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5일 오후 강원도 고성의 한 저수지에서 전날 부터 시작된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소방 헬기가 물을 보충하고 있다.
 5일 오후 강원도 고성의 한 저수지에서 전날 부터 시작된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소방 헬기가 물을 보충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기사 수정 : 9일 오후 3시 58분]

강원도 5개 시·군에 걸쳐 발생한 대형 산불이 다행히 잘 진압됐다. 산림청, 소방서 등 관계 기관의 헌신적인 노력, 정부의 조직적 대응이 효과적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SNS 상에서는 화재에 대처하는 정부 관계 당국의 노력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수시로 공유되기도 했다. 이번 산불은 안전사고, 재난에 대응하는 우리의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급박한 상황이 마무리된 후 적확한 정책수단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피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에 힘써야 할 때 '정치'가 치고 들어왔다. 쉴 틈 없이 정치가 얼굴을 내미는 상황이 당황스럽다. 정치권의 역할과 책임은 중요하지만, 선을 넘은 정치행위는 문제를 왜곡하고,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이번 화재 발생 당시 그리고 진압이 마무리된 후 정치가 난무했던 며칠 간의 상황을 정책의 눈으로 접근해보자.

첫째, 정책적 사고와 접근이다. 이번 산불을 해결해야 할 정책문제로 본다면 핵심은 신속한 정책수단의 결정이다. 이런 촌각을 다투는 재난사고의 해결을 위한 정책수단은 정치가 아닌 정책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과잉'은 금물이다.

예를 들어, 강원도 산불이 발생할 당시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홍영표 위원장이 강원 산불 진화의 총책임자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이석을 요청했으나 야당 의원들이 거부했다고 한다. 산불이 발생한 속초, 고성 등을 지역구로 둔 자유한국당 이양수 의원이 산불의 심각성을 듣고, 자리를 옮긴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가안보실장을 붙들어둔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관계 기관의 유기적 대응을 지시하고, 조율할 책임자의 중요성을 간과한 정치권 인사들의 인식이 아쉬울 뿐이다.

정책적 접근은 산불이 진압되고, 피해 복구와 지원 규모를 결정할 이 시점에도 필요하다. 4월 국회 일정은 아직 합의가 안 됐다. 또 산불 피해지역에 사용할 예산을 예비비로 할 것인지, 추경 예산으로 할 것인지 여당과 야당이 대립하고 있다. 화재 피해로 신음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용할 국가 예산에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면, 예산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화재 피해지역을 하루빨리 복구하고, 주민들이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초당적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

둘째, 정책문제 정의의 중요성이다. 해결해야 할 정책문제가 있을 때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고, 현재의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이 매끄럽게 결정될 수 있다.

이번 산불사고 후 등장하고 있는 원인 분석과 대책 수립 과정에 정책문제가 잘못 정의되는 경우가 발견된다. 대표적인 것이 산불 발생 원인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지목한 사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강원도 산불 피해복구 관련 연석회의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한전이 누적 적자뿐 아니라 배전 유지보수 예산이 상당히 삭감됐다며"며 "이번 사고의 발생 원인은 어쨌든 유지 관리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전력 관계자는 지난 8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2014~2016년 사이 변압기 등 설비교체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며 (자본)예산이 많이 편성이 된 후 교체 작업 완료 후인 2017년부턴 설비 교체 대상이 줄어 예산이 줄어든 것"이며 "다만 수선 유지비는 계속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수선유지비는 2015년 2452억 원을 시작으로 2016년 2731억 원, 2017년 2946억 원, 2018년 2948억 원으로 매년 늘었고 올해는 484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892억 원(64.2%) 늘었다"고 덧붙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한전이 관리하는 전봇대의 개폐기와 연결 전선 등을 수거해 분석하고 있으니 직접적인 화재 원인은 곧 밝혀질 것이다. 그에 따라 정부나 관계 기관의 정책 결정이 이번 산불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정책문제의 정의는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벌써 산불의 원인을 탈원전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건 정책오류에 빠지는 지름길이다. 정책목표도 정책수단도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미세먼지가 심각했을 당시, 자유한국당이 '탈원전이 문제'라고 목소리 높인 것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셋째, 후진적 정책시스템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난 후 새로운 정책이 결정되는 시스템은 후진적이다. 정책환경과 조건의 변화를 감지하고, 사건·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여기서 평소에는 불필요하고, 낭비로 여겨지기도 하는 행정의 가외성 즉, 예비 인력과 자원, 조직이 중요하다.

이번 산불진화에서 큰 활약을 보인 산림청 소속 산불일반·특수·공중진화대와 산림공무원을 예로 들 수 있다. 산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땐 이 인원의 중요성을 알기 어렵지만, 산불 등 비상시에는 그 가치와 존재를 여실히 깨닫게 된다. 이번에도 건물화재가 주 무대인 소방관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산과 숲속을 이동하며 산불 근원지에서 활동하여 신속한 산불 진화에 핵심적 역할을 하였다.

기후변화로 대형 산불이 잦을 것이라고 한다. 이미 2010년에 서울대와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은 "한반도 전역에서 대체로 산불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원인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평균기온 증가와 습도 감소"라고 `한국기상학회지`에 발표했다. 기후변화는 단기간에 우리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인 만큼, 대응 차원에서 산불과 산사태 등 재난을 예방하고, 유사시 투입되는 산림청 조직과 인력, 대형진화헬기와 산불진화장비 보강 등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 후 대응하는 정책시스템은 후진적임을 명심해야 한다.

강원도 산불에 대한 원인 분석,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당분간 계속 나올 것이다. 재난과 같은 정책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정책적 사고로 접근하고,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삼지 않는 것이 그 시작이다. 많은 정책과 예산이 정치적 협상에 의해 결정되지만, 재난 사고까지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건 민심과 동떨어진 행위다. 정치는 중요하지만, 과잉은 금물이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