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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 벚꽃터널ⓒ 추미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언덕, 연간 수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의 매력은 천천히 걸어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크고 작은 기념품 가게와 개성 있는 카페들, 가난한 무명 화가 반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가 살던 집, 청년 피카소가 살던 세탁선, 수많은 예술가들이 드나들었다는 작은 술집 '라팽 아질'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때, 해발 129미터의 낮은 언덕 몽마르트르는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언덕으로 다가온다.
  
부산의 몽마르트르라 불리는 달맞이길(달맞이 고개)의 진정한 매력 또한 마찬가지다. 걷지 않고는 누구도 그 매력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달맞이길은 해운대 해수욕장의 동쪽 끝자락, 작은 포구 미포에서 시작된다. 도무지 해운대답지 않은 작은 어촌마을 미포는 10여 년 전 영화 <해운대>를 찍었던 곳이다.
 
영화 <해운대>를 찍었던 미포, 바다에 보이는 작은 점들이 오륙도다.ⓒ 추미전
 
미포에서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면 본격적으로 달맞이길이 시작된다. 달맞이길은 해운대 해수욕장부터 송정까지 8km 정도 이어지는 언덕길이다. 차를 타고 지나간다면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여 분 남짓에 불과하다. 옆으로 펼쳐진 바다를 제대로 감상할 겨를도 없이 지나쳐 버린다. 그렇게 스쳐 지나가서는 달맞이길을 제대로 봤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지금 달맞이길은 벚꽃이 절정이다. 도로 양옆으로 늘어선 벚나무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려 무심한 운전자라도 그저 지나치지 못할 만큼 매력적이다. 자신도 모르게 풍경에 이끌린 운전자들이 도로 옆 어딘가에 차를 대고 내려서 사진 몇 장을 누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1960년대부터 심기 시작했다는 벚나무는 울창히 자라 이제는 고갯길 전체를 벚꽃터널로 만들고 있다. 벚꽃길은 송정해수욕장까지 해안선을 따라 돌며 이어진다. 몽환적인 연분홍 빛깔의 벚꽃터널에 갇히는 아찔한 경험은 지금 이때가 아니면 할 수 없다. 때문에 이맘때 달맞이길을 찾는 관광객들이 유독 많다.
 
달맞이언덕에서 바라본 해운대해수욕장ⓒ 추미전
 
달맞이 뒷길 까페 정원에서 본 바다ⓒ 추미전

달맞이길의 본 도로를 따라 걸으면 옆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활처럼 휘어진 아름다운 전망을 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달맞이길 고갯마루다. 걷는 도중 바다 경치를 즐길 만한 곳에서 멈췄다 다시 걸을 수도 있다.

아쉬운 것은 도로를 내달리는 차의 소음들. 그런 소란스러움이 싫은 사람들에게는 달맞이길 본 도로 한 블록 뒤 주택가를 추천한다.
 
달맞이 뒷길, 골목 사이로 보이는 바다ⓒ 추미전

감동은 예상하지 못했을 때 더 커지는 법. 분명 골목을 걷고 있는데 빌라 사이 혹은 어느 건물 주차장 너머로 바다가 불쑥 얼굴을 내민다. 주변 건물과 어울려 수줍게 내미는 조각 바다의 풍경은 예기치 못한 감동을 선사한다.

벚꽃이 진다고 아쉬워 말아요
    
달맞이 한 갤러리의 그림 전시ⓒ 추미전
 
청사포 포구의 지킴이 등대ⓒ 추미전
 
뿐만 아니라 달맞이길 이면도로에는 역사가 깊은 갤러리가 여러 개 있다. 그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갤러리에 들러 그림을 감상하며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대한민국 추리문학의 대가인 김성종씨가 운영하는 추리문학관도 달맞이길 이면도로 골목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미포에서 청사포까지의 구간이 끝나면 고갯길에서 파노라마처럼 시원하게 펼쳐진 청사포의 아름다운 바다와 만날 수 있다. 여기서 걸어 내려가 아기자기한 어촌의 정취를 간직한 청사포를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그대로 언덕길을 따라 구덕포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 청사포에서 구덕포로 이어지는 구간은 S자로 선명하게 휘어져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련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벚나무 사이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를 감상하며 넘어가는 달맞이길. 이 아름다운 자연풍광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에 내놔도 손색없다. 여기에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처럼 다양한 아이디어와 관광 스토리텔링을 덧입혀 알린다면 세계적인 언덕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개성 넘치는 젊은 예술가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열정을 발휘할 공간들을 적극 마련해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언덕으로 거듭나길 기원해 본다.
 
달맞이언덕 절정을 이룬 벚꽃ⓒ 추미전

어느새 고갯길 주변에 꽃비가 흩날린다. 필 때도 아름답지만 질 때는 더 아름답다.

그러나 화려한 꽃만이 나무의 절정은 아닌 법. 소설도 첫 문장이 중요하고, 영화도 첫 장면이 중요하듯, 나무도 그저 한 해의 시작을 화려한 봄꽃으로 알릴 뿐이다.

진짜 한해살이는 꽃이 지면 시작된다. '바람의 언덕'이라 불릴 만큼 세차게 몰아치는 달맞이길 언덕의 강풍도 견뎌내야 하고, 한 해 서너 번은 뿌리를 몰아치는 강력한 태풍도 이겨내야 한다. 그렇게 잘 살아낸 벚나무가 또 한 차례 처연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계절이 가을이다. 늦가을의 달맞이길은 단풍터널을 이뤄 또 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이번 한 주 절정을 이뤘던 달맞이길의 벚꽃은 머잖아 변덕 많은 봄날씨에 세찬 바람이나 가벼운 봄비 한 번만 스쳐도 흔적을 감춰 버릴 것이다. 아름다운 벚꽃 엔딩을 즐기고 싶다면 이번 주말, 부산의 몽마르트르인 달맞이길 나들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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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송작가 협회회원, 방송작가, (주) 바오밥 대표,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바오밥 스토리 아카데미 원장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