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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게시한 본인은 에이즈 환자가 아니며 생활관 입사생도 아님을 확인했습니다. 생활관 입사생 및 학부모님들께서는 안심하시고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HIV감염인의 기숙사 입사 논란이 '해프닝'이 된 이후, 현재까지 한국교통대 생활관 게시판에는 위와 같은 공지글이 올라와 있다. 학교는 대체 무엇을 안심하라는 것일까. '에이즈 환자'가 생활관에 입사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러나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교통대 생활관 입사를 위한 건강검진에서 HIV는 선택검사항목으로 학생이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설령 에브리타임 글의 게시자가 HIV감염인이었더라도 이를 말하지 않은 것이 '숨긴 것'도 아니며 입사를 거부당할 이유가 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학교는 이러한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안심하라는 공지글만을 띄운 것이다.

이 사건이 단지 '해프닝'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에브리타임 게시글의 내용은 거짓이었지만 HIV감염인의 기숙사 입사에 대한 학교, 학생, 언론의 반응은 거짓이 아니었다. 페이스북에 공유된 해당 글에는 "소량의 피라도 접촉하면 감염된다", "기숙사에 항의해 전원 피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댓글이 달렸고, 한 언론은 게시글을 인용하며 '섬뜩한 글이 올라왔다'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들은 모두 사실과 다른 에이즈 혐오에 기인한 것들이다.

HIV감염인과 기숙사 생활
 
 질병관리본부 감영병포털 게시글
 질병관리본부 감영병포털 게시글
ⓒ 감염병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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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질병관리본부가 운영하는 감염병포털에 게시된 내용이다. 이와 같이 HIV는 일상 생활을 통해서는 감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HIV 바이러스는 사실은 아주 약한 바이러스로 인체를 벗어나 공기 중에 노출되는 순간 즉시 비활성화되거나 사멸되기 때문이다. 열에도 약해 71도 정도의 온도에서도 사멸하며, 수돗물 정도의 염소 농도에서도 역시 감염력을 상실한다.

그렇기에 HIV감염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기본적 접촉은 물론 침구류, 식기 등을 공동 사용해도 감염될 가능성은 없으며 실제로 이러한 과정으로 감염이 일어난 사례도 없다. 기숙사라는 공동생활 공간은 다를 수 있다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다른 학생과 위 질병관리본부 게시글에서 예시로 든 것 이상의 접촉이 이루어질 일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아주 쉽게 답이 나올 것이다.

에브리타임 게시글 댓글은 혈액에 접촉하는 것을 문제시했으나 이 역시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HIV/AIDS FAQ에서 HIV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위한 조건으로 "먼저 HIV 바이러스가 체액이나 혈액과 함께 탈출해 나와야 하고, 탈출한 바이러스는 생존 가능한 환경에 있어야 하며, 생존한 바이러스가 상대방의 체내로 들어가야 하고, 상대의 체내로 들어간 바이러스는 감염을 일으킬 만한 충분한 양이어야만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기에 HIV감염인이 대량의 혈액을 흘리고 이것이 타인의 상처나 점막에 직접 들어가는 예외적 상황(일상 생활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이 아니고서야, 이미 공기 중에 노출된 소량의 혈액에 접촉한다 해서 감염이 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HIV감염인의 기숙사 입사를 문제시하는 것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것이라기보다는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한 혐오에 기반한 것이다. 사실 이런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혐오는 낯선 일이 아니다.

이미 2009년 인하대학교 의대가 조사한 '에이즈 감염인의 생활 및 지원 실태 조사'에서 "HIV가 공동생활을 통해 전파되므로 HIV 감염인의 군 복무 등을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는 비과학성에 기초한 차별 정당화 등의 내용이 전파"되는 것을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에서 또 다시 비과학적인 정보에 기반해 차별을 정당화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에이즈혐오에 기반한 차별

이 사건에서 교통대의 대응은 처음부터 끝까지 에이즈 혐오에 기반한 차별행위였다. 만일 에브리타임 글의 게시자가 정말 HIV감염인이었고, 이를 이유로 색출 및 입사거부를 당했다면 이는 병력을 이유로 한 중대한 차별행위이다. 이와 관련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병력 차별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결정들을 내린 바 있다.

당시 B형 간염을 이유로 기숙사 입사를 거부당한 사례들이 여러 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인권위는 B형 간염은 일반적 공동생활에서 감염될 우려가 없음에도, 합리적 근거없이 입사를 거부한 것은 병력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HIV에 대해서는 사례가 아직 없지만, 만일 발생한다면 B형 간염과 마찬가지로  일상 생활에서 감염될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유사한 판단이 내려질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요한 것은 설령 이번 사건처럼 실제 글 게시자가 HIV감염인이 아니더라도 이에 대한 교통대의 대응은 역시나 차별적이라는 것이다. 해당 게시글이 알려진 후 교통대는 잘못된 정보로 인한 에이즈 혐오를 막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나 학생들의 항의를 무마하기에 급급했고 급기야 경찰 수사까지 하면서 당사자를 색출했다. 이는 게시자가 실제 감염인인지와는 무관하게 병력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이다.

이와 관련하여 국가인권위는 앞서의 결정에서 "다른 학생이나 학부모의 항의가 예상되어 입사를 거부했다"는 학교나 기숙시설 측의 주장에 대해 이는 B형간염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추측에 기초한 것으로 합리성이나 객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잘못된 편견으로부터 소수자를 적극 보호해야 할 책임을 지닌 학교 측이 학회의 공식적 입장과 무관하게 B형 간염 보유자의 입사를 거부한 것은 병력을 이유로 한 차별 행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잘못된 편견으로부터 소수자를 적극 보호할 책임', 이 사건에서 철저히 외면한 그 책임을 교통대가 부디 상기하기를 바란다.

편견과 혐오의 연쇄를 끊어야

"HIV감염인도 기숙사에 입사할 수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물론 '그렇다'이다. 재차 이야기하였듯이 기본적으로 HIV는 일상적 생활을 통해 감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감염 우려가 없다는 것이 곧 HIV감염인이 '어떠한 걱정 없이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숙사  입사 게시글 하나에 #긴급 태그가 붙어 공유되고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 사회 속에서는 HIV감염인들은 여전히 혹시라도 자신의 병력이 드러날 경우 차별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 속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HIV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는 것은 HIV감염인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필요조건일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HIV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것과 더불어 감염사실을 이유로 차별과 혐오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HIV감염인 역시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본권을 보장받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지 올바른 사실을 알리고 거짓을 바로잡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거짓된 정보를 이용해 혐오가 전파되고 다시 이것이 무지와 불안으로 이어지는 편견과 혐오의 연쇄를 끊고,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과 혐오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한 사회적 결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사건이 단지 해프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대학, 나아가 국가의 반성과 책임이 요구되는 사건인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HIV/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의 공동기고글입니다. 글쓴이 한희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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