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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은 늘 영화나 드라마, 소설과 같은 작품의 소재가 되고, 이를 제작하는 감독,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다. 이런 대중 예술이나 순수 문학 작품을 접하면서 관객, 독자들은 사건 구성과 줄거리를 두고 현실성을 논하기도 한다. '과연 저런 일이 가능한가'하고 의구심을 품기도 하지만, 영화관을 나오고, 책을 덮은 후 마주한 현실 세계는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실제 사건들은 감독, 작가의 제어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니 오히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경찰과 유흥업소의 유착, 검찰의 사건 재가공, 정치 권력과 범죄 집단의 맞잡은 손, 언론과 권력 집단의 어깨동무 등 보통 사람들이 가까이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에 몸담은 인물들이 펼치는 현란한 '연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존재한 게 아니었다. 개봉 후 대중들의 눈길을 끌었던 영화 '신세계', '내부자들', '더 킹'의 이야기가 우리 현실 속에서도 진행되고 있었다. 영화가 현실을 반영한 건지, 아니면 현실이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건지 헷갈릴 정도다.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폭력 의혹', '장자연 사건'은 영화 같은 현실이 언제나 가능함을 대중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근 연예인 승리와 유착 의혹이 있는 경찰에 대해 수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뒤에 두 사건은 의혹 수준을 넘어선 다양한 증언과 증거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진실에서 멀리 있다.

여전히 사건의 주인공들은 권력의 단맛을 누리고 있겠지만, 피해자를 비롯한 가족, 지인들은 협박의 공포,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 무자비한 현실에 대한 자괴감, 분노에 휩싸여있다. 이를 공감하듯, 장자연 사건의 공소시효를 연장하고, 재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66만 명을 넘어섰고,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의 엄정 수사 청원도 12만 명을 넘었다. 또한,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은 '김학의·장자연 사건' 특검 실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학의·장자연 사건' 특검도입 여부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김학의·장자연 사건" 특검도입 여부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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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건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비판이 계속되는 상황을 반영했는지 정부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법무부와 행안부 장관으로부터 김학의, 장자연, 버닝썬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고,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함께 책임지고,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19일에는 김학의, 장자연 사건을 조사 중인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활동기한이 2개월 연장됐다. 문 대통령의 표현을 빌려 말하면,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났고, 검경 등 수사기관이 고의로 부실 수사하거나 진실규명을 가로막고 비호·은폐한 정황들이 보인" 사건들에 대해 진실이 밝혀질 때가 왔다.

버닝썬·김학의·장자연 사건, 진실을 원한다

때마침 '장자연 리스트'의 목격자 윤지오 씨가 최근 한국으로 돌아와 공개 증언에 나서고 있고, 성폭력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차관이 "문제의 동영상 속 인물이 맞다"는 경찰청장의 공개 진술이 있다. 승리-정준영을 둘러싼 버닝썬 사건은 원칙적인 수사만 진행된다면 비교적 수월하게 진실의 문에 다가갈 것이다. 경찰과 검찰이 그들이 가진 권한으로 비틀어진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이번에 드러난 사건의 왜곡, 은폐 정황들은 소위 권력기관의 개혁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 그때가 왔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찰,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을 논의하는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자극을 받고, 주어진 기간 최선을 다하길 바랄 뿐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들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으로든 아니면 다른 수단으로든 마무리를 해야 한다. 오랜 시간을 끌어온 공직비리수사처 도입도 필요하다.

경찰과 검찰에 대한 불신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검경에 대한 불신은 그들 스스로가 만들었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 국민이 원하는 것은 원칙을 넘어선 무리한 공권력의 투입이 아니다. 권력기관에게 주어진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대응과 수사다. 관객을 흐뭇하게 만드는 영화가 대부분 그렇게 끝을 맺듯이 우리 현실도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이 있는 자는 처벌을 받게 되길 기대한다.


*<오마이뉴스>가 19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2명(총 6943명 접촉, 응답률 7.2%)을 대상으로 김학의·장자연 사건 특검 도입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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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