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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장을 중심으로 조성된 마을이 노인들은 파티를 자주 갖는다. 동네 골프장 회원들의 파티.
 골프장을 중심으로 조성된 마을이 노인들은 파티를 자주 갖는다. 동네 골프장 회원들의 파티.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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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퇴직 생활 8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번잡한 시드니를 벗어나 바닷가 동네에서 골프와 바다낚시 등을 즐기며 소일한다. 자그마한 배도 있다. 가끔 해외여행을 하기도 한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쓰는 것도 노년 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필자의 삶을 보면서 한국에 사는 지인들은 나를 엄청난 부자로 오인하기도 한다. 얼마나 돈이 많기에 퇴직한 후에도 경제적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호주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 계층에 속한다. 정부에서 저소득 노인에게 주는 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정부는 저소득층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한다.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경제적 도움은 정부가 책임지기 때문이다. 현재 노인 연금은 독거노인의 경우 월 120만 원, 부부의 경우 188만 원 정도로 책정되어 있다. 최저 생활을 하려면 이 정도의 수입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금액은 매년 물가 상승률에 따라 조정된다. 그리고 월세를 사는 노인에게는 월세 보조비를 따로 지급한다.

호주에서는 노인 연금을 받는 조건에 자녀 수입을 반영하지 않는다. 돈 많은 자녀가 있더라도 본인 수입이 없으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수입을 창출하지 않는 자택을 가지고 있어도 연금은 지급된다. 주거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주택가격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만 불 혹은 이백만 불 되는 주택에 살아도 수입이 없으면 저소득층으로 분류되어 노인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수입이 많으면 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독거노인의 경우 월수입이 대략 25만 원, 부부의 경우에는 45만 원을 넘지 않으면 연금을 전액 받을 수 있다. 수입이 위의 금액 이상이 되면 수입에 비례하여 연금을 삭감해 지급한다. 월수입이 독신은 300만 원, 부부는 460만 원 미만이면 저소득층으로 간주해 전액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금액의 연금은 받을 수 없다.

보유한 재산도 무주택 독거노인의 경우에는 5억 3천만 원 그리고 부부인 경우에는 7억 3천만 원 미만이면 노인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주택을 소유한 경우에는 독거노인은 3억 9천만 원, 부부인 경우에는 5억 8천만 원 미만으로 줄어든다. 앞에서 밝혔듯이 사는 집은 계산에 넣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나와 가까이 지내는 지인의 노모는 남편을 10여 년 전에 잃고 혼자 지낸다. 그러나 정부에서 제공하는 집에서 지내며 매월 120만 원 정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충분한 금액은 아니지만, 과소비하지 않는 한 손자들에게 용돈도 주고 친구들과 외식하며 지내는데 불편함 없는 금액이다. 늦은 나이에 자식 따라 호주에 왔기에 세금을 내본 적도 없다.

그렇다고 자식이 어렵게 사는 것도 아니다. 자식은 최근에 퇴직했지만 집을 두 채 가지고 있으며 현금도 상당히 있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자식의 재산이나 수입은 고려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연금은 물론 정부 주택까지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동네에는 퇴직한 노인이 많은 편이다. 새로 조성된 골프장을 중심으로 개인 취향에 따라 널찍한 주택을 지어 살고 있다. 해외여행도 자주 떠난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동네에서 풍족하게 살면서도 연금을 받는 사람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큰 주택에 살지만 살고 있는 주택은 연금을 받는데 고려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인 연금을 받으면 여러 가지 혜택도 많다. 자동차 등록비를 비롯해 부동산세, 전기, 수도세 등에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그중에 가장 큰 혜택은 정부가 보조해 주는 약값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병이 있는 노인에게는 큰 혜택이다. 비싼 약이라도 거의 무료에 가까운 적은 금액만 내고 약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산이 많은 노인도 연금 받기를 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단 1달러의 연금을 받더라도 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에서 충분한 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호주에도 노후 대책을 고민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호주에 사는 노인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철저하게 자신의 손해와 이익을 따져 투표하는 호주 노인들

막대한 연금을 지출하는 호주 정부도 국가 경제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복지 정책에 대한 예산을 줄이려는 정책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노인 연금에 대해서는 함부로 손대지 못한다. 노인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정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여가 시간이 많은 노인들의 입소문은 물론 연금을 받는 노인 단체의 힘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노인 연금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기 위해 정부에서는 현재 호주 정부는 지급 연령을 65세에서 단계적으로 67세까지 올리는 중이다. 현 정부는 노인 단체의 입김을 고려해 67세 이상으로 연령을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보수나 진보를 떠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손익을 계산해 투표하는 유권자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덕분에 호주에 살면서도 고국 뉴스를 쉽게 접한다.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의 삶을 텔레비전을 통해 볼 때도 있다.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젊은이에 대한 뉴스도 나온다. 호주의 최저 시급 1만3000원과 비교되지 않는 적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한국 경제가 어렵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부가 국민의 기본 생활을 책임지는 나라, 흔히 복지 국가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복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아이러니하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사람들도 반대에 참여하는 것 같다. 호주와 달리 자신의 생활보다는 국가 경제를 더 걱정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념 논쟁에 너무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회일수록 도덕이 더욱 거론된다고 한다. 한국에서 노인 이야기가 자주 들리는 것은 아직도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있는 노인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뉴스에서 노인 복지 이야기가 방송되지 않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복지 분야를 담당하는 호주 연방정부 기관(Centrelink). 필자는 오래전에 이 기관에서 10년 정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
 복지 분야를 담당하는 호주 연방정부 기관(Centrelink). 필자는 오래전에 이 기관에서 10년 정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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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위의 금액은 호주 1달러 = 700원 환율을 적용해 대략 산정한 것입니다.


태그:#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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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호주 연방 공무원, 외국인 학교 교사 (베트남, 타일랜드). 지금은 시드니에서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바닷가 시골에서 퇴직 생활. 호주 여행과 시골의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