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책은 불온하다. 보편타당하지 않은 인생을 건강하게 그려내고, 소수의 삶에서 대한민국 전체 행복을 보편화하려 한다.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 라는 덴마크 국민의 삶을 우리 사회로 투영하려는 시도가 쉽게 번질 수 있을까?

가정, 학교, 사회는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을 권하는데 그의 책은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다른 길로 가도 괜찮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90% 이상이 행복하게 살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도 괜찮지 않은 길'을 가라고 권한다. 그는 어떤 근거로 위와 같은 주장을 확신하고 있을까?

오연호 작가의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는 덴마크 취재를 바탕으로 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후속작이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801회의 강연, 10만 명의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동안 사색하고 토론하며 그가 지켜본 과정과 새로운 시도를 이 책에 실었다.
"행복하려거든 사랑하라. 우선 나를 사랑하라. 대한민국 헌법 10조가 보장하는 것처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있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나를 사랑하라. 그리고 그 힘을 기반으로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55쪽


덴마크는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이 교실과 사회에 깔려 있다. 10퍼센트를 위한 교육이 없고, 90퍼센트 이상을 위한 교육이 학교와 학생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낙인을 찍는 것이 아니라 90%의 급여를 보장해주고, 새로운 일자리까지 찾아준다. 또한 이웃에 대한 실수로 법적 처벌을 받는 사람들에게까지 '열린 감옥' 시스템으로 실패자와 패배자의 느낌을 지워준다.

책에 소개된 덴마크의 유치원에는 교육프로그램이 없다. 오전 9시에 등원해서 오후 3시까지, 아이들이 스스로 즐거운 일을 찾아 놀면 된다. 교사는 원생들이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 잘 뛰어놀고 있는지 살피는 일을 한다. 중학생이 되면 학교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참가할 수 있으며, 중학교를 졸업하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에프터스콜레'라는 제도가 있다. 일 년 동안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 살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도 하고, 옆을 볼 시간을 가진다.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10조에는 이미 덴마크 행복 정신이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안정으로부터 오지 않는가? 성인이 되어 거주할 집이 있어야 하고, 불편하지 않게 자가용도 필요하며 아이의 교육을 위해 적지 않은 돈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안정된 직장과 적절한 수입이 필요하다. 그것은 중, 고, 대학을 거치는 기간의 노력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논리학이나 수학에는 공리라는 것이 있다. 증명하지 않고도 참인 명제를 일컫는다. 대한민국 사회의 감춰진 공리는 아마 행복은 돈과 안정된 직장에서 온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거다.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생겼던 마음이라 여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사회의 안정된 직장과 수입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그로 인해 90%의 패배자가 생기고, 패배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자녀들을 치열한 교육 전쟁의 최전선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 옆을 볼 자유를 잃고, 스스로 하는 즐거움을 잃어버리게 된 현실에서 행복은 요원한 일이다.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공리를 반박하고 있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듯 행복의 기준이 돈과 안정이 아닌 주체적이고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여유를 찾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 살고 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으나 웃음과 미소는 남들보다 많았다. 그들에게는 경쟁이 아니라 용기가 있다.

결국 답은 용기다

그러나 나는 용기를 낼 수 없었다. 나는 대한민국 교사가 되어 10퍼센트만이 승자가 되는 경쟁 구도 속에서 살아남았고, 내 자식도 그러길 바랐다.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작가 오연호는 대한민국 10%인 나의 비겁함을 일갈했다.

"내가 행복하려면 내가 승자가 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내가 10퍼센트 안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내가 행복하려면 내 친구들도 승자가 되어야 한다. 90퍼센트 이상이 승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55쪽


학생에게나 내 자식에게나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자주하는 편이다. 그러나 나는 나를 보는 사람에게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철저했다. 논리적이고,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 했다. '괜찮다'는 말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분명 진짜로 괜찮다는 표현이 아님을 느꼈을 테니까.

학생들에게 글을 못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괜찮다고 위로하면서도 문장 하나하나를 뜯어고쳤다. 여덟 살 딸과 배드민턴을 치면서 못해도 괜찮다며 '즐겁게'를 외치지만 돌아오지 않는 셔틀콕을 바라보며 찌푸리는 인상을 숨길 수가 없었다.

더불어 같이 사는 세상이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내 딸이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불쑥 튀어나오는 경우가 빈번하다. 유치원 학예회 때도 다른 친구들 실수하는 것은 안심이 되고, 우리 딸이 실수하면 초조해진다.

90% 이상이 승자가 되는 방법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진짜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른 길로 가도 괜찮다.', '쉬어가도 괜찮다'를 실천하면 된다. 어렵지 않은 일인데 멀리 돌아왔다.

우리나라에도 '꿈틀리 인생학교', '꿈틀세상' 등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라는 철학으로 교육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세상에 맞서는 용기를 가진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용기를 내는 사람을 보고, 듣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들에게 용기가 전염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용기 있는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나를 사랑하고 그 힘으로 옆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를 실천하면 행복과 사랑의 선순환이 된다.

책을 읽는 동안 울다가, 빙그레 미소 짓기도 했다. 설레기도 한다. 마치 새로운 세상이 '짠'하고 열릴 것만 같다. 이제 시작이다. 다시 '용기'라는 단어를 꺼내든다. 그러나 용기라는 단어 없이도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이 오리라 생각한다.

작게는 가정에서 아이를 교육하고, 크게는 학교에서 학생을 교육하는 사람이다. 다음 시를 마음에 간직하고 퍼트리며 살아가겠다.

도둑이나 사기꾼보다 / 수천수만 배 더 나쁜 게 있다면 / 가난한 이들과 땀 흘려 일하고 / 정직하게 살라 가르치지 않고 / 공부 열심히 해서 편안하게 살라고 / 가르치는 것이다. 아이들한테 - 서정홍 '못난이 철학1', <못난 꿈이 한데 모여>,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151쪽

덧붙이는 글 |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운영 중인 독서IN(www.readin.or.kr) 홈페이지 독서카페에 중복 게재합니다.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 행복하려거든 사랑하라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8)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