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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곳에 자리 잡은 아담한 동네, 카이코우라(Kaikoura)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곳에 자리 잡은 아담한 동네, 카이코우라(Kaikoura)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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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자동차 시동을 건다. 오늘은 온천 해수욕장이 있는 핸머 스피링즈(Hanmer Springs)에서 온천욕을 할 생각이다. 북쪽으로 2시간 가까이 운전해야 한다. 뉴질랜드에서 본격적인 자동차 여행을 한다는 설렘을 가지고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도시를 벗어난다.

차창 밖으로 뉴질랜드의 시골 풍경이 지나간다. 도시를 떠났지만, 호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넓은 들판은 보이지 않는다. 산이 많다. 풀만 무성한 민둥산이다. 가끔 줄지어 심은 침엽수가 민둥산의 한 부분을 초록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바람이 많은 부는 곳인지 수많은 방풍림이 시선을 끈다.

목적지 근처에 오니 깊은 계곡 위에 다리가 있다. 그러나 계곡에는 물이 많이 흐르지는 않는다. 요즈음 가물었다는 뉴스를 들은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계곡 근처에는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인 스피드 보트를 타는 곳이 있다.
 
 뉴질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캠핑카. 뉴질랜드에 관광객이 많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캠핑카. 뉴질랜드에 관광객이 많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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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장에 도착했다. 온천 해수욕장 주위는 주차할 공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붐빈다. 주차해 있는 자동차들은 관광객이 빌린 자동차가 대부분이다. 캠핑카도 많이 보인다. 이름이 알려진 관광지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온천장에 들어선다. 시설이 좋다. 규모도 크다. 큼지막한 온천 수영장을 비롯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시설도 있다. 온천욕도 시설마다 온도가 달라 각자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한국에 살 때의 목욕탕 생각이 난다. 온도가 42도라고 쓰인 가장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근다. 온천수를 뿜어내는 곳에서 어깨 근육도 푼다. 한겨울 눈이 펑펑 내릴 때 찾아와 온천욕을 한다면 운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온천장을 나와 동네를 돌아본다. 관광객을 유혹하는 가게가 즐비하다. 여느 관광지와 다름없이 기념품 점, 음식점이 제일 먼저 눈에 뜨인다.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인 번지 점프와 스피드 보트를 안내하는 광고도 있다. 여행은 젊어서 해야 한다고 하던가, 번지 점프에 관심은 있으나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젊은 나이가 아님을 실감한다.

핸머 스프링즈 관광지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카이코우라(Kaikoura)라는 동네다. 가파른 언덕을 돌고 돌아 산을 오른다. 초목에는 많은 양이 모여 풀을 뜯고 있다. 뉴질랜드에 왔음을 실감한다. 힘들게 정상에 오르니 멀리 바다가 보인다. 파도가 만들어 내는 하얀 물결이 아름답다. 화가가 붓으로 하얀 물감을 찍어 놓은 것 같다.

산을 내려와 해안도로를 달린다. 바람이 심하다. 파도가 출렁이는 태평양이 오른쪽 차창에 전개된다.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짧은 터널도 몇 개 지나친다. 물이 나간 바다에서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채취하고 있다. 뉴질랜드에 소라와 전복이 많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복이나 소라를 잡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럼에도 여행을 떠나는 이유

카이코우라에 도착했다. 전망대가 있다는 이정표를 따라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동네가 한눈에 보인다.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 곳에 자리 잡은 아담한 동네다.

잠을 잘 수 있도록 개조한 허름한 봉고차를 타고 온 여성 둘이 벤치에 앉아 있다. 영어를 쓰지 않는 것으로 보아 유럽에서 온 여행객으로 보인다. 돈 아끼며 알뜰하게 돌아다니는 여행객이다. 학창 시절 유행했던 '무전여행'이라는 이름으로 3등 열차 타고 고생하며 돌아다니던 생각이 난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동네 앞바다 해안도로를 달린다. 조금 운전하니 특이하게 생긴 바위들이 모여 있는 장소가 나온다. 하얀 색깔에 빗살무늬가 있는 형상을 한 바위들이 널려 있다. 낚시를 비롯해 바다에서 아무것도 채취할 수 없다는 경고문이 있다. 채취하지 못하게 하는 목록 사진에 전복도 보인다. 
 
 한가하게 낮잠을 즐기는 바다표범. 주위에서 사람이 서성거려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한가하게 낮잠을 즐기는 바다표범. 주위에서 사람이 서성거려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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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바위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주위를 걷는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바다표범 한 마리가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사람들이 주위에서 카메라를 가지고 서성거려도 개의치 않는다. 눈길 한 번 주지도 않는다. 관광객의 카메라 세례를 많이 받아본 바다표범이다.

해안도로가 끝나는 곳에는 주차장이 있다. 그러나 주차장에는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관광객이 많다. 중국에서 온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간신히 주차하고 바다로 향한다. 수직으로 잘려진 낭떠러지 아래로 희귀하게 생긴 바위가 널려 있다. 바다표범을 귀찮게 하지 말라는 경고가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바다표범을 만나지 못했다. 무작정 찾아 왔지만 관광지로 유명한 곳인 것 같다.

뉴질랜드에서의 첫 번째 장거리 여행이다. 많은 것을 보고 싶은 욕심에 장거리 운전을 했다. 숙소까지 돌아가야 한다. 먼 거리다. 그래도 그냥 돌아갈 수 없다. 중간 중간 볼거리를 찾아 사진에 담으며 숙소로 향한다.

숙소에 도착했다. 피곤하다. 그러나 처음 맛본 뉴질랜드에서의 장거리 여행의 설렘이 가시지 않는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가볍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옛말이 있다. 그럼에도 집 떠나 고생하는 사람을 여행 중에 자주 만난다.

여행은 타성에 젖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다.
 
 특이한 형상과 모습을 보여주는 바위가 있는 해안.
 특이한 형상과 모습을 보여주는 바위가 있는 해안.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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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호주 동포신문 '한호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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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호주 연방 공무원, 외국인 학교 교사 (베트남, 타일랜드). 지금은 시드니에서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바닷가 시골에서 퇴직 생활. 호주 여행과 시골의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