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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르바이트를 위해 학원에서 중3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동네에서 스파르타 학습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운이 좋아 모두 양처럼 순한 아이들로 잘 따라왔다. 마침 한 반에 5명씩 2반이 있었는데 둘 다 영어 문법 강의 시간이었다. 어차피 문제집의 해답은 학원에 모두 두고 가니까 환경은 이미 갖춰져서 실험을 해 보고 싶었다.

한 반은 수업을 듣고 집에서 문제를 풀어오면 학원에서 채점을 하고 문제를 풀어주는 고전적인 방식. 또 한 반은 문제를 풀어오면 학원에서 채점을 한다. 단, 틀린 문제에 대한 풀이보다 몇 페이지에 몇 번을 보라고 이야기만 해 준다. 그리고 학생들이 교재에서 직접 찾고 문제의 여백에 정리 시키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질문만 받아주었다. 질문이 들어오면 전체적으로 다 들으라고 주목 시킨 후 설명을 해 주는 방식이었다. 두 반 모두 실력은 비슷해서 틀린 문제의 숫자도 그렇고 막상 해 보니 걸리는 시간이 비등하였다.

한 반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흘러갔다. 아이들은 풀어오고 채점하고 나는 틀린 문제를 풀어주고.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가는 날의 연속이었다. 때로는 무미건조할 지경이어서 속으로 '얘들도 참 힘들게 하루하루 사는구나'라는 생각을 간혹 하였다. 아이들은 먹이를 기다리는 둥지 속 아기 새처럼 고개만 칠판 앞으로 들고 있었다. 질문도 거의 없었다. 마지막에 수업 후 "잘 가~", "안녕히 계세요~"라는 대화가 거의 전부였다.

다른 한 반은 처음에는 학생들이 '희한한 사람이네'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럴 것도 한 것이 학원 선생이 말 없고 조용하니까. 처음에는 못 찾겠으니 설명하면 안 되냐고 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방식을 고집했다. 아이들의 항의는 당연했다. 그런데 두 번째 시간부터 아이들이 하나 둘 변했다. 고개만 숙이고 필기하기만 바쁜 아이들이었는데 성적을 떠나 '질문'이 터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너무 바쁘게 질문을 받다 보니 한 학생이 '선생님 힘드니까 손 들고 기다려주자'고 하기도 했다.

"선생님, to 부정사만 쓰는 동사라고 나왔는데 이 교재에 적힌 것 외에 다른 동사도 있어요?"
"선생님, 5형식 설명 한 번 더 해 주세요. 목적보어가 뭔지 더 들어보고 싶어요."
"선생님, 이거 도저히 머리에 안 들어와요. 어떻게 하면 잘 외워져요?"


하나 둘 참여가 늘면서 반이 긍정적인 부분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었다. 말하기가 도저히 부끄러운 애들은 직접 옆에 가 설명을 해 주었다. 아이들에게 '이것이 답이다'라는 것에서 벗어나 '왜 이것이 답인지 한 번 느껴보고 정리 해 보라'는 의도가 먹히면서 아이들의 책도 알아서 지저분해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왜 틀렸는지 자책하는 아이들은 '아...' 하는 탄식도 나오기도 했다. 교재에서 본 것인데 틀려 아쉬웠다는 것. 오기가 난 학생들은 왜 틀렸는지 끝까지 찾아보겠다고 덤벼드는 학생들도 나왔다.

책이 점점 지저분해지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느낀 친구들은 너무 지저분해서 보기 싫다고 따로 공책을 마련해 정리하고 복습도 하는 아이도 나오기도 했다. 운이 따라 다행이 이 반은 학원에서 보는 월말고사에서 모두들 한 문제라도 지난 번 보다 더 맞춰 기분 좋게 다음 달을 맞이하였다. 반대로 평소대로 했던 반은 별 다른 변화 없이 다음 달을 맞이하였다.

이 작업을 했던 의도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네가 했던 공부와 가지고 있는 교재에 답이 다 있다'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 또 한 가지는 '때로는 직접 찾을 줄도 알아야 머리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실제 내 조카도 그렇지만, 찾아서 아이들이 본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취하는 것에 굉장히 약하다.

물론 인터넷 검색은 어느 누구보다 빨리 한다. 그렇지만 인터넷 검색의 큰 함정은 키워드만 치면 본인에게 필요 없는 정보까지 모두 나온다. 결국은 '읽어보고 솎아 내야' 한다. 그렇지만 '받아 먹는' 것에만 익숙해 아이들이 솎아 내 보는 연습을 안 해 보아서 결국은 못 찾겠다 어렵다고 두 손 들어버린다. 결국 '쪽집게 강사', '쪽집게 강의', '쪽집게 교재'에 점점 목 매다는 현실로 흐르게 만든다.

이 현상은 이미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SKY 캐슬>에서도 드러났다.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에서 유명 대학의 의예과를 보내야 하는데 부모가 찾는 것은 결국 무엇이었을까? '김서형'이라는 '고액 쪽집게'다. 물론 '누가 많이 더 외웠느냐'로 승부를 내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놓고 보았을 때 '쪽집게'는 아마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테마다. 외울 양이 살인적으로 많은데 그걸 어떻게 다 외울 수 있을까. 어른도 불가능하다.

문제는 점점 아이들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아니면 필요한 정보를 못 찾는다. 찾아도 무엇이 정확하게 내가 필요한지 '솎아 내지'를 못 한다. 당연히 도서관에서 책이나 신문을 검색 해 찾는 것은 생각을 못 한다. 심지어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교재나 문제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솎아 낼 자신'이 없으니까.

안타깝지만 지금의 상황은 '누가 먹여줘야' 아이들이 잘 할 수 있지 '어떻게 찾아 먹어라'라고 하면 화를 내고 욕을 하는 세상으로 변한 것이다. 물론 이 아이들이 커서도 저렇게 계속 '쪽집게'만 찾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수 년 전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기업 면접 시험장 속의 '헬리콥터 엄마'들을 보면 이 후유증은 아마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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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 KID.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