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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면에 걸친 잡다한 지식들을 많이 알고 있다. '잡학다식하다'의 사전적 풀이입니다. 몰라도 별일없는 지식들이지만, 알면 보이지 않던 1cm가 보이죠. 정치에 숨은 1cm를 보여드립니다. - 기자 말
 
▲ "국회정론관에서 구호 외치시면 안 됩니다"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40여명이 참여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현장 참가자들이 기자회견 도중 구호를 외치려고 하자 국회 관계자가 이를 제지했다.
ⓒ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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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40여명이 참여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현장 참가자들이 기자회견 도중 구호를 외치려고 하자 국회 관계자가 이를 제지했다.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40여명이 참여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현장 참가자들이 기자회견 도중 구호를 외치려고 하자 국회 관계자가 이를 제지했다.
ⓒ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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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세 독립유공자 임우철 선생 : "만세(구호)를 하겠습니다."
국회 관계자 : "선생님 죄송한데, 여기서는 안 됩니다."


22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인 '정론관'에서 벌어진 상황입니다. 이날 독립운동가 배우자·후손 40여 명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폄하 발언'을 비판하면서 "의원직을 사퇴하라"라고 주장했습니다 (관련 기사 : 101세 독립투사의 떨리는 목소리... "나경원은 사과하라").

여기서 문제.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 중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답은 '없다'입니다. 국회의사당 본청 1층 기자회견장 앞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아주 큼지막하게.

"기자회견장 안에서는 구호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기자회견 현장을 다룬 뉴스를 보다 보면 으레 '무엇무엇 하라' 따위의 구호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주먹을 불끈 쥔 기자회견 참가들의 모습과 함께 말입니다.

하지만, 국회 기자회견장에서는 이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2018년 여름, 한 국회의원이 노동조합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려고 하자 당황하며 "정론관은 구호가 안 되니까..."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대체 왜 국회 기자회견장에서는 구호를 외칠 수 없는 걸까요?

운영지침에 명시된 '금지행위'
 
 국회 기자회견장 '정론관' 앞. 입구에 '구호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국회 기자회견장 "정론관" 앞. 입구에 "구호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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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 미디어담당관실에 그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운영지침에 의거해 구호나 시위, 농성 등은 금지돼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국회 기자회견장 운영지침'을 보면 제6조에 금지행위를 설정해놨습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① 기자회견장 안에서는 누구든지 구호·시위·농성 등의 소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개정 2010.6.10>
② 제2조의 사용권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기자회견 중 단상 위로 올라가거나 단상 앞에 서 있어서는 아니 된다.<신설 2009.5.20>
③ 기자회견장의 질서 유지를 위하여 이 운영지침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기자회견장 내 마이크 차단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신설 2013.3.18.>


독립유공자 임우철 선생의 구호가 제지된 이유는 '운영지침' 제6조 1항 때문입니다.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구호를 외치는 것을 '소란행위'라고 판단한 것이지요. 이는 국회사무처가 만든 '국회기자회견장 사용신청서'에도 적시돼 있습니다.

국회사무처 "청사를 소란케 할 수 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론관은 국회의장, 국회의원, 정당 대변인 등 '사용권자'의 의정활동 홍보, 정당의 공식 입장을 기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것을 '사용권자' 의정활동의 일환으로 정의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시민단체가 참가하는 국회 기자회견은 소개를 해준 국회의원 등 '사용권자'가 반드시 현장에 있어야 진행될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가 기자회견 때 사용할 피켓이나 현수막 등도 통상 기자회견을 소개해준 국회의원실 관계자가 반입하곤 합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국회 기자회견장의 효율적이고 질서 있는 운영을 위해 구호를 금지하고 있다"라며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의 결집력을 보여주는 구호 등의 행위는 청사(국회의사당)를 소란케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구호 등의 행위를 하게 되면 마이크를 끄는 등 조치를 취한다"라고 부연했습니다. 또한 그는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구호를 허용했을 때의 실익은 기대보다 크지 않을 것 같다"라고 부연했습니다.

정리하면, 국회 기자회견장은 시민사회단체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국회의장·국회의원 등 '사용권자'를 위한 공간이라는 것이고,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이므로 소란을 유발할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겁니다.

시민사회단체 "국민이 국회의원 뽑았는데, 국회 공간은 의원들 것?"
 
 국회 정론관 내부 모습.
 국회 정론관 내부 모습.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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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을 두고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윤철한 경실련 정책실장은 "타인에게 과도하게 방해를 하지 않는 범위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구호는 의사표현의 한 형태일 뿐이다"라며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확성기를 이용하는 등의 행위를 할까봐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던데, 그것은 세부적인 기준을 정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제안했습니다.

오유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국회의원을 위한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그 국회의원이 국민이 뽑은 선출직이라는 점을 보면 국회 내 시민의 행동에 대한 제재 조치는 합당하지 않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오 간사는 "경찰이 지키고 있는 국회의사당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민들의 모든 활동에 제약이 가해진다, 이런 행위 모든 것이 문제라고 본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덧글 : 다시 22일 기자회견장 현장으로 돌아가죠.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결국 다른 독립유공자 선생님이 구호를 선창해 참가자들은 "친일 청산"을 외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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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