6년 로스쿨에 입학한 8기다. 로스쿨 입학 전 겨울방학 내내 내가 한 일은 민법 인터넷 강의를 듣는 일이었다. 나는 고시학원 로스쿨에서 고시생으로 지내며 합격률이 30%가 될 지 모를 변호사시험에만 집중해야 했다. 나뿐 아니었다. 대부분 '살아남아야한다'는 생각에만 집중했다. 이런 로스쿨의 역사는 전혀 알지 못했다. 합격률이 30%, 20%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일은 ,참 끔찍한 일이지만 관련 내용이 로스쿨과 관련된 법 어디엔가 써있는줄만 알았다.

그런데 지난해 3학년이 된 나는 우연히 박상기 법무장관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80% 이상'이란 발언을 접했다. '왜 80% 이상이라는 거지? 최근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49%였단 건 다 아는 사실인데?' 거기에서 모든 것이 시작했다. 처음으로 합격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나는 정말 몇 건의 자료만 뒤적이고도 금세 알게 됐다. 박 장관은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이라거나 '누적합격률'이라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기준에 의해서 말을 하고 있었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말도 안되는 시스템 속에 내가 들어앉아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지금껏 그저 눈감고 귀막고 살아남을 생각만 하고 있었다. 대체 왜 로스쿨생인 내가 내 전문성은 하나도 접목시키지 못하고 판례 문구만 달달 암기해야 하는지 부글부글 화가 끓곤 했다. 나는 어떻게든 탈출하고플 뿐이었고 탈출에 성공한 뒤에야 이곳이 교육기관이 아니라고 외치든 말든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실은 법에도 없는 기준, 변호사 2천명 이상 배출의 사회적 합의를 위반한 그 기준에 의해 이렇게 로스쿨 교육이 파괴된 것이었고, 그래서 내가 '공부는 인터넷강의로 하고 등록금은 로스쿨에 내는' 비정상적인 고시생이 된 것이었다. 마치 빨간약을 먹은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이 된 듯 모든 것이 기가 막히고 황망했다.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사실 최근 입학하는 대부분의 로스쿨생들이 나와 같다. 아직도 빨간약을 먹지 못했거나 뒤늦게 먹고 치솟는 분노에 떨고 있거나. 물론 다른 이들도 있다. '사법시험이든 로스쿨이든 상관없어, 소수만을 변호사로 선발해야 해'라거나 '합격률이 낮은 시험을 통과해야 나의 몸값이 올라가지', '내가 붙으면 합격문을 더 좁힐거야'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생각이 그릇됐다고 할수만은 없다.

다만 그 생각을 깨자고, 국민에게 시험전문가나 소수 엘리트 변호사가 아닌 낮고 다양한 변호사를 많이 만나게 하고자 만든 것이 로스쿨 아닌가. 지금의 로스쿨은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기관인지, 아니 지금 로스쿨은 대체 왜 존속되어야만 하는지, 나를 비롯한 로스쿨생들은 물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상기 법무장관님, '재검토'를 기대하겠습니다! 

 
수석·보좌관 회의, 발언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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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을 교단에 있었지만 나의 교사자격 없음을 인정하고 교단을 떠났다. 다시는 '교육'을 입에 올리지 않겠다고 결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가 로스쿨에 관한 연재를 하게 된 계기, 부족하나마 관련한 활동을 하게 된 그 대부분의 이유는 어쩔수없이 '교육'에 있다.

교육기관은 거대한 상대평가 앞에서 반드시 무너진다. 그래서 전문교육기관에는 시험이 교육을 흔들지 않기 위한 장치, 즉 입학정원과 변호사자격취득자 간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그런데 2019년 로스쿨에는 그 균형이 철저히 무너져 있다. 그 속에서 너무 많은 이들이 아픔을 겪고 있고, 로스쿨 설립시 국민에게 했던 약속은 공허해져 버렸다. 무엇보다 나로서는 로스쿨 밖의 이들에게 미안해졌다. 왜 '로스쿨다운 교육'이 없는 껍데기 로스쿨을 거친 내가 그들을 뒤로 하고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지 나는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5일의 심포지엄에서 박상기 법무장관이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와 도입 이후 변화된 상황을 고려해 적합한 합격자 결정 기준이 무엇인지 재논의하겠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내가 가장 응답하라고 요구하고 싶은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로스쿨 설립 당시 민정수석이었을뿐 아니라 변호사 출신인 만큼 그는 로스쿨의 원래 취지가 무엇인지도 안다. 무엇 때문에 지금 그 취지가 왜곡되고 있는지, 지금 어떻게 해야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 등도 잘 알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대체 왜 로스쿨이라는 법조인양성시스템에 대해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또 다른 로스쿨생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2월 18일 전국의 로스쿨생들이 그 총시위 장소를 '청와대' 앞으로 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 그리고 박상기 법무장관이 모두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사법개혁 차원에서 로스쿨 설립을 추진한 이들인데 어째서 이렇게 로스쿨 교육 붕괴를 지켜만 보느냐는 항의의 의미였다. 

그런데 5일 심포지엄에서 박상기 법무장관은 '재논의'를 입에 담았다. 나는 그것이 그저 형식적인 말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응답까지 담긴 책임있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진정 변호사 배출에 관한 재논의, 재검토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로스쿨이라는 법조인양성 교육에 대한 직무유기이고, 국민에게 양질의 변호사를 많이 만나게 하겠다며 로스쿨 설립에 박차를 가한 지난 정부 시절의 약속을 배반하는 게 된다. 그리고 직무유기와 배반이 계속된다면 남은 길은 '로스쿨 폐지'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1월 나는 박상기 법무장관에게 테이트 신청을 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그에게 로스쿨을 폐지해달라고 했다. 그런 나는 오늘부터는 박상기 장관의 '재논의'를 기다려보려 한다. 수많은 이들에게 '응답하라'고 요구했지만 그와 동시에 정부를 믿어보려 한다. '교육'이 사라진 건물뿐인 로스쿨이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한 다양한 법조인이 많이 나오도록 하는 로스쿨을 위한 노력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오늘부터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상기 법무장관을 믿고 기다려야겠다.

※ 그동안 연재에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원고료가 로스쿨 교육 정상화와 법조문턱 낮추기 운동에 쓰일 수 있도록 아무 대가 없이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방송대 로스쿨 설립을 준비하시는 분들, 사법시험 부활 운동을 하시는 분들,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분들 등의 연락이 있었지만 그 다양한 목소리들을 모두 담지 못하고 연재를 이상으로 마감하는 점에 관하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추후 그에 관한 기사들도 진행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기사를 쓴 박은선은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소속으로, 기사의 수익금은 전액 로스쿨 교육 정상화 및 법조문턱 낮추기 운동에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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